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가 들려'

글로벌 IT업체들이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알아들어 비서처럼 일을 도와주는 스마트한 제품 개발에 일제히 뛰어들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킵 메모리 얼라이브(Keep Memory Alive) 센터에서 QLED TV를 선보였습니다. 2,000니트의 최대 밝기와 생동감 넘치는 화질 뿐 아니라 음성인식을 통한 가상개인비서 기능이 행사참석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복잡한 TV 메뉴를 일일히 넘길 필요 없이 음성 명령만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콘텐츠 검색 기능이 획기적으로 개선돼 채널번호, 채널명 뿐 아니라, 스포츠, 드라마 등 장르별 검색까지 지원해 주목 받았습니다. 이 밖에도 화면 밝기 조절, 게임 모드 등 환경 설정도 음성 명령 한번으로 쉽게 바꿀 수 있어 사용자환경(UX)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가전제품에서도 음성인식 기능을 통해 삼성전자는 '스마트홈' 구현에서 한걸음 더 앞서 나갔습니다. 이번 CES에서 처음 공개한 냉장고 '패밀리허브 2.0'은 음성인식 기능을 통해 요리나 설거지 등으로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힘들 때에도 음악 재생, 요리 레시피 읽어주기, 부족한 음식 재료 주문, 최신 뉴스나 날씨 확인 등을 실행할 수 있게 해줍니다.

CES 2017에서는 음성인식을 활용한 인공지능(AI) 적용 제품들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끌었죠. AI 음성인식 기술이 가전, 자동차, 로봇 등에 적용되어 커뮤니케이션의 매개체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아마존의 알렉사는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들에 탑재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습니다. CES를 참관한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전시장에서 장내방송으로 '알렉사'를 외치면 여러 부스의 다양한 제품들이 동시에 반응할 것이라고 예상할 정도였으니까요.

글로벌 IT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음성인식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어시스턴트가 적용된 구글홈, 애플의 시리, 마이크로소프트(MS)의 코타나, 아마존의 알렉사 등이 대표적인 음성인식 기술 플랫폼이죠. 삼성전자는 지난해 애플의 시리를 개발한 비브랩스를 인수해 양사간 협력을 통해 갤럭시S8에 적용할 예정입니다.

애플은 스마트폰, MS는 오피스 프로그램과 웹브라우징, 구글은 웹검색 분야를 기반으로 가상개인비서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아마존과 바이두는 전자상거래 정보를 기반으로, 페이스북은 소셜미디어의 텍스트 정보를 기반으로 메신저를 통한 서비스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AI 음성인식 기술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가상인식비서가 탑재된 제품의 사용자들이 축적하는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효율적이고 정확한 AI 기능을 설정해서 제품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2016년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의 원년으로 일컬어지며 시장의 토대가 마련되었고, 2017년은 음성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AI 시장 확대의 원년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TMR에 따르면, 지능형 가상비서 시장규모는 2016년 8.2억달러에서 연평균 32.8%씩 성장하여 2024년 79억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시스템과 사랑에 빠지는 인간의 이야기를 다룬 2014년 개봉작 영화 'HER'에서 남자 주인공은 음성인식 기반의 AI시스템 '사만사(Samantha)'와 교감하고 사랑을 느낀다는 스토리가 화제를 불러일으켰죠. 다가오는 미래에는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HER' 또는 'HIM'으로 불리는 AI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