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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익살맞은 표정을 짓던 그가 어느 날, 매섭고 서늘한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인터뷰 당일도 그랬다. 드라마 속 캐릭터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아 심장이 말 그대로 쫄깃하다 못해 으스스 얼어붙던 그날.

하지만 그는 벨벳처럼 부드러운 매너와 터지는 팝콘처럼 발랄한 위트로 이 여인의 마음을 녹여버렸다. 스스로를 ‘Hot’하다고 말할 줄 아는 남자, ‘꽃중년’이란 수식어를 거부감 없이 덥석 받아둘 줄 아는 이 남자. 정말, 멋있다.

 

●김영란 사원(이하 김)● 으아, 저 지금 엄청 긴장하고 있는 거 아세요?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 민준국과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아서.

●정웅인(이하 정)● 하하. 드라마 속 인물을 뭐 현실에서까지…. (민준국 눈빛을 쏘면서) 자꾸 그러면 죽일 거다.

●김● 정말 무서워요 ㅜㅜ. 왜, 악역 맡으면 식당 가기도 무섭다고들 하잖아요. 밥도 던지듯이 놓고 가고, 째려보고. 정말 그런가요?

●정● 아뇨.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무서운 연기 잘한다고 반찬 하나라도 더 주셨지. 중학생들은 저더러 “멋있다” “잘생겼다”는 말까지 해주던걸요? 이제 팬층이 중학생으로까지… 후훗.

●김● 하…, 하하. 예. 혹시 아이들도 드라마를 봤나요? 봤다면 아빠를 무서워했을 것 같은데.

●정● 크게 개의치는 않는 것 같아요. 딸만 셋인데 일곱 살짜리 큰 애는 <너목들> 노래를 흥얼거리고 다니고, 둘째랑 막내는 드라마에 제가 나오면 캐릭터 한 번 보고 아빠 얼굴 한 번 보고, 또 캐릭터 한 번 보고 아빠 얼굴 한 번 보고 그랬어요. 아무래도 매치가 잘 안 되긴 하나 봐요.

●김● 연기를 할 때는 캐릭터에 공감을 해야 감정 표현이 가능하잖아요. 그런데 최근 맡았던 배역을 돌아보면 철딱서니 없고 비뚤어진 재벌2세(영화 <전설의 주먹>), 냉혈하기 그지없는 살인자(<너목들>), 거의 20세 연하의 어린 여자를 좋아하게 돼버린 유부남(<드라마 스페셜>)으로 사실 도덕성 면에서는 벗어나 있는 인물들이에요.

●정● 요즘은 드라마가 자극적인 걸 좇는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저런 사람이 어딨어’라며 욕해도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사람이고 일이에요. 뉴스나 인터넷을 보면 제가 맡은 악역보다 훨씬 극악무도한 사람이 수두룩하잖아요. 20세 어린 여자를 좋아하는 거? 그런 일이 평생 한 번도 없을 거 같아요?

물론 좋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면 그건 법적으로든 도덕적으로든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그래서 그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그 사람이 왜 그래야만 하는지. 살인마 민준국도 비뚤어지게 표출해서 그렇지 지고지순한 순애보, 가족에 대한 사랑을 품은 남자였다구요.

●김● 듣고 보니 그렇네요. 시청자 입장에서도 짠하고 안타까운 부분이 있긴 했거든요. 그나저나 드라마의 인기도 대단했지만 정웅인 씨의 열연도 엄청났잖아요. 연기력을 새삼 확인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는데 어떻게, 연말에 상 한번 노려보나요~?

●정● 뭐… SBS에서는 우수상 정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코리아 드라마 어워즈’ 후보에는 올랐다고 하더라고요, 우수연기상으로. 개인적으로 욕심을 더 내자면 김해숙 선배님과 베스트 커플상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보셔서 아시겠지만 정말 대단하신 분이에요. 연기력과 카리스마가… 어후. 상 받으면 축하 메시지 한 통 보내주세요.

●김● 어머, 당연하죠~ 꼭 연락드릴게요! 그러고 보니 정웅인 씨는 장르에 제한이 없는 배우네요. 시트콤에 멜로, 스릴러까지. 좀 더 찐~한 로맨스는 어떤가요?

●정●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사실 저 같은 배우가 없죠(웃음). 멜로를 하게 된다면 오연수 씨랑 꼭 한 번 호흡을 맞춰보고 싶어요. 치명적인 불륜 연기. 제가 예전부터 좋아하던 배우인데, 젊은 여자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뭔가가 있어요. 남자를 바라볼 때 풍기는 묘한 눈빛, 그리고 목소리. 여자는 나이 들수록 이런 게 무척 중요한 것 같아요.

●김● 오연수 씨 엄청 예쁘죠. 여자들이 봐도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매력적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다음 작품에서 또 악역을 맡으셨어요!

