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틀리는 맞춤법 1위는 ‘어이없다’를 ‘어의없다’로 잘못 쓰는 것이랍니다. 언뜻 보면 쉬운 문법 같아도 문자메시지나 메일을 쓸 때 가끔 헷갈리는 단어들이 있는데, 조심해야합니다. 받침 하나로도 의미가 크게 바뀌는 표현들이 있답니다.

글_경향신문 어문팀 엄민용 부장

일러스트_김영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습니다. 같은 말이라도 표현 방법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으니 신중하게 말하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상하다’와 ‘성하다’는 정말 ‘아’와 ‘어’의 차이로 그 의미가 극명하게 갈립니다. ‘어머니’와 ‘어머나’도 점 하나로 의미가 확 달라집니다.

그런데요. 아 다르고 어 다를 뿐 아니라 받침 하나의 작은 차이로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기도 합니다. 특히 받침을 잘못 씀으로써 아주 망발이 되는 사례도 있으므로, 사소한 받침 하나라도 정확히 사용하려는 말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썼다가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는 말 중 대표적인 사례가 ‘애끓다’입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전하는 신문과 방송들도 “야속한 바다… 애끓는 기다림” 따위처럼 ‘애끓다’를 많이 쓰고 있는데요. 이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생때같은 자식이나 가족을 잃고 그저 애만 끓일 사람이 세상천지 어디에 있겠습니까.

일부 생선의 간을 가리키기도 하는 ‘애’는 ‘창자’의 옛말입니다. ‘애간장 녹이다’와 ‘애가 타다’의 ‘애’는 모두 창자를 뜻하지요. 그런데 이 ‘애’가 끓는다고 하면, 그것은 “몹시 답답하거나 안타까워 속이 끓는 듯하다”는 뜻의 말밖에는 안 됩니다. 속상해한다는 정도의 말인 것이죠.

세월호 침몰 사고 같은 경우에는 ‘애끓다’가 아니라 ‘애끊다’를 써야 합니다.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 곧 죽을 것 같은 고통으로 비유해야 합니다. 옛말에 부모가 죽으면 청산에 묻지만, 자식이 죽으면 부모의 가슴에 묻는다고 했습니다. 가슴에 묻은 자식은 부모가 목숨을 놓을 때까지 그 가슴을 후벼팔 겁니다. 그런 죽음보다 깊은 아픔을 두고 ‘속상해한다’고 말하는 것은 이미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진 유가족의 창자를 또다시 찢어놓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ㄴ’과 ‘ㄹ’의 차이가 이렇게 큽니다.

‘낫다’ ‘낳다’ ‘났다’도 받침에 따라 의미가 확 달라지는 말입니다. 우선 ‘낫다’는 “병이나 상처 따위가 고쳐져 본래대로 되다”를 뜻하는 말로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 따위처럼 쓰입니다. “보다 좋거나 앞서 있다”를 의미하는 말로 “서민들 살기에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로 쓰이기도 합니다.

이와 달리 ‘낳다’는 “배 속의 아이, 새끼, 알을 몸 밖으로 내놓다” “어떤 결과를 이루거나 가져오다” “어떤 환경이나 상황의 영향으로 어떤 인물이 나타나도록 한다(배출하다)”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새끼를 낳다” “자식을 낳아 기르다” “불신을 낳아 협력 관계가 무너졌다” “그는 우리나라가 낳은 천재적인 과학자다” 따위처럼 쓰이죠.

그러나 ‘났다’라는 낱말은 없습니다. ‘났다’는 “신체 표면이나 땅 위에 솟아나다(여드름이 나다)” “길, 통로 따위가 생기다(길이 나다)” “어떤 사물에 구멍, 자국 따위의 형체 변화가 생기다(흔적이 나다)” “신문·잡지 따위에 실리다(기사가 나다)” “자연재해가 일어나다(홍수가 나다)” “돈·물건 따위가 생기다(돈 나다)” “인물이 배출되다” 등의 뜻으로 쓰이는 ‘나다’를 활용한 형태입니다. ‘가다’를 활용해 “나는 집에 갔다”로 쓴 것과 똑같죠.

이런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엉뚱한 표현을 만들기 쉽습니다. “형이 동생 보다 났다”고 할 때의 ‘났다’도 그중 하나죠. “무엇보다 무엇이 좋다”는 의미를 나타내려면 ‘나다’를 활용한 ‘났다’가 아니라 ‘낫다’로 써야 하니까요. “형이 동생보다 낫다”인 거죠.

또 병이 생긴 것은 ‘병이 났다’로, 병이 없어진 것은 ‘병이 나았다’로 써야 합니다. 흔히 “돈 낳고 사람 났냐. 사람 낳고 돈 났지”라고 말하는 표현 속의 ‘낳다’도 잘못 쓴 말입니다. 이때는 ‘나다’를 활용해 써야 합니다. 사람은 출산할 수 있겠지만 돈은 출산할 수 없으니, ‘낳다’를 쓸 수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나”가 바른 표현입니다.

‘맞다’와 ‘맡다’도 헷갈리기 쉬운 말입니다. “부장님께 서류 결재 ○고 올게”라고 할 때 아마 열에 아홉은 ○의 자리에 ‘맞’을 쓸 겁니다. 그러나 어떤 ‘검사’나 ‘결재’ 뒤에는 ‘맞다’를 쓸 수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검사’나 ‘결재’를 받는 것은 검사와 결재 대상의 잘함과 못함을 평가받아 어떤 승인이나 허락, 증명 등을 구하기 위함입니다. 그런 뜻을 지닌 말은 ‘맞다’가 아니라 ‘맡다’입니다.

‘맡다’가 바로 “면허나 증명, 허가, 승인 따위를 얻다”를 뜻하는 말이거든요. ‘결재 맞다’를 ‘결재 맡다’로 써야 함은 우리가 소리 내는 습관에서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부장님께 결재를 ○○○”에서 ○○○에 들어갈 말을 [마 따]와 [마잗따]로 소리 내보세요. 또 “결재 ○○ 후 퇴근하라”에서 ○○에 들어갈 말을 [마튼]과 [마즌]으로 소리 내보세요. [마잗따]와 [마즌]은 많이 어색하고, [마 따]와 [마튼]이 훨씬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받침이 헷갈릴 때는 자음의 어미 대신 모음 어미를 집어넣어 발음하면 금방 알게 됩니다.

이 밖에 “라면은 불기 전에 먹어야 맛있다”는 “라면은 붇기 전에 먹어야 맛있다”로 써야 하고, ‘수저’에 ‘가락’이 붙으면서 ‘숟가락’과 ‘젓가락’으로 받침이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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