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2017 디스플레이위크가 지난 22일(현지시간)부터 26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작년 SI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성장 가능성을 봤다면 올해 SID에서는 자동차, AR·VR(증강·가상현실) 등에 OLED를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과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주요 기업들의 최신 기술 흐름을 살필 수 있는 전시회에서 첨단 OLED 기술은 물론 LCD의 변신이 눈길을 끌었다. 첫 기조 연설자로 나선 폴 펭 AUO 회장이 투명 LCD, 플렉시블 LCD 등 LCD의 변신 사례를 들며 "LCD는 미래에도 가장 시장 지배적인 기술이 될 것"이라고 강조해 디스플레이 위크 내내 화제가 됐다.

반면 OLED 구조를 처음 규명해 'OLED 아버지'라 불리는 칭 탕 박사는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OLED는 최소 5년에서 최대 10년 안에 LCD를 넘어설 것"이라고 정면 반박해 상반된 시각을 보여줬다. 앞선 OLED 기술로 시장을 빠르게 장악한 한국 기업과 상대적으로 LCD 의존도가 높은 일본 기업간의 신경전과 전략 방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동시에 진화하는 OLED와 LCD, 한계는 없다

'SID 2017'에서 가장 화제가 된 전시 제품 중 하나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연구개발 중인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였다. 작년 홀로그래픽 3D 디스플레이로 관람객 눈길을 사로잡았던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세계 최초로 일반에 공개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전시회 출품작 중 가장 진보한 기술 및 제품, 시스템에 수여하는 '베스트 인 쇼(Best in Show)'를 수상했으며 이 제품을 보기 위해 1시간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는 관람객이 많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개한 9.1형 스트레처블 OLED는 화면을 위나 아래서 누르면 늘어났다가 다시 평평한 상태로 돌아오는 신축성이 특징이다. 최대 12㎜ 깊이로 화면이 늘어나면서 기존 화질은 그대로 유지한다. 해상도가 HD급에 못 미쳐 아직 더 많은 연구개발이 필요하지만 전시회에 출품해 시연할 정도 수준이라는 점에서 시장에 여러 의미를 던진 제품이었다.

5.09형 무안경 3D OLED, 1.96형 VR용 UHD급 2250ppi 초고해상도 LCD는 진화하는 OLED와 LCD 기술을 잘 보여준 사례다. 특히 VR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가 기술 한계에 직면한 데 반해 LCD로 높은 해상도를 구현해 눈길을 끌었다.

전통 LCD 강국인 일본 재팬디스플레이(JDI)는 주로 LCD 제품군을 중심으로 기술력을 알리는데 집중했다. JDI 전시품 중 투과도 80%에 달하는 4형 풀 컬러 투명 LCD가 화제였다. 그동안 LCD에서 투과도 50~60% 수준을 구현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를 큰 폭으로 뛰어넘은 것이다. 중국 티안마는 27형 투명 LCD를 전시했는데 풀HD 해상도를 구현했지만 투과율은 18.6%에 그쳤다.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LCD 제품도 눈에 띄었다. 특히 LCD 기술력이 높은 일본 기업은 물론 중국도 자유로운 디자인과 눈부심 방지 기술을 적용한 LCD를 선보였다. OLED 기술력이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뒤처진 만큼 기존 LCD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해 새로운 시장에 대응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중국, 발전속도 빠르지만 위협 느낄 수준 아니다

중국 패널 제조사 중 BOE와 티안마가 SID 전시에 참가했다. 티안마는 국내 기업과 동일하게 가장 큰 규모로 부스를 꾸미고 자동차용 LCD, 폴더블 OLED, 인셀 포스터치 LCD 등을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BOE는 대형 LCD TV 패널과 중소형 플렉시블 OLED를 고르게 전시했다. 아웃 폴더블 OLED를 시연했지만 별도 힌지 없이 전시해 상용화 가능성을 가늠하기 힘들었다. 5형과 14형 양자점 발광다이오드(QLED) 패널도 전시했다. 중국 패널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OLED TV 패널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는 BOE는 향후 QLED TV 개발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아직 80ppi 해상도에 그치지만 패스트 팔로워를 넘어 퍼스트 무버가 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BOE, 티안마, AUO 모두 첨단 제품군을 전시했지만 전반적으로 한국 업체들의 기술력을 위협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전시회를 둘러본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특히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경우 BOE, 티안마, AUO가 모두 전시했지만 구부러지는 부분에 접힌 자국이 뚜렷하게 보이는 등 아직 기술 수준이 상용화와 거리가 멀었다.

국내 패널 제조사가 OLED는 물론 LCD 기술 장점을 살려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한국 디스플레이가 여전히 경쟁국가와 수년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이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사용한 QLED 패널을 선보이는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 대비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한국 기업이라면 아직 대중에게 선보이지 않을 만큼 기술적 수준이 높지 않지만 계속 새로운 개발 결과물을 내놓으며 '기술 선도기업'의 이미지를 세계에 각인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막강한 정부 지원을 받으니 수율이 낮아도 기업 생존에 문제가 없고, 제품 품질이 낮아도 이를 소비하는 시장이 있는 게 중국이다. 한마디로 당연한 시장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기업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다.

올해 전시회를 둘러본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이 위축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이 작년 전시회에서 상당한 기술 진보를 보여줬지만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는 신기술 영역에서는 아직 국내 기업과 상당한 격차가 있음을 재차 확인했기 때문이다. 전문가 육성, 핵심 기술 개발, 새로운 시장 접목 노력이 선순환하며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쟁력을 계속 키워나가길 바란다.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