●정● 하하. 그러게 말이에요. 2013년은 아무래도 악역의 해인가 봐요. <기황후>라는 드라마인데, 하지원 씨를 끈질기게 괴롭히는 역이에요. ‘왜 이렇게 악역만 맡냐, 이미지가 굳어지지 않겠느냐’라는 우려도 있는데 제 생각은 달라요.

오히려 기존의 코믹한 이미지를 희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사극의 악역은 여느 악역과는 달리 발성 등 중요시해야 할 부분이 좀 더 많거든요. 그래서 스스로 연기력을 검증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로 보고 준비하고 있어요.

●김● 배우로서 정웅인이 지닌 장점, 매력으로 뭘 들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또래이자 대표적인 꽃중년 차승원 씨보다 이건 내가 낫다, 라고 할 만한 것?

●정● 음… 학창시절부터 갈고 닦은 연기력? 하하. 뭐, 어릴 때 멋모르고 한 게 뭐 그리 큰 도움이 됐겠냐, 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그 나이의 어린 감성은 그때밖에 느낄 수 없는 거예요. 그게 제 몸속에 그대로 간직돼 있죠. 그 후로 평생 연기만 생각했고. 그리고 차승원 씨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그 사람은 너~무 비현실적이야. 40대 몸이 그게, 그 얼굴이 어디 말이 돼? 나처럼 이렇게 배도 좀 나와주고 해야 인간적이지.

●김● 20년 뒤의 배우 정웅인은 어떤 모습일까요?

●정● 살아… 있을까요(웃음)? 60대 선생님들 보면 낙이 다 같더라고요. 맛있는 거 먹고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놀러 다니고. 그때 되면 느끼겠죠. 젊었을 땐 내가 왜 그리 치열하게 살았을까. 하지만 40대의 치열함이 60대의 윤택함을 보장해준다 생각해요. 딸내미들 등록금 걱정 안 하기 위해 지금 치열하게 사는 거죠.

●김● 하하. 정웅인 씨도 어쩔 수 없는 가장이네요. 그러고 보니 지난달에도 사보에서 세 딸 아빠를 만났더랬어요. 개그맨 김대희 씨. 딸만 원했는데 딸이 주루룩 태어났다며 너무 행복해하시던데 정웅인 씨는 어떠세요?

●정● 아… 이 자식 또 거짓말했네. 평소에 소주도 마시고 친하게 지내는데, 아들 원해~(농담 농담). 언젠가 차에 남자애 둘을 태운 적이 있는데 정말 문고리가 날아가요.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그래도 한편으로는 아들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종손이라 집안 대소사를 챙길 사람이 필요하니까. 근데 또 주변의 나이 드신 분들은 아들 필요 없다고 해요. 왜 그런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김● 어느 인터뷰에서 ‘신이 내게 하나 더 준 게 있다면 12세 연하의 아내’라고 하셨던데 그럼 딸들은 어떤 존재예요? 나중에 딸들이 이 사실을 알면 섭섭해하겠어요.

●정● 섭섭해도 어쩔 수 있나. 전 애들 빨리 분양하고 와이프랑 여행이나 다니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캠핑카 하나 끌고. 딸들은 ‘덤’이라고 생각해요. 집에 갔을 때 “아빠~” 하며 달려와 안기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효도하고 있는 거죠.

●김● 배우로서 대중에게 디스플레이하고 싶은 ‘정웅인만의 감성’이 있다면?

●정● 제가 보여주는 기쁨, 슬픔, 분노를 날것 그대로의 감성으로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가 보여드리는 다양한 모습 또한. 기존처럼 재미있는 것만 하면 저는 분명 악역에 대한 갈증을 느낄 거예요. 그냥, ‘정웅인 별거 없구나.

우리와 다르지 않구나’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저도 경제적으로 엄청 힘든시기가 있었고, 그래서 대출도 받았고, 가정적인 남자지만 일에 대한 욕심도 있는 그런 평범한 사람이에요. 그러니 저에 대한 환상이나 편견은 가지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저를 봐주세요. 다변화된 인물 보여드릴게요.

●김● 아아, 정말 무척 좋은 시간이었어요. 사실 저 며칠 뒤에 생일이거든요. 그래서 정웅인 씨 인터뷰 신청한 건데, 정말 생애 최고의 선물이 될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해요.

●정● 앗, 정말요? 축하드려요 완전! 그런데 절 만나겠다고 직접 신청을 하신 거예요? 고마워서 어쩌나. 삼성디스플레이, 제품만 좋은 줄 알았더니 참 좋은 회사네. 사우들한테 이런 기회도 제공해주고.

●김● 저희 회사에 대해 아세요?

●정● 그럼요. 내 핸드폰도 갤럭신데? 화질이 아주 좋아. AMOLED죠 그게? 극장에서 광고도 봤고. 여튼 생일 다시 한 번 축하드려요. 모쪼록 좋은 추억이 되길 바래요. 앞으로도 좋은 기술, 제품 만들어주시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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