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습니다.

특히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모습은 이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풍경 중 하나입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컴팩트 카메라 시장은 쇠퇴했지만 '사진'은 오히려 더욱 대중화되며 우리 생활의 일부로 자리했습니다.

스마트폰에 장착된 카메라는 이제 DSLR의 기능을 흉내내기 시작했고 전문 장비의 힘을 빌어야 했던 특수 효과도 다양한 필터 앱으로 어느 정도 흉내를 낼 수 있게 됐죠.

이런 흐름은 이제 사진을 넘어 게임까지 확대되는 모양새입니다. 2014년 플레이스테이션4(이하 PS4)로 발매된 ‘인퍼머스 : 세컨드 선’을 기점으로 게이머는 사진 작가의 자리를 넘보기 시작합니다. 게임에 스크린샷 특화 기능인 ‘포토 모드’가 탑재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 인퍼머스 : 세컨드 선의 포토 모드 설명 영상(출처 : 플레이스테이션 EU 공식 유튜브 채널)

포토 모드는 본래 게임기의 성능 과시 겸 마케팅 포인트 성격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시장에 등장하자 의외의 결과를 냅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촬영도 게임 속에서는 가능했고 게임의 방해요소가 될 것 같았던 포토 모드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간편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가파른 절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려고 할 때, 현실 속에서는 많은 제약과 위험이 따르지만 ‘언차티드 4’ 같은 게임에서는 캐릭터가 절벽에 매달리는 순간 포토 모드를 켜면 됩니다. 그럼 즉시 게임이 멈추고, 사진 촬영을 위한 준비가 끝납니다. 남은 일은 사진을 찍는 것뿐입니다. 절벽에서 줄에 매달린 주인공의 표정에 집중해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캐릭터는 뺀 채 절벽과 그 아래 바다만을 원경으로 담을 수도 있습니다. 게임 화면이 단순한 놀이 공간이 아닌, 하나의 창작 소재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 같은 곳에서 찍은 ‘언차티드 4’ 속 주인공의 모습. 무엇에 집중하느냐가 포인트

‘호라이즌 : 제로 던’과 같은 오픈 월드 게임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조차 거의 사라집니다. 일출을 찍고 싶다면 ‘빠른 이동’ 기능으로 즉시 해당 지역으로 가, 해 뜰 무렵으로 시간을 돌려 놓고 사진을 찍을 수 있죠. 과거 사진 촬영에서 피사체가 적절한 위치에 올 때까지 기다리기도 했던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많은 권한이 게이머(이자 포토그래퍼)에게 주어진 셈입니다.

포토 모드는 카메라의 기능까지 빠르게 흡수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시점 이동, 간단한 필터효과를 내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DSLR(디지털 일안 반사식 사진기) 못지 않은 기능도 가능합니다. 색수차 효과 같이 숙련된 사진 작가들이 의식하고 있는 현상까지 흉내낼 정도입니다.

▲ ‘호라이즌 : 제로 던’의 포토 모드. 카메라 기능은 물론 포즈, 표정까지 잡을 수 있다

▲ 시간 조절 기능을 이용하면 극적인 연출도 간단하다

렌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화각(Field Of View, 통칭 FOV), 셔터스피드 설정을 통해 나오는 결과물 ‘모션 블러(Motion Blur)’ 같은 개념은 실제 카메라 이상으로 직관적입니다. 카메라에서 렌즈와 설정을 바꾸며 찍어봐야 하는 기능을 수치만 바꿔 바로 결과를 볼 수 있죠. 요령만 조금 익히면 ‘게임에서만큼은 나도 전문 포토그래퍼’라고 어깨를 으쓱할 수 있습니다.

최근 TV에서 적극적으로 도입 중인 ‘HDR(High Dynamic Range)’ 기술도 게임 속 사진 촬영의 맛을 더합니다.

HDR은 빛을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기술로, 어두운 곳은 더욱 어둡게, 밝은 곳은 더욱 밝게 표현합니다. 이를 통해 실제 인간의 눈이 볼 수 있는 것과 더욱 유사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직접 환경을 둘러볼 수 있는 게임이라는 매체라면 HDR의 효과는 더욱 큽니다. 환경은 물론 섬세한 빛의 흐름까지 내 움직임에 반응하니, 마치 직접 방문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죠.

이런 느낌은 게임 플레이는 물론 사진 촬영에까지 적용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하나의 경험으로 이어집니다.

차량을 몰고 자연 속을 달리는 게임 ‘포르자 호라이즌 3’를 살펴 보죠. 평소 몰고 싶었던 차량으로 드라이브를 마치고 사진을 찍어 두는 것 모두가 경험이자 추억이 됩니다. 스스로가 주연 배우이자 감독이 되는 셈입니다.

▲ HDR은 하늘은 물론 차량에 반사되는 햇살까지 더욱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출처 : 포르자 호라이즌 3 공식 홈페이지) https://www.forzamotorsport.net/en-US/games/fh3/media

최근에는 게임의 포토 모드를 통해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도 생겨났습니다. ‘던컨 해리스(Duncan Harris)’ 같은 작가는 게임만을 이용해 사진 작업을 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게임 회사 역시 포토 모드 경연대회를 여는 등 게이머의 사진 촬영을 장려하는 모습입니다.

게임기 제작사들에게도 이런 변화는 좋은 기회입니다. 더욱 뛰어난 성능의 신형 게임기를 선보여야 하고, 그래픽 기능의 실질적인 활용도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신형 콘솔 게임기에는 꼭 HDR 기능이 들어가 있고 포토 모드 지원 게임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PS4의 제작사인 소니는 2016년 PS4의 상위 버전이자 HDR과 4K 해상도(3840X2160 픽셀) 게임 영상 송출 기능을 지닌 ‘플레이스테이션4 프로’를 발표했습니다. '엑스박스 원'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마이크로소프트는 4K 블루레이와 HDR 기능이 추가된 ‘엑스박스 원 S’를 2016년 발매했습니다. 사실상 이런 게임기와 함께 HDR TV, 포토 모드를 지원하는 게임만 있다면 사진 촬영 준비는 끝나는 셈입니다.

▲ 포토 모드 외에도 다양한 추가 기능을 지원하는 ‘안셀’

PC 역시 이런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기능이 들어간 스크린샷 도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예로 들 ‘안셀’은 ‘지포스’로 유명한 그래픽 칩셋 제조사 엔비디아가 2016년 선보인 스크린샷 촬영 도구입니다.

안셀의 주 특징은 HDR이 들어간 초고해상도 스크린샷 촬영입니다. 최대 지원 해상도는 가로세로 수만 픽셀 단위로, 무려 4K 해상도의 수십 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탄탄한 포토 모드 기능 외에도 360도 촬영, VR 지원 같은 부분까지 신경써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를 구입하는 이유 중 하나가 돼가고 있습니다. 아직 지원 게임이 적고 HDR 지원 모니터도 얼마 안돼 본격적인 보급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차후 발전 가능성은 충분한 상황입니다.

이 글을 읽고 그동안 너무 게임에만 몰두했다는 생각이 드는 게이머들이라면, 이번에는 게임 속으로 사진 기행을 떠나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분명 색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