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 & 멘티의 쫄깃 폭신한 떡 케이크 같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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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멘토와 멘티로 남다른 관계를 맺어온 CAE팀 샬론 스텁스 책임과 홍정진 책임, 그리고 OLED분석기술그룹 스베틀라나 라니나 책임과 이수인 사원이 오늘은 사무실이 아닌 서울 강남에 위치한 떡카페에서 만났다. 한국의 대명절 설날을 맞아 ‘퓨전 떡 케이크 만들기’에 도전한 것.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처럼 따스하고, 알록달록 물든 색처럼 고왔던 그들의 ‘첫 경험’이 시작된다.

 

“안녕하세요~ 샬·론·스·텁·스·입·니·다.”

 

자메이카 사나이 샬론 스텁스(이하 샬론) 책임이 오늘 체험을 함께할 스베틀라나 라니나(이하 라나) 책임과 이수인 사원에게 인사를 건넨다. 어설픈 한국어 실력이지만 또박또박 말을 잇는 그의 모습에 왠지 늘씬한 키만큼이나 성격 또한 시원시원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홍정진 책임도 수줍게 인사를 나누는데, 웬일인지 네 명 사이에 살짝 어색함이 감돈다. 알고 보니 라나 책임의 멘토가 바쁜 업무로 인해 갑작스레 함께하지 못했기 때문. 대신 이수인 사원이 구원 투수로 투입됐는데, 첫 만남의 설렘과 기쁨도 큰 반면, 사실 넷 사이의 공감대가 조금 약하기는 했던 것이다.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다 보니 업무적으로는 책임님을 많이 뵈었는데, 그 외의 일로 만나는 건 처음이에요. 그래서인지 많이 어색한 게 사실이고요.”

라나 책임의 파트너로 참석하게 된 이수인 사원이 살짝 속마음을 드러낸다. 아직은 어색함이 크지만 파트너로서의 막중한 책임을 다하려는 듯 라나 책임 옆에 찰싹 붙어 세심하게 챙기는 그녀. 오래된 동료인 샬론과 홍정진 책임, 그리고 처음 추억을 만들게 되는 라나 책임과 이수인 사원. 과연 네 사람은 오늘 어떤 이야기를 그려낼까?

사랑을 그대 품안에…‘러브 인 라즈베리’ 종이 한 장을 앞에 둔 네 명의 사우가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눈을 찡긋찡긋, 고개를 갸웃갸웃 꽤나 깊은 고민에 빠진 듯하다.

 

“이중에서 가장 쉬운 게 뭐예요? 집에서도 간단히 할 수 있는 거요.”

알고 보니 여러 종류의 떡 중 각자 어떤 걸 만들지를 먼저 결정해야 하는데, 다들 떡의 낯선 모습에 ‘멘붕’이 왔던 것. 송은이 사장이 나눠 준 레시피에는 예쁜 떡 케이크 사진이 함께 실려 있는데, 평소 보던 떡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에 잠시 할 말을 잃은 것이다. 예쁜 색깔에 아기자기한 생김새까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가장 먼저 질문을 던진 라나 책임에게 송은이 사장은 라즈베리를 추천한다. 어여쁜 그녀와 잘 어울릴 것 같은데다, 남편도 좋아할 거라는 게 이유다. 그도 그럴 것이 러시아에서 온 라나 책임은 현재 사내커플로 둘 다 일을 하기 때문에 하루 두 끼는 회사에서 먹고, 저녁만 직접 요리를 해먹는 게 일상이다. 둘 다 러시아 출신이라 매일 러시아 음식을 해주고 있는데, 오늘 떡 케이크를 제대로 배워 남편에게 이색 한국 식을 맛보게 해주고 싶다고. 그래서 그녀가 선택한 메뉴는 입에 넣는 순간 사랑에 빠질 것만 같은 ‘러브 인 라즈베리’. 보기에는 크기도 고 꽤 쉬워 보이는데 과연 그녀는 어떻게 완성할지….

모두의 시선이 라나 책임에게 쏠린다. 조심스레 움직이는 손길에 설렘이 가득하다.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음식을 처음으로 만드는 것이다 보니 기대 반, 걱정 반. 과연 그녀는 오늘 요리에 성공해 남편에게 깜짝 선물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 기름을 두르고 쌀가루를 체에 친 후 잼을 바르는 사이, 금세 떡이 완성된다. 아니, 그 손 많이 가고 시간 오래 걸리기로 유명한 떡이 이렇게 간단하다고? 가뜩이나 큰 라나 책임의 두 눈이 놀라움에 두 배는 커진다.

