무더운 여름철에 꼭 필요한 기술은? 물 차단 IT 기술 '방수'

만화 원피스의 해적선, 버버리 트렌치코트, 갤럭시S 스마트폰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방수다.

지난 8일 필리핀에서 20명의 승객이 탑승한 보트가 전복하는 사고가 있었다. 갤럭시 S8의 방수 기능 덕분에 탑승자들 모두 신속하게 구조될 수 있어서 화제가 되었다. 30분 넘게 소지품들이 물에 잠겼지만 한 승객이 소지한 갤럭시 S8이 정상 작동해 구조 요청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배의 방수 역사는 길다. 기원전 5000년부터 뗏목이나 원시 목선에 동물 뼈로 만든 아교와 역청질을 발라 방수를 했다고 한다. 버버리 트렌치코트는 개버딘이란 소재를 써서 만들어진 군용 방수 코트로 태어났다. 가볍고 방수가 잘되면서 보온력과 통기성이 뛰어나 사랑받게 된다.

갤럭시S 스마트폰은 ‘갤럭시 S4 액티브’부터 방수 방진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잠깐, 그렇다면 애당초 전자 기기와 물은 상극인데 스마트폰은 어떻게 방수가 되는 걸까?

무더운 여름철에 꼭 필요한 기술은? 물 차단 IT 기술 '방수'

지금도 그렇지만 피처폰을 썼을 때 세면대나 변기에 실수로 휴대전화를 떨어트려 망가지는 일이 많았다. 노트북 컴퓨터는 어떨까? 마시던 커피가 실수로 쏟아지는 바람에 기기를 망가뜨린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방수기술 어디까지 적용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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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기의 방수 기술은 이런 아찔한 상황에서 우리를 구해준다. 이런 기술이 처음 대중화된 곳은 일본이다. 일본에선 피처폰부터 방수가 기본 사양이었으며, 소니는 2013년 첫 번째 마개 없는 방수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물론 이전부터 방수가 되는 전자 기기는 있었다. 이름에 러기드(Rugged)라는 말이 들어가는 제품은 꽤 물에 강하다. 일부는 미 육군 납품 규정(MIL-STD-810G)을 충족시킬 만큼 튼튼한 기기로, 스마트폰 이나 디지털카메라, 노트북 컴퓨터, 스마트 워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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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럭시S5 액티브 리뷰 (출처: Pocketnow)

갤럭시 4부터 뒤에 ‘액티브’가 붙은 모델이 방수 방진이 지원되는 러기드 스마트폰이다. 러기드는 아니지만 간단한 방수가 지원되는 제품도 있다. 전자시계는 대부분 생활 방수가 된다. 야외에 설치 되는 디지털 사이니지(옥외 광고 디스플레이) 같은 제품에도 기본적으로 방수 처리가 되어 있다. 캠핑용 스피커나 배터리, 스포츠 이어폰, DSLR 카메라와 렌즈도 생활 방수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내 스마트폰도 방수가 될까?

내 스마트폰이 방수되는지 알고 싶다면, 스마트폰 사양을 확인해봐야 한다. 사양에 IPxx 방수 방진 등급을 지원한다고 표시되어 있으면 방수 방진이 지원되는 기기다.

무더운 여름철에 꼭 필요한 기술은? 물 차단 IT 기술 '방수' ▲ IP등급표 '방수 등급'

IP(Ingress Protection) 등급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가 정한 국제 표준 규격으로, 첫 번째 숫자가 먼지 등에 대한 보호 수준(최고 6등급), 두 번째 숫자가 방수 등급을 나타낸다(최고 8등급). 0이면 보호가 아예 안 된다는 뜻이고 숫자가 커질수록 잘 막아 준다.

예를 들어 갤럭시 S10 사양에 적힌 IP67은 방진은 6등급 방수는 7등급 수준으로 방진 방수 기능을 갖췄다는 말이다. 데이터가 불충분할 경우 X로 표시한다. 방진 테스트 없이 방수 테스트만 했을 경우 IPX7 이런 식으로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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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방수가 된다고 적혀 있는 기기도 있다. 방수 4등급 정도 되는 제품으로, 이런 제품은 IP등급 대신 영어로 Water Resistant라고 적어 놓기도 한다. 약한 비가 오거나 세수할 때 끼고 있는 정도는 괜찮다는 의미다. 앞서 말한 전자시계, 캠핑용 스피커나 스포츠 이어폰 같은 제품에서 쓴다.

완전 방수 제품은 Water proof라고 쓴다. 보통 방수 7등급 이상 제품이다. 7등급일 경우 15cm~1m 깊이의 물 밑에서 30분 정도 버티는 테스트를 통과했고, 가장 좋은 8등급 제품은 1m 이상 깊이의 물에서도 버텼다고 보면 된다. 이 정도면 우리가 일상에서 액체를 만나는 대부분 상황, 음료수를 마시거나 비를 맞거나 땀을 흘리거나 세수를 하거나 수영을 할 때 스마트폰을 지켜주기에 충분하다.

 

방수가 만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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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렇게 방수가 되는 걸까? 방수 제조 기업은 크게 테이프 기법과 나노코팅 기법으로 나뉜다. 대부분 고무 패킹으로 틈새를 메꾸고 방수 테이프와 접착제를 이용해 봉인하는 테이프 기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 기기는 계속 얇아지는 데 그 안에 방수 기능을 구현해야 하기에 꽤 어려운 작업이다. 나노코팅 기법은 모든 부품에 나노 코팅을 해 얇은 박막을 만들어 방수하는 기법이다. 테이프 기법보다 간편하지만, 방진 없이 방수 기능만 쓸 수 있고 내부 충격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무더운 여름철에 꼭 필요한 기술은? 물 차단 IT 기술 '방수'

방수 기능은 갑옷이 아니라 보험이라 봐야 한다. 일상에서 부딪히는 여러 상황에서 맘 졸이지 않아도 될, 폭우가 쏟아진다거나 가방이 젖었다고 스마트폰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그런 보험. 방수 기능을 믿고 바닷가에서 함께 물놀이를 한다거나, 일부러 음료수를 쏟거나, 세탁기에 넣으면 안된다. 소금물의 부식력이나 흐르는 물의 수압은 생각보다 세다. 운 나쁘면 수리를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해도 방수 기능이 있는 스마트 기기는 생각보다 쓸모가 많다. 갤럭시 S8이 등장했을 때 방수는 가장 매력적인 기능으로 꼽혔다. 2017년에 일어난 ‘영흥도 낚싯배 전복 사고’ 때에도 뒤집힌 배 안에 갇힌 승객이, 방수 스마트폰에 의지해 견디다 구조된 일도 있었다. 일상의 불안함을 줄이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 사람 목숨까지 건진 셈이다. 스마트폰은 점점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방수기능은 필수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