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받침을 헷갈려 잘못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 다음의 몇가지 규칙을 숙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코 어렵진 않지만 살짝 머리를 굴려야 하지요. 알아두면 정말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받침의 비밀에 대해 알아보아요.

글_경향신문 어문팀 엄민용 부장

일러스트 _김영진

“나 부장님께 결재 맞고 올게”라거나 “디스플레이 업계가 예상을 뒤업고 성장율이 급증했다” 따위는 흔히 쓰이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이들 문장에서 ‘맞고’ ‘뒤업고’ ‘성장율’은 바른 표기가 아닙니다. 정답부터 얘기하면 ‘맡고’ ‘뒤엎고’ ‘상승률’로 써야 합니다. 위의 예문에서 보듯이 우리가 잘못 쓰는 말 중에는 받침을 헷갈린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받침을 정확히 쓰는 법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구분법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고, 더러는 어떤 규칙을 외워야 한다는 점이 좀 까다롭기는 합니다.

하지만 외워야 할 것이 아주 복잡한 내용이 아니고, 일단 외워두면 두루 요긴하게 쓸 수 있는 것이므로, 조금 머리를 ‘혹사’시켜도 그만한 가치는 있을 듯합니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자음동화’나 ‘구개음화’를 검색하면 꼭 알아둬야 할 받침 규정을 자세하고 쉽게 알게 될 겁니다. 여기서는 지면 사정상 여러분들이 좀 더 쉽게 배울 수 있는 받침 구분법, 받침과 관련해 표기가 달라지는 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어느 말의 받침이 헷갈리는 것은 대부분 뒤의 첫 소리가 자음인 경우입니다. ‘맞고’의 ‘고’와 ‘뒤업고’의 ‘고’가 자음 ‘ㄱ’이잖아요. 이럴 경우 앞의 ‘맞(→맡)’과 ‘업(→엎)’을 잘못 쓰는 일이 많아집니다. 바로 이럴 때 자음을 모음으로 바꿔보면 앞의 받침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습니다. 앞의 받침이 뒤의 모음과 만나 연철되면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땅을 갈아서 흙을 뒤집다”를 뜻하는 말이 ‘갈아업다’인지, 아니면 ‘갈아엎다’인지 헷갈릴 경우 뒤에 모음어미 ‘어’를 붙여보는 겁니다. 그러면 누구나 [갈아어퍼]는 자연스럽지만, [갈아어버]는 아주 어색하게 느껴지겠지요. 그러면 ‘갈아엎다’가 바른말임을 금방 알 수 있게 됩니다. ‘뒤엎다’ 역시 ‘뒤업고’와 ‘뒤엎고’는 헷갈리지만, [뒤어퍼]를 [뒤어버]로 소리 낼 사람은 없을 겁니다.

“결재를 ○○”에서 ○○에 들어갈 말이 ‘맞고’와 ‘맡고’ 중 어느 것이 맞는지 헷갈릴 때도 ‘고’의 자리에 ‘아’나 ‘은’처럼 모음으로 시작하는 말을 넣어보면 됩니다. ‘결재를 [마자]’보다 ‘결재를 [마타]’가, ‘결재를 [마즌]’보다 ‘결재를 [마튼]’이 백 번 자연스러우니 “결재를 맞다”가 아니라 “결재를 맡다”가 바른 표기임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유형의 말은 많습니다. “아이가 엄마의 [저슬] 물었다”보다는 “아이가 엄마의 [저즐] 물었다”가 발음하기 편하고, “[새우저즐]을 넣었더니 짭짜름하다”보다 “[새우저슬]넣었더니 짭짜름하다”가 자연스럽지요? 또 “아이가 [울부지섰다]”보다 “아이가 [울부지젔다]”가 훨씬 편하지요? 이런 방법을 활용하면 ‘젖무덤’ ‘새우젓’ ‘울부짖다’를 ‘젓무덤’ ‘새우젖’ ‘울부짓다’로 잘못 쓰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받침을 잘못 쓰는 말도 적지 않지만 받침에 따라 뒤에 오는 말의 표기가 달라지는 말도많은데, 이를 알지 못해 틀리게 적는 일이 흔합니다. ‘률’과 ‘율’의 구분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저 앞의 예문에서 ‘상승율’은 ‘상승률’이 맞는 표기라고 얘기했는데요. 이런 ‘률’과 ‘율’의 구분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그게 뭐냐고요?

우선 한자로만 이루어진 낱말에서 앞말에 받침이 없거나 ‘ㄴ’ 받침일 때는 ‘율’로 쓰고, 다른 받침이 있을 때는 ‘률’로 적는다는 것입니다. 상승률도 ‘률’ 앞에 ‘ㅇ’ 받침이 있지요? 하지만 받침이 없거나 ‘ㄴ’ 받침이 있는 ‘비율’ ‘선율’ ‘백분율’ 등은 ‘율’로 적습니다.

또 앞의 말이 순우리말이거나 외래어일 때는 무조건 ‘율’로만 적습니다. ‘슛율’처럼요. ‘-이어요’와 ‘-이에요’ ‘-예요’도 앞의 말에 받침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표기가 달라집니다. 앞말에 받침이 있을 때는 ‘-이어요’와 ‘-이에요’를 모두 쓸 수 있지만, 받침이 없을 때는 ‘-예요’를 써야 하는 거지요.

그러니까 ‘부장님’처럼 받침이 있는 말 뒤에는 ‘-이어요’와 ‘이에요’가 붙어 ‘부장님이어요’와 ‘부장님이에요’로 쓸 수 있지만, ‘대리’ 뒤에는 ‘-예요’만 붙어 ‘대리예요’로 쓰인다는 소리입니다. 따라서 “괜찮은 거에요”라는 표현에서 ‘거에요’는 ‘거예요’를 잘못 쓴 말입니다.

이때 조심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투성이’ ‘개구쟁이’ 등처럼 ‘이’자로 끝나는 말이 그것입니다. 자칫 ‘-투성이에요’ ‘개구쟁이에요’로 쓰기 쉬운데, ‘-이’까지가 한 말이므로 ‘-투성이예요’ ‘개구쟁이예요’로 써야 하는 거지요.

이 밖에 동물을 부르는 말 중에서 ‘양’ ‘염소’ ‘쥐’는 수컷을 가리키면서 ‘숫양’ ‘숫염소’ ‘숫쥐’로 쓸 수 있지만 다른 동물은 무조건 ‘숫’ 대신에 ‘수’를 써야 한다는 것도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숫소’는 ‘수소’ ‘숫말’은 ‘수말’ ‘숫사자’는 ‘수사자’가 바른 표기랍니다.

| 삼성디스플레이 사보 ON DISPLAY vol.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