“이 정도면 남편에게 자신있게 선보일 수 있겠다”며 흥이 난 그녀가 (좌측부터) 준비하는 사이, 옆에서는 이수인 사원이 ‘치즈 봄바’를 준비한다. 사진으로만 봐서는 떡이라기보다는 토스트를 닮은 모양. “이래 봬도 떡 맞고요~ 생긴 것뿐만 아니라 만드는 방법도 토스트와 비슷해요. 식빵처럼 구워진 떡 시트 1장을 바닥에 깔고 봄바소스를 바른 후, 그 위에 치즈·햄·케첩·치즈를 올리고 다른 떡 시트로 덮으면 끝. 이 상태로 오븐에서 10분 정도 구워주면 된답니다.”

오늘의 요리 키워드는 혹시 심플? 하나같이 그야말로 초간단 레시피! “집에서 꼭 해먹어보겠다”며 두 여자가 흥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옆에서 지켜보다 ‘그쯤이야!’ 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두 남자. 어디, 그 실력 좀 확인 해볼까? 우리 우정처럼 깊고 진한~ ‘블루베리’

 

“샬론은 평소에 요리를 잘해요. 오랜 자취생활의 노하우랄까요?”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게 유난히 자신감이 넘친다 싶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둘 다 오랜 자취 경력의 보유자였던 것이다. 2006년 영국 유학 시절 같은 학교에서 만난 두 사람은 함께 공부하면서 돈독한 인연을 맺어왔다. 이후 2012년 9월 샬론이 삼성디스플레이에 입사하면서 그 인연은 깊이를 더하게 됐다고.

“샬론은 뭐든 열심히 하고 잘했어요. 공부든, 요리든, 운동이든, 인맥관리 든.”

“다 멘토님 덕분이죠. 홍정진 책임은 제 오랜 친구이자 가족과 다름없어요. 늘 세심하게 챙겨주고, 일에서도 배울 점이 많은 친구거든요.”

훈훈한 덕담이 오고 가니 현장 분위기도 후끈 달아오른다. 최고의 팀 파워를 자랑하며 그들이 선택한 것은 여성팀과는 재료부터 조금 다른 ‘갈릭을 기다려’와 ‘치즈는 블루베리를 싣고’. 산뜻·상큼함이 물씬 풍기던 여성팀의 러브인 라즈베리와 치즈 봄바랑은 이름에서 오는 느낌부터 다르지 않은가. 더 진하고 깊으면서도 개구쟁이 같은 느낌이랄까?

“얼마 전에 팔달문시장에 놀러간 적이 있는데, 재래시장이어서 절구로 떡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그게 신기했는지 샬론이 자기도 해보겠다고 나선 거예요. 그리고 어떻게 됐는지 아세요? 자기가 직접 쳐서 만든 떡을 구경하던 손님들에게 다 판 거 있죠? 넉살이 어찌나 좋은지…. 주인 아저씨께 그 자리에서 인정받았다니까요. 하하.”

두 사람의 우정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는 사이 준비한 모든 떡들이 김을 모락모락 피워올리며 등장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이번에는 데코레이션에 도전해보기로 한다. 나름 ‘주부 9단’을 자처하는 라나 책임이 세심한 손길로 접시에 하트 모양을 그려내고, 케이크 정중앙에는 냉동 라즈베리를 올려 아기자기하게 마무리한다.

반면 샬론은 데코보다는 다른 데 관심이있는 듯 재료 통에 손을 담가 잠깐 맛을 보는 듯하더니, 이내 손가락을 잽싸게 홍정진 책임의 얼굴에 갖다 대며 시럽 자국을 남기고야 만다. 아이들처럼 잠시 ‘소년’으로 돌아간 두 남자.

 “평소 동태찌개, 된장찌개, 돼지갈비 등 토속적인 한국 음식을 잘 먹고 좋아했는데, 새로운 음식을 경험하니 너무 좋네요. 퓨전 떡은 처음이거든요. 쫄깃하면서 우리 입맛에도 맞아 맛있어요. 레시피를 기억해뒀다 집에서 꼭 만들어보려고요.”

요리 좀 한다 하는 남자들도 떡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은데, 샬론 책임의 포부가 야무지다. 어느 자리든 직접 만든 떡을 내놓는다면 ‘무척 특별한 남자’ 로 인정받지 않을까.

“멘토와 함께하지 못해 적잖이 섭섭했지만 새로운 멘티가 생겨서 무척 기분이 좋아졌다”는 라나 책임과 “업무 외의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어서 기뻤다”는 이수인 사원에게도 오늘의 일은 무척 특별한 경험이다.

 

새로운 인연을 만나 즐겁고, 오래된 인연과 함께여서 행복했던 시간. 앞으로도 그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라즈베리처럼 달콤하고, 블루베리처럼 진하게 간직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