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연예인이 아니라 그저 연기가 좋아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31살의 청년 손호준. 스타가 되어 대중들의 인기를 얻고 싶거나 연기력을 인정받고 싶은 욕심보다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게 꿈이라고 밝히는 소탈한 그를 삼성디스플레이의 남윤이 사원이 만나보았습니다.
●남윤이 사원(이하 남) 싸 바이 디! 라오스 인사 맞죠? <꽃보다 청춘>(이하 ‘꽃청춘’)을 정말 재미있게 봤거든요.
●손호준 (이하 손) 하하, 싸 바이 디! 감사합니다. 제가 다녀온 여행인데도 방송으로 다시 보니 재미있더라고요. 첫 해외여행이기도 하고, 1년 동안 쉬지 않고 일하다가 떠난 거라 휴가 기분 나고 좋았어요.
●남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 이후 뮤지컬에 드라마, 영화까지 쉼 없이 활동했으니 진짜 그랬겠어요.
●손 10년 동안 쉬었으니 한 풀어야죠(웃음). 바빠도 좋아하는 연기 원 없이 하고, 현장에 가는 게 늘 설레요. 아까, 어제도 촬영하고 왔다니까 “피곤하지 않냐”고 물으셨잖아요. 근데 정말 하나도 안 힘들고, 연기할 때가 가장 행복해요.
●남 10년 동안 무명이라고 하셨는데, 힘들지 않으셨어요? 저 같으면 포기했을 거 같아요.
●손 거짓말 아니고, 포기를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1년에 한두 달만 일해도 그 순간의 행복으로 10개월을 버티고, 라면 하나로 2~3일 배를 채우는데도 ‘그만두자’ 생각한 적이 없거든요. 대신 부모님께는 좀 죄송하면서도 고맙기도 하고 그래요. 재촉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려주셨으니까.
●남 그러고 보면 <응사>가 호준 씨의 운명을 완전 뒤집은 거네요. 거의 무명이나 다름 없었는데 어떻게 캐스팅이 이뤄진 거예요?
●손 천운이었죠. 사실 다른 작품 오디션을 보러 갔다 우연히 미팅이 이뤄진 거거든요. 그때 감독님과 작가님은 제가 영화 <바람>에서 경상도 사투리로 연기한 걸 보고 경상도 출신인 줄 아셨대요. 경상도 배역은 이미 캐스팅이 끝난 상황이었거든요. 근데 전라도 출신이라고 하니까 깜짝 놀라시면서 대본을 전라도 사투리로 바꿔 연기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급 수정해서 즉석 연기를 선보였는데 그게 마음에 드셨는지 영광스럽게도 캐스팅이 됐어요.
●남 이야, 진짜 천운이네요. 근데 어쩜 그렇게 사투리를 맛깔나게 잘 살리세요? 분명 전라도가 고향인 걸로 알고 있었는데, <트로트의 연인>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원래 썼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구사하시더라고요.
●손 서울 살면서 전라도 사투리를 많이 잊어버렸는데 고향 친구랑 매일 통화하면서 감을 살렸어요. 경상도 사투리는 <바람> 촬영 두세 달 전에 부산에 먼저 내려가 시장 같은 데 돌아다니면서 익히고, 까먹지 않도록 일상에서도 쓰고, 현장에서도 배웠어요. 근데 영화 끝나니까 또 금세 까먹더라고요. 그래서 <트로트의 연인> 때 (정)은지한테 지적질당하면서 배웠죠(웃음).
●남 연기로만 되는 게 아니었네요. 그러고 보면 ‘노력파’신가 봐요. 실제 성격은어떠세요?
●손 딱히 그런 건 아닌데 뭐 하나에 꽂히면 파고드는 성격이긴 해요. 이외엔…
처음에 느끼셨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낯가림이 좀 있거든요. 윤이 씨랑도 어색했는데 촬영하면서 이야기를 나눠 그런지 지금은 많이 풀렸어요. 윤이 씨가 보는 저는 어떤 거 같아요?
●남 사실 <꽃청춘>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보니 거기서 본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거든요. 순박하면서 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좀 허술한 부분도 많은 동네 오빠 이미지? 하하하.
●손 악, 연석이한테 너무 기댔어. 동네 바보 형 이미지 때문에 요즘 어딜 가든 저를 쉽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고)아라나 (정)은지, 도희 같은 동생들도 저를 무시한다니까요(웃음). 알고 보면 듬직한 부분도 많은데 말이에요.
●남 저는 봤어요. 그 듬직한 부분! 친구 바지 찢어졌다고 팬티까지 벗어주고, 여행 내내 묵묵히 빨래도 도맡아 하셨잖아요. 연석 씨와는 또 다른 매력이 보기 좋았어요.
