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 기술이 대중에게 가장 극명하게 부각된 사건은 알파고와 이세돌 프로와의 바둑대결이다. 평생을 바둑만 공부해온 프로기사가 바둑을 배운지 1년도 안 되는 소프트웨어에 참패한 세기의 바둑대결은 인간두뇌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았다.

그 후로 지난 2년 동안 인공지능의 위력은 바둑게임에 머물지 않고 모든 영역에서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기교를 보여주고 있다. 특정인의 녹음된 음성을 음성합성 인공지능인 라이어버드(Lyrebird)에게 1분 정도만 들려주면 컴퓨터는 그 사람의 디지털 음성으로 책을 술술 읽어낼 수 있다.

 

탁월한 성과를 보이는 음성·이미지 복제기술

구글의 타코트론(Tacotron)이나 딥마인드의 웨이브넷(WaveNet)도 사람의 음성을 거의 완벽하게 복제한다. 이젠 녹음된 음성만 듣고 피의자가 사건의 범인일거라고 단정하는 일은 위험하다.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지도(supervised) 학습과 달리 알고리즘이 데이터를 생성하면서 자체학습을 진행하는 비지도(Unsupervised) 학습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기법은 음성뿐만이 아니라 이미지 복제기술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모든 사진 이미지를 유명화가의 작품처럼 변환시킬 수 있고 가상의 인물을 마치 실존하는 인물처럼 생성시킬 수도 있다. GAN기법이 다양하게 파생되면서 지금도 다양한 응용사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컴퓨팅 성능이 좀 더 강화된다면 동영상 속의 정보검색이 원활해지고 가상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동영상을 제작하는 일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존하지도 않는 가상인물이 가수나 영화배우로 유명인사가 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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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제 1, 2 구굴의 타코트론2(Tacotron2) 녹음 음성(위), 생성 음성(아래)

생활 속 인공지능 서비스의 핵심은 음성지원기술이다. 앞으로 가전제품을 비롯한 많은 사물이 음성지원 기능을 갖추게 된다. 영어권에선 아마존 알렉사(Alexa)가 음성지원 시장을 지배해 왔지만, 점차 구글 홈(Home)에 의해 시장이 잠식되고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이미 119개 언어를 통번역 해주고 있어서 향후 구글 홈의 시장장악력이 높아 보인다.

국내에선 삼성 빅스비(Bixby)를 비롯한 토종기술들이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특히 동시통역 기술이 발달하게 되면 모든 인터넷 문서가 한글로 변환되고 동영상도 한글자막이나 한국말로 더빙되면서 언어문명의 장벽이 사라지는 역사적 대전환기를 맞이할 수 있다. 교육계의 대혁명이 예상되는 이유이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일자리 쟁탈전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은 필연코 일처리 방식과 생산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업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다양한 상품개발과 서비스를 도모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시장에서 더 많은 기회를 포착하여 고객에게 더 매력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시장에선 차츰 지능서비스가 부가되지 않은 상품이 설 땅이 없어진다. 상품과 서비스의 지능화는 기업의 브랜드 향상과 직결되고, 생산의 지능화는 원가절감의 수단이 된다.

인공지능에 대한 기술투자가 증가할수록 종업원의 역할은 줄어들 수 있다. 인공지능의 인지능력이나 판단능력도 정교해지고 있다. 영역에 따라선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에 버금갈 만큼 가치판단 능력이 높아졌다. 기술이 일자리를 파괴하고 엄청난 실업사태를 몰고 올 것이라고 염려하는 이유도 그 잠재력이 막강하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간의 두뇌 역할이 아주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산디아 국립연구소는 인공지능 신경망이나 기계학습 모델로 인간의 두뇌를 대체하려는 생각을 포기했다. 인간이 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일은 굳이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계에 모두 맡기는 것보다 인간과 기계의 데이터 시스템이 힘을 합치면 오히려 더욱 성과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기계에 사람 수준의 지능을 부여하는 방법은 완성하기 어려운 과제이지만 인공지능으로 인간의 능력을 증강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인간의 두뇌는 빅 데이터를 해석하기 힘들지만, 전반적인 패턴 인식능력은 빼어나다. 두뇌는 소음 속에서도 미약한 신호를 찾아내는 재주가 있다. 왁자지껄한 파티에서도 한 사람의 목소리를 구분해낸다. 적진을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탱크와 대포 은닉처를 쉽게 찾아낸다. 컴퓨터는 인간의 이런 감각적 재능을 아직 흉내 내지 못한다. 본능적으로 작동되는 인간의 감각이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지 정확히 서술하지도 못한다. 두뇌 속에서 진행되는 일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알고리즘으로 변환하기도 힘들다.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대부분의 일상적인 일들을 자율적으로 처리해낼 만큼 지능적이고 강력한 모습으로 진화한다고 본다. 그때엔 인간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많은 사람은 대량 실업사태를 예상하고 인간과 인공지능 간의 일자리 쟁탈전이 시작된다고 한다.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미래가 그토록 황량해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기계학습 전문가인 마뉴엘라 베로소(Manuela Veloso) 카네기멜론대학교 교수는 인간과 인공지능 시스템은 끊임없이 정보와 목표를 교환해야 한다고 한다. 미래는 기계와 인간이 ‘공생적 자율성(Symbiotic Autonomy)’을 유지하는 사회로 바뀌게 된다고 주장한다. 즉 인간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지금까지 인간이 취급하지 못했던 영역의 일도 시도해볼 힘이 생기며, 기존의 복잡한 문제들은 해결되면서 새로운 과제들이 등장하게 된다고 예측한다.

