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의 쉼표는 재도약을 위한 도움닫기다

이학진 사원이 가수 윤하를 처음 본 것은 음악 프로그램이 아닌 다큐멘터리에서였다. 그때의 꿈 많던 열여덟 살 소녀는 어느새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근사한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했고, 소년 역시 멋진 직장인이 되었다. 앞만 보고 바쁘게 달려왔던 시간에 잠시 쉼표를 찍으며 재도약을 준비한다는 그녀를 PE기술2그룹 이학진 사원이 만났다.

 

● 이학진 사원(이하 이) ● 일본 애니메이션 <블리치>를 보다 처음 윤하 씨를 알게 됐어요. 오프닝 곡이 ‘호우키보시(혜성)’였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알고 보니 가수가 한국 사람이었고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쭈~욱 팬이었는데 이렇게 만나 뵙게 돼 영광입니다. 제가 윤하 씨의 모든 앨범을 다 소장하고 있거든요. 이따 싸인 좀 부탁해도 될까요?

● 윤하(이하 윤) ● 그럼요. 저야 영광이죠.

● 이 ● 이번 미니앨범 <Just Listen>도 너무 좋아요. 나얼, 어반자카파, 윤도현, 하림 등 국내 최고 뮤지션들과 콜라보레이션 음반을 만들었잖아요. 게다가 타이틀 곡 ‘우리가 헤어진 진짜 이유’는 직접 작곡한 노래더라고요. 지금까지의 음악과는 또 다른 내공이 느껴졌어요.

● 윤 ●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Just Listen>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저만의 색이 담긴 음반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평소 함께 작업하고 싶었던 뮤지션들에게 손을 내밀었는데 모두 흔쾌히 OK! 해주시더라고요. 덕분에 완성도 높은 음반이 나와서 아주 만족하고 있어요. 사실 색채가 짙은 분들이라 작업할 때 의견 조율이 힘들기도 했는데 표현하고 싶었던 저만의 음악적 세계관이나 내면의 생각들이 잘 담겨서 너무 마음에 들고, 재미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해요.

● 이 ● 공들인 만큼 좋은 성과가 있어 다행이에요. 얼마 안 있으면 <로스트 가든>으로 뮤지컬에 첫 도전을 한다죠? 정말 축하드려요. 글로벌 뮤지컬이라 상하이를 시작으로 미주까지 갈 예정이라고 들었어요. 첫 도전치고는 스케일이 상당한데 떨리지 않나요?

● 윤 ● 흥분되고 설레요(웃음). 뮤지컬이 처음이라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근데 Mercy라는 캐릭터와 노래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포기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대사 없이 노래와 안무 위주로 흘러가거든요. 때문에 장르에 대한 부담을 가지기보다는 그냥 즐기기로 했어요. 사실 한국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창작 뮤지컬이자 Mercy 1대 연기자라 살짝 부담이 되긴 하는데, 그런 만큼 열심히 해야겠죠?

● 이 ● 그럼요~ 파이팅입니다! 그러고 보니 첫 공연 장소가 상하이네요? 윤하 씨가 데뷔한 곳도 일본. 타지에서 새로운 것을 개척해야 한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도전정신이 대단해요.

● 윤 ●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생각으로 1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간 건지 아찔해요. 근데 저는 하고자 마음먹은 일은 해내는 성격이거든요. 그게 좋아하는 일일 경우에만(웃음). 열정을 다해 도전하면 후회가 없지만 해보지 않은 일에는 늘 후회가 남잖아요. 그러니 결과를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도전!

● 이 ● 한 가지 고백하자면 저 인간극장에 나온 윤하 씨를 보고 개과천선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예요. 꿈을 위해 부딪치며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고 그때부터 저도 열심히 꿈을 좇아 결국 삼성디스플레이에 입사하게 된 거죠.

● 윤 ● 축하드리고 정말 기쁘네요. 가끔 <인간극장>을 보고 자극받았다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 말을 들으면 오히려 제가 감사해요. 그냥 앞만 보고 달렸을 뿐인데, 제가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에 귀 기울여주시고 관심 가져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 이 ● 스스로 노력해서 찾은 자리니까 ‘싱어송라이터 윤하’라는 이름에 당당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그 당당함으로 작년 <나가수2>에 출연했을 때 실력을 한껏 뽐내기도 했고요. 선배 가수들도 긴장하는 무대인데…, 어릴 적 경험이 쌓여 노련함이 생긴 건가요?

● 윤 ● 제가 한동안 무대공포증이 있었는데, <나가수2>를 기점으로 그게 사라지고 노련함도 더 많이 생겼어요. 가수는 경력이 쌓이고 나면 더 두려움이 생길 때가 있거든요. 어느 날 관객이 외면하거나 인기 또는 바이오리듬이 다운되는 경우가 그래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데 한없이 좌절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무대를 즐기지 못하고 공포의 대상이 돼버리는 거죠. 그런데 <나가수2>에 도전하면서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노래 부르니 대중이 반겨주더군요.