●손 연석이랑은 성격이 정반대예요. 그래서 끌리나? 하하. 친구지만 배울 점도 많고, 섬세하고, 무엇보다 저를 그렇게 꼼꼼하게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요. 근데 신기한 게 그런 부분이 (유노)윤호랑도 비슷해요. 다른 게 있다면 동생과 친구의 차이? 연석이는 동갑이라 마음 편하게 기댈 수 있는데, 윤호는 제가 형이라 많이 챙겨주려고 하는 편이죠. 어려울 때 받은 것도 많아서 신경을 좀 더 쓰기도 하고요.
●남 윤호 씨가 정말 큰 힘이 됐나 봐요. 방송에서 윤호 씨가 없었으면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하는 걸 봤거든요.
●손 늘 고마운 존재예요. 해외 공연 갈 때 제가 굶을까봐 라면 한 상자를 주고 간 친구거든요. 동생이지만 조언도 많이 해주고, 제가 고민이 있거나 힘들어할 때 언제나 힘이 되는 목소리로 제 마음을 울려주고, 응원의 메시지도 아낌없이 보내줘요.
●남 정말 좋은 친구를 두셨네요. 그럼 반대로 호준 씨가 소리 내어 감동을 주는 이들도 있나요?
●손 요즘은 촬영장에 가면 항상 단역 배우들을 먼저 챙겨요. 그때는 뭘 해야 할지도 모르고, 가만 있자니 뻘쭘하고, 모든 상황이 어렵게 느껴지거든요. 윤이 씨도 신입사원때 그렇지 않았나요? 똑같아요. 이번 영화 촬영 때는 여고생이 단역으로 왔는데, 혼자 떨어져 있기에 먼저 말 걸고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눴거든요. 배우가 되려고 정말 열심히 사는 친구였는데 조금 잘못된 회사에 들어갔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그 회사는 나오라고 조언을 줬고, 제 매니저랑도 연결시켜줬죠. 결과는 지켜봐야 하는데, 어린 친구들이 간혹 그렇게 잘못된 회사에 들어가서 고생하는 경우가 많아요. 멋모르는 아이들을 이용하는 어른들이 나쁜 거죠.
●남 와, 정말 좋은 일을 하셨네요. 요즘은 내 일이 아니면 서로 잘 신경 쓰지 않는 세상이잖아요. 게다가 바빠서 일일이 신경 쓰기 힘들었을 텐데….
●손 아직 세상은 그렇게 각박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저만큼은 작은 소리라도 내서 그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거잖아요. 제가 받은 만큼 다른 이들에게도 돌려주려고 하는 거예요. 대단한 건 아니지만 힘이 되는 말로 용기를 주고 싶어요. 사실 이런 생각도 여행 다녀와서 많이 바뀐 거거든요. 생각만으로는 안 된다. 행동하고, 움직이자.
●남 이번 여행이 호준 씨 삶에 있어 자극이 많이 됐나 봐요.
●손 네,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작은 일도 고민하고, 준비하고, 알아보고 그랬는데 그럴 필요가 없더라고요. 뭐든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걸 느꼈어요. 그러면 용기가 생기고 고민하는 데 시간을 쏟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게 되더라고요. 덕분에 요즘은 좀 더 용기 있게, 또 자신감 있게 인생을 즐기는 방법도 조금씩 터득해가고 있어요.
●남 좋은 마인드인 것 같아요. 호준 씨가 한 말이 지금 사보를 보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들에게 큰 용기와 힘이 될 것 같아요.
●손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정말 감사하죠. 저는 앞으로도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사실 어떤 배우가 돼야겠다고 욕심을 갖거나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냥 제가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쏟을 뿐이고, 진심을 다해 연기하면 시청자들도 좋아해주지 않을까 생각해요.
●남 그래도 연기자라면 배역에 욕심을 있을 텐데?
●손 하하. 예리하시네. 주연, 좋은 역할 뭐 그런 건 아니고, <응사> 이후로는 계속 밝은 역할만 하고 있거든요. 연기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이왕이면 제 내면에 숨겨진(?)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누아르 장르도 해보고 싶고요.
●남 배우 손호준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길 바라보며, 팬심 잃지 않고 끝까지 응원할게요.
●손 감사합니다. 저도 윤이 씨가 바라는 모든 일이 잘 되길 응원하겠습니다. 윤이 씨도 20대의 남은 시간 뭐든 많이 해보면 좋겠어요. 저도 32살이 돼가는데 20대 때는 생각이 많고 조급함도 많았거든요. 재고 따지지 말고, 일단 용기를 가지고 부딪혀보세요. 그게 다 쌓여서 밑거름이 될 테니까요. 우리 멋진 모습으로 성장해서 다시 만나요~! ^^
| 삼성디스플레이 사보 ON DISPLAY vol.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