 

새로운 영역으로 발전해가는 일자리

산업혁명과 같은 경제적 구조변화 과정에선 기존 산업들보다 신산업이 더 빨리 성장한다. 이 경우 신산업은 종전의 산업에서 필요했던 기술과는 다른 재능을 보유한 노동자를 원한다. 20세기 초에 자동차가 도입되던 시점에 마차 기술자는 더 이상 필요 없게 됐고 자동차 엔진이나 변속기를 만드는 고급 기술자가 필요해졌다. 마찬가지로 전기차 시대엔 배터리 기술자가 더 필요해진다.

신산업들은 필요한 훈련과 교육을 거치고 관련 기술을 보유한 사람들을 찾아서 고용한다. 많은 기업은 업의 본질을 변화시켜 경쟁력을 유지하려 한다. 신산업은 신상품이나 서비스 그리고 혁신으로 시장을 바꿔 간다. 신산업이 만드는 제품은 복제하기 힘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주로 연구개발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 기존의 많은 상품은 시장에서 신상품으로 대체되거나 저가상품으로 전락하여 저임금 국가로 생산기지를 옮기거나 기계자동화로 생산시스템이 바뀌게 된다. 어느 경우든 해고된 사람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힘들어진다. 소멸되는 산업에 종사했던 노동자들은 신기술을 익혀야한다. 노동자로선 신기술과 신산업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찰실업률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이 사회를 발전시킨다는 의미는 기존 일자리가 만들어내는 상품과 서비스의 수준을 한 차원 더 높인다는 의미다. 인공지능은 노동자의 업무를 고급스럽게 만들어 준다. 전문가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기술의 확산이나 문명의 도약이 더욱 쉬워진다. 특히 학제 간 협력이 강화되면 인공지능의 역할이 한 차원 높게 작용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효용 가치는 노동자의 창의성, 해법의 용이성, 그리고 예상되는 혜택이 얼마만큼 증폭되는가로 판단된다. 더 나아가서는 기술도약이 다른 영역으로 파급되는 확장성도 중요하게 취급되어야 한다.

일자리가 형성되는 공간은 크게 세 가지 축에 의해서 형성된다고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비즈니스를 통해 달성하고 싶은 욕망의 축이다. 비즈니스란 인간이 이루고 싶은 욕망의 범위 내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둘째, 도구의 축이다.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도구의 힘이 미칠 수 있는 영역이다.

셋째, 노동자의 지식 축이다. 비즈니스에 참여하는 노동자가 갖춘 지식이나 재주의 범주이다.

이 세 가지 축이 형성하는 범위가 바로 일자리 공간이다. 인공지능의 기술발달은 이들 일자리 공간 축을 크게 확장시켜주게 된다. 즉, 인공지능은 노동자가 자연 속에 파묻혀 있던 지식을 더욱 발굴해 내는 힘을 보강해 준다. 또한, 인간이 활용할 수 있는 도구로서 활용성은 무궁무진하다. 호미로 농사짓던 농부가 트랙터를 갖게 되는 것보다 더 큰 힘이 된다. 당연히 인간의 호기심은 더 높은 꿈을 이루려는 욕망으로 커지게 되므로 비즈니스 목표가 더욱더 높아진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할수록 이 세 가지 일자리 공간 축은 더욱 높은 경지로 이동되면서 수백 배, 수천 배, 아니 수십만 배나 커다란 일자리 공간을 새롭게 만들어 내게 된다.

▲ 일자리 공간의 변화 개념도

시간이 갈수록 일자리공간은 팽창하면서 다른 영역으로 변천해간다. 지금은 당연한 일자리도 기술발달로 의해 사라질 수 있으며 유사한 다른 일자리가 탄생하게 된다. 사람들도 점차 한 가지 일에만 매달리지 않고 다양한 일들을 시도할 수가 있게 된다.

AI 기술을 활용해서 어떤 미래의 꿈을 실현시켜 갈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반복해서 깊게 생각해 봐야 한다. 더 많은 힘을 가졌고, 더 많은 선택지를 가졌다는 의미는 우리의 가치가 예전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룰 미래의 일자리공간은 지금보다 훨씬 더 확장된 공간 속에서 새롭게 탄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새로운 가치 속에서 재화 발견이 필요한 시점

과학기술의 발달이 사회 발달로 거듭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을 외면하거나 인위적으로 막아설 수도 없다. 어떻게 하면 편승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가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야만 한다. 새로운 일자리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면서 부수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을 보다 차원 높게 바꾸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모두 미래 비즈니스 대상이다. 농경사회부터 인간사회가 소중하게 여겨왔던 삶의 기본 요소인 의(衣)·식(食)·주(住)·낙(樂)·학(學) 등은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는 기본 틀이다. 다만 형태가 달라지고 수준이 높아질 뿐이다. 인간의 복지를 향한 다양한 기술과 가치들이 개발되고 확산될 수밖에 없다. 그런 새로운 가치 속에서 재화를 발견해내야 한다.

지금 전 세계 기업들은 인류문명을 진화시키는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굴해내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또 채용하고 있다. 미래의 골짜기마다 인공지능 기술들이 넘쳐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전혀 새로운 모습의 미래에도 경쟁력을 갖는 일자리는 상식을 벗어난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고 공급해 주는 비즈니스일 것이다.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