● 이 ● 역시 일단 부딪혀보는 게…. 아! 그런 의미에서 삼성디스플레이人들에게 힘이 될 만한 윤하 씨의 노래 한 곡 추천해주세요.

● 윤 ● 이번 앨범에 ‘Fireworks’라는 곡이 있어요. ‘망설이지 말고 나를 불태워라!’는 내용인데, 요즘 사람들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잖아요. 한 가지에 올인하기보다는 A가 안 되면 B를 선택하고, B가 안 되면 C를 선택하는 식으로 늘 여지를 두거든요. 당찬 마음으로 입사했던 신입사원도 어느 순간 힘들어지면 순간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박차고 나가는 것처럼. 전 자신과 타협하고 상황을 합리화시키기보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확 불태우고 한 가지 일에 몰입하는 열정을 가지면 좋겠어요. 삼성디스플레이人이라면 다들 그런 멋진 모습을 지녔을 테지만요(웃음).

● 이 ● 만약 시련을 겪게 됐다, 그럼 그걸 극복하기 위해 어떤 마인드를 가져야 할까요?

● 윤 ● 사는 게 힘든 건 다 똑같은 거 같아요. 그러니 가끔은 ‘누구나 다 힘들다’는 현실 자체가 위로로 작용하지 않을까요? ‘긍정적인 사람일수록 부정에 대해 완벽한 이해를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들이 마냥 천진난만하고 고민거리가 없어서 웃는 게 아니라 결국은 모든 걸 다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이 그것뿐이라는 걸 찾았기 때문에 웃을 수 있는 거겠죠.

● 이 ● 역시 ‘긍정의 힘’만 한 게 없네요. 윤하 씨의 하루는 굉장히 바쁘게 돌아갈 텐데 긍정적인 삶을 위해 자신의 시간은 어떻게 관리하나요?

● 윤 ● 가수는 프리랜서라 활동을 몰아서 하고 잠깐의 휴식기간을 가지기 때문에 그 기간을 최대한 저 자신에게 집중해요. 회사원들은 장시간 휴가를 내기 힘들잖아요. 그렇다면 소소한 것에서 즐거움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맛있는 걸 먹으면 기분이 상당히 좋아져서 스트레스를 먹는 즐거움으로 풀기도 하거든요. 점심시간에 ‘그냥 아무거나 먹자’면서 한 끼 대충, 얼른 때우지 말고 맛있게 먹으면서 천천히 그 시간을 즐기는 게 어떨까요?

● 이 ● 저는 라디오가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웃음). 뭐든 빠른 것만을 재촉하는 세상에서 벗어나 디지털이면서도 아날로그적인 공간에서 이런저런 세상 사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삶에 여유가 느껴지거든요.

● 윤 ● 에이~ 센스쟁이!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으시는군요. 저는 직장인들의 퇴근길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의 불만이 가득 담긴 사연들을 많이 접해요. “야근하고 있어요” “부장님이 자꾸 구박해요” 등 갖가지 사연이 들어오는데 이런 사연들을 마주하면 그들에게 에너지를 주고 싶은 책임감 비슷한 게 느껴져서 성심성의껏 힘이 되는 말을 전해드리려고 노력하죠. 스트레스받는 일 있으면 라디오에 사연 한 번 보내주세요. 제가 시원~하게 고민상담 해드릴게요.

● 이 ● 어떤 사연을 쓸지 곰곰이 생각 좀 해봐야겠네요. 윤하 씨는 꿈을 향해 정신없이 달려왔고, 결국 열여섯 소녀의 꿈을 이뤘잖아요. 현재는 또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궁금해요.

● 윤 ● 음악을 평생 하고 싶다는 것! 그리고 최근 갖게 된 꿈은 영화음악 감독을 꼭 해보고 싶다는 것.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부른 OST가 제 자작곡이거든요. 시놉시스를 받고 나서 멜로디를 쓰기 시작했는데 영상을 잘 살려주는 노래를 만든다는 게 참 매력적이더라고요.

● 이 ● 그 꿈 꼭 이뤄지길 빌게요. 윤하 씨의 열정을 본받아 저도 새로운 꿈을 계속 고민해보겠습니다.

● 윤 ● 네~ 저도 오늘을 잊지 않고 학진 씨의 또 다른 꿈에 자극을 줄 수 있도록 좋은 노래 많이 만들게요. 꿈은 항상 찾아나가야 하는 인생의 숙제인 것 같아요. 내가 무얼 좋아하고, 무얼 하고 싶어하는지 생각하는 것. 가슴 뜨거운 일을 찾기 위해 우리 모두 파이팅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