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시의 주요 버스 정류장에서는 버스 도착 시간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이러한 서비스의 원리는 간단하다. 버스 위치에서부터 도착지까지의 거리를 속력으로 나누면 걸리는 시간이 나온다. 그렇다면 버스의 위치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는 버스 내에 설치된 내비게이션이 GPS 위성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알 수 있다.
▲ 내비게이션 원리: 4개 이상 위성의 위치를 기준으로 삼각측량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위성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출처: WIKIMEDIA COMMONS)
고전역학 이란
하늘 높이 떠 있는 위성의 위치와 속도는 이미 정해져 있다. 만유인력을 받으면서 움직이는 위성은 뉴턴이 알려준 논리를 따른다. 뉴턴의 논리란 힘이 정해지면 물체의 가속도가 정해지고, 이로부터 속도와 위치가 정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뉴턴의 논리를 우리는 고전역학이라고 부른다.
고전이란 이미 많은 과학자가 인정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주의 모든 자연현상이 뉴턴의 논리대로 설명이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20세기에 알려졌고, ‘그렇지 않다’가 정답이다.
뉴턴의 논리가 작동하지 않는 가장 간단한 세상은 수소원자다. 전자 하나가 수소핵(양성자)을 중심으로 돌고 있기 때문에 인공위성이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위성과 전자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위성을 하늘로 보내려면 로켓을 사용한다. 만약 위성의 고도를 높이고 싶다면 추진력을 높이면 된다. 즉, 위성의 고도는 추진력을 이용하여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원자 안에 있는 전자의 고도는 조절 할 수가 없다. 전자에 에너지를 더 준다고 하더라도 조절이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전자의 공전궤도가 이미 정해져 있고, 전자가 에너지를 공급받으면 주어진 궤도에서 이미 정해진 다른 궤도로 옮겨 가기 때문이다. 같은 원리로 전자가 반대로 높은 궤도에서 낮은 궤도로 떨어지면 빛(에너지)이 나온다. 이때 나오는 빛이 원자의 고유한 빛이고, 이를 원자의 스펙트럼이라고 부른다.
양자역학이란
그렇다면 왜 전자의 공전궤도는 조절이 안 되는 것일까? 이를 설명하기 위한 과학적 논리가 양자역학(quantum physics)이다. 우선, 전자를 ‘파동’라고 생각해보자. 넓은 바다의 파도는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좁은 수영장에서는 사람들로 인한 출렁거림으로 바뀐다. 이처럼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파동과 트인 공간에서 움직이는 파동은 보이는 모습이 다르다.
이러한 파동의 성질을 이용한 것이 바로 ‘악기’이다. 기타의 경우 손가락으로 현을 짚는 자리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 높은 소리는 현이 짧을 때 (파장이 짧을 때) 나고,낮은 소리는 현이 길 때 (파장이 길 때) 난다. 즉, 현의 길이에 따라 파장이 결정된다.마찬가지로 전자도 파장이 있다면, 공전궤도가 특정한 값으로 결정되게 된다.
▲ 전자 공전궤도: 원자 안에서 공전하는 전자의 공전궤도 길이는 파장의 정수 배로 결정된다. 가장 낮은 고도에 해당하는 공전궤도의 길이는 전자파장의 1배이고, 그 위에 있는 고도는 각각 2배, 3배 등으로 결정된다.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전자는 파동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왜 전자가 파동의 성질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 우리는 그 이유를 모른다. 다만 자연현상에서 전자가 파동처럼 작동하는 것이 관찰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자의 불가사의한 작동원리를 종합한 것이 불확정성 원리다. 즉, 양자역학이란 바로 불확정성의 원리를 표현하는 논리적 방식이다.
불확정성의 원리 (uncertainty principle)
하이젠베르크가 원자 세계의 기본적인 특성을 표현한 원리다. 불확정성 원리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위치의 부정확도) x (운동량의 부정확도)> 0이다. 여기에서 운동량이란 전자를 입자로 취급할 때 전자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양이다. 따라서 불확정성 원리는 전자가 좁은 공간에 갇히게 되면, 운동량을 필연적으로 가지게 되고, 전자는 정지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전자를 파동으로 취급하게 되면, 운동량은 파장의 역수를 표시한다. 전자가 좁은 공간에 갇히게 되면, 필연적으로 파장이 생긴다는 뜻이다.
불확정성의 원리 때문에 우리는 원자 안에서 공전하는 전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아낼 수가 없다. 따라서 원자나 분자 안에서 전자가 공전하는 궤도를 확률 구름으로 표시한다. 구름이 짙으면 전자가 존재할 확률이 높고, 구름이 옅으면 전자가 존재할 확률이 낮다.
▲ 수소원자 내에 존재하는 전자의 확률구름: 원자 안에 있는 전자의 위치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대신 전자가 어디에 존재할지에 대한 확률은 알 수 있다. 위 그림의 1번은 가장 낮은 고도에서 공전하는 전자가 보일 확률을 표시한 것이다. 밝은 부분에서 전자를 발견할 확률이 가장 크다. 위 그림의 2번은 두 번째 고도에 나타나는 확률을 표시한 것인데, 전자가 존재하는 형태가 2가지로 존재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3번은 세 번째 고도에 나타나는 확률을 표시하고, 3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전자의 확률구름 (electron probability cloud, 電子確率密度)
전자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위치마다 전자가 존재할 수 있는 확률을 색의 농도로 표현하여 구름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전자를 양자로 부르는 이유
화학반응에서 처음 그 존재가 알려진 전자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단순한 입자가 아니다. 전자는 파동의 성질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전자를 입자라고 부르지 않고 양자라는 이름으로 구분해서 부른다. 양자의 특성은 입자로 보이지만, 파동으로 보일 때도 있다는 점이다. 즉, 가속기에서는 전자들을 입자처럼 취급할 수 있지만, 전자현미경에서는 전자를 파동처럼 취급할 수 있다.
상보성 (complementariry)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착안하여 보어가 주장한 원리다. 물질을 이루는 기본입자들은 입자로 취급할 수도 있고, 파동으로 취급할 수도 있지만, 입자와 파동을 동시에 볼 수는 없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상보성은 마치 동전의 양면을 동시에 보기 어려운 것과 같다. 상보성은 원자나 핵에서 나오는 모든 입자에서 보이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이 때문에 물질의 본질은 고전적인 논리만으로 다룰 수는 없고, 불확정성의 원리가 들어있는 양자역학을 적용할 때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