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발광 디스플레이 OLED'

2007년. 세계 최초로 삼성디스플레이가 AMOLED(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 Active Matrix Organic Light-Emitting Diode)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이후 '아몰레드폰' 등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시장에 OLED가 본격적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합니다. 당시에 간단한 정보 표기용으로 인기를 얻고 있던 PMOLED(수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에 이어, 본격적인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로서 AMOLED가 전격 등장한 것입니다.

이때 OLED를 가장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표현이 바로 '자체 발광'이었습니다. 기억 나시나요? 손담비와 애프터스쿨이 등장했던 삼성 아몰레드 광고. 가사 내용에도 스스로 빛난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빛나지~ 그 누구보다 더 밝게 더욱 빛나지~♪ (중략) 난 스스로 빛나는 Girl, Just bling like silver & gold~♬"

자체 발광이란 말 그대로 '스스로 빛난다'는 뜻으로, 디스플레이에서 화면을 표현하는 소자가 외부의 광원을 통해서가 아닌, 소자 스스로 발광하는 경우, 이를 자체발광 방식 디스플레이라고 부릅니다. 지난 '[디스플레이 톺아보기] ③ 다양한 전자 디스플레이 기술' 편에서 발광방식에 따른 다양한 디스플레이의 분류를 다루어 보았는데요. OLED는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구현 등으로 현재 가장 'Hot'한 디스플레이 기술로 그 발전 가능성에 대해 꾸준히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OLED에 '자체 발광'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 이유는 바로 자체 발광 방식의 장점이 상당히 크기 때문입니다. 화면의 밝은 부분은 더 밟게, 어두운 부분은 더 어둡게 표현하면서도 세밀한 표현이 가능한 고명암비라는 장점이 있고, 색 표현력에 있어서도 별도의 광원(백라이트), 액정, 컬러필터 등 빛의 순도를 감소시키는 구조가 불필요해지므로, 색재현력이 높아져 자연색을 더 폭넓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특히 LCD가 백라이트를 모두 켜야만 화면 표현이 가능한데 비해, OLED는 원하는 픽셀에만 전력을 공급하면 되므로 소비전력을 무척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LCD에는 필수적인 백라이트 등의 복잡한 구조가 필요 없어 두께와 무게가 줄어드는 것도 모바일 환경에서 큰 장점입니다.

그렇다면 OLED 소자의 자체 발광은 어떻게 발명하게 된 것일까요? 지금부터 100여년을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유기물, 빛에 반응하다

OLED소자는 말 그대로 Organic 즉, 유기물질입니다. 유기물질의 전기적 특성에 관한 연구는 1906년 이탈리아 과학자 포체티노(A. Pochettino)가 유기화합물인 안트라센(Anthracene)의 결정에서 광전도현상(Photoconductive effect)을 발견한 것이 관련 연구의 시초입니다. 이후 1963년 뉴욕대의 Martin Pope와 그의 동료가 수십 마이크론 두께의 고체상태의 안트라센 단결정으로부터 400V 이상의 전압을 인가해 발광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 안트라센 : 콜티르에서 추출된 고체 상태의 탄화수소로 목재 보존제, 살충제, 코팅 재료 등으로 사용

※ 광전도현상 : 절연체나 반도체에 빛을 비추었을 때에 전기 전도도가 높아지는 현상

전문가들은 이러한 연구로부터 유기물에서의 기초적인 발광 메커니즘에 관해 이해가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는데, 당시 소자의 효율이나 수명은 매우 낮았다고 합니다. 안트라센 결정은 전기전도도가 아주 낮은 절연체로, 매우 높은 전압을 가해야 전자와 홀이 주입되었고, 발광효율도 낮아서 실용성은 무척 낮았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OLED 기술의 근간을 만든 것은 미국 코닥의 칭탕(Ching Tang) 박사였습니다. 1980년대 초, 유기태양전지를 개발하던 칭탕 박사는 우연히 유기물에 전기를 흘리면 빛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에 착안해 아주 얇은 유기반도체 박막을 사용해서 발광효율이 높은 OLED소자를 개발하게 됩니다. 이 소자는 녹색 유기 발광물질인 'Alq3'층과 홀 수송층이 이층구조로 되어 있었고, 전체 박막 두께는 머리카락 두께의 100분의 1 정도인 약 100나노미터 였습니다.

이와 같은 코닥의 연구 결과는 OLED를 이용하여 고휘도, 고효율 디스플레이를 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주목을 받았고, 전 세계적으로 OLED 연구를 활성화하는 발화점이 되었습니다. 칭탕 박사는 이후에도 OLED 연구를 이어가, 1989년 논문에서는 발광층에 유기 형광 색소를 도핑해 발광 효율을 높이고, 다른 색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천연색 OLED 디스플레이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칭탕 박사가 주목했던 저분자 유기물질 연구 외에 다른 한편에서는 고분자를 이용한 발광다이오드 연구도 시작됐습니다. OLED 연구의 초기 단계에는 저분자 유기물질과 고분자 유기물질 가운데 어떤 것이 상용화하는데 우수한가에 대해서도 확실하지 않아서 연구도 제각각 이뤄졌는데요. 초기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고분자가 저분자보다 안전성이 높고 제조비용이 낮아서 상용화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런 논란은 국제학회에서도 오랫동안 이어져 SID(Society for Information Display,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와 같은 학회에서는 고분자파와 저분자파 간에 토론이 격렬하게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결국 오랜 논란 끝에 승자로 남은 것은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저분자'였습니다. 결과적으로 고분자 OLED는 초기 연구가 활발했으나 아직 상용화 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학계과 업계에서는 미래 디스플레이로 예상되는 두루마리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데 고분자 유기물질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고분자에 관한 연구 또한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OLED 소자의 발견에 관한 내용을 다루어보았습니다. 끝으로 OLED 소자의 발견에 관한 설명을 담은 영상을 아래에 소개해 드립니다. 디스플레이 톺아보기 다음 편에서는 OLED의 발광 원리와 구조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