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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이나 새벽에 작업을 하는 건설노동자나 환경미화원이 착용하는 안전 조끼에 불빛을 비추면 그 빛이 반사되어서 쉽게 알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빛이 어느 방향에서 어떤 각도로 들어오더라도 빛을 광원의 방향으로 되돌려 보내는 재귀 반사 때문인데, 이처럼 재귀 반사란 광원에서 나온 빛이 어떤 사물에 닿은 뒤 원래의 자리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일컫는다.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 중에 가장 특이한 것을 하나 꼽자면 빛이다. 빛은 원자핵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가 높은 에너지 상태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할 때 만들어지며, 이렇게 미세한 변화의 과정에서 방출되는 빛을 통해 우리는 사물과 우주를 관측할 수 있다. 모든 빛은 진공에서 초속 30만 km로 움직이며, 매질이 없이 전파되는 전자기파다. 물리학에서 빛은 전자기파 자체를 포괄하는 개념이지만, 보통 빛이라고 하면 400nm에서 700nm 사이의 파장을 갖는 가시광선을 의미하기도 한다. 전자기파 전체와 비교해보면 가시광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다. 하지만 우리는 가시광선 파장대의 빛을 볼 수 있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빛은 가시광선이 유일하다.

빛은 투과(Transmission), 반사(Reflection), 흡수(Absorption)라는 세 가지 중요한 성질을 갖는다. 투과는 말 그대로 빛이 어떤 물체에 도달했을 때, 물체를 통과해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반사는 빛이 물체의 표면을 통과하지 못하고 다른 방향으로 튕겨 나가는 것이며, 흡수는 물체의 표면을 통과한 상태에서 결국 물체 자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각각의 물체마다 빛이 투과되는 정도는 차이가 있으며, 이를 나타내는 고유한 물리량을 ‘투과율’이라고 부른다.

빛의 성질 중에 가장 재미있는 특성은 반사이다. 어린 시절 자신에게 향하는 비하 발언에 대해 동요하지 않고 침착하게 상대방에게 돌려주던 반사를 기억할 것이다. 여기에 빛의 분산 및 굴절 현상이 결합된 ‘무지개 반사’를 외쳐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실존하는 빛의 반사가 얼마나 경이로운지 이해할 수 있다.

물리학에서 의미하는 반사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는데, 우선 거친 표면에 입사하는 빛은 난반사를 일으킨다. 이 경우, 빛은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기 때문에 원래 빛을 방출했던 광원으로 되돌아오는 빛의 양은 매우 부족하게 된다. 야간처럼 어두운 날, 제대로 보이지 않는 대부분의 물체는 빛을 비추면 난반사가 일어난다. 거울 반사는 유리처럼 매끄러운 표면을 빛으로 비추었을 때 일어나는 현상으로, 입사하는 빛의 각도와 동일한 방향으로 빛이 반사된다. 만약 빛을 물체에 정확하게 수직으로 비추었다면, 빛은 거울 반사로 인해 광원으로 되돌아온다.

이 중에서 재귀 반사는 가장 독특하다. 광원으로부터 방출된 빛이 물체의 표면에 반사되어 원래의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반사를 의미하는데, 빛을 비추는 각도와 무관하게 원래 광원의 방향으로 빛을 되돌려 보낸다. 거울 반사가 정면으로 들어오는 빛만 광원으로 반사하는 것과 다르게, 재귀 반사는 모든 빛을 원래 자리로 돌려보낸다. 마치 혼자서 속이 빈 고무공으로 스쿼시를 할 때, 어떤 방향으로 라켓을 휘둘러도 공이 무조건 내가 서 있는 위치로 돌아오는 것과 같다. 이때 벽과 주고받는 공은 빛이며, 스쿼시 코트를 둘러싼 사방의 높은 벽은 재귀 반사가 가능한 소재라고 볼 수 있다. 입사하는 빛을 원래 자리로 되돌려 보내는 재귀 반사는 도대체 어떤 원리일까?


플래시를 받으면 빛나는 고양이의 눈도 재귀 반사 원리!

재귀 반사는 빛의 반사 방식 중 하나이며, 역반사라고도 부른다. 한밤중에 빛나는 고양이의 눈을 보고 깜짝 놀란 기억이 있을 것이다. 고양이는 빠른 속도로 골목을 누비며, 높은 곳도 날렵하게 올라가기 때문에 도둑고양이라는 부정적인 별명도 갖고 있는데, 특히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환하게 빛나는 고양이의 눈은 사람들에게 신기하면서도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고양이의 눈은 야간에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하는데, 이는 타페텀(Tapetum, 휘판)이라는 눈의 망막 뒤쪽에 있는 반사층 덕분이다.

일종의 거울 역할을 하는 이것은 동공을 지나 망막을 통과한 빛을 반사시켜 다시 망막 쪽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시력의 감도를 높여 어둠 속에서도 사물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전구를 그냥 켜는 것보다 거울 앞에서 켜면 전구의 빛이 더욱 밝아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들어간 빛이 원래 자리로 돌아오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때 고양이의 눈은 더욱 밝게 빛나는 것이며, 이처럼 사람이나 동물의 눈동자가 빛을 받으면 밝게 빛나는 현상의 근본 원리는 재귀 반사에 있다.

▲ 입사 방향 그대로 반사하는 코너 반사경 (출처: 위키피디아)

재귀 반사의 원리를 더욱 간단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2차원상에서 거울 두 개를 90도의 각도로 결합하면 된다. 이러한 구조를 코너 반사경(Corner reflector)이라고 하는데, 입사된 빛이 두 번의 연속 반사를 거치면 최종적으로 반사되는 방향은 처음 입사한 방향과 동일해진다. 현실과 동일한 3차원에서는 거울 세 개를 각각 90도의 각도로 결합한 코너 반사경을 사용할 수 있다. 정육면체에서 3개의 면만으로 만든 모서리 형태를 떠올리면 된다. 빛이 아닌 소리로 간단히 실험해볼 수 있는데, 방구석을 향해 소리를 지르면 소리 역시 되돌아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원리로 송신된 마이크로파를 원래 위치로 반사하는 레이더 테스트용 코너 반사경도 있다.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개발된 재귀 반사 필름

이러한 재귀 반사의 원리가 널리 사용되는 소재는 반사 필름이다. 1937년, 간단히 만들 수 없는 아주 얇은 막의 형태로 재귀 반사가 쉽게 일어날 수 있도록 개발된 세계 최초의 반사 필름이 미국에서 등장했다. 1939년에는 미국 미네소타의 한 고속도로에 반사 필름을 이용한 야외용 간판이 처음으로 설치되었다. 야간에 자전거나 자동차를 탄 운전자들은 당연히 헤드라이트를 켜고 주행하는데, 이때 헤드라이트에서 나오는 밝은 불빛이 반사 필름의 표면에 닿아 광원 근처에 있는 다른 운전자나 사람들에게 가장 밝은 빛으로 반사되기 때문에 운전자가 운전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밤에 길을 나서는 보행자도 눈에 잘 띄지 않는 어두운 옷 대신 반사 필름이 부착된 옷을 착용하면, 대부분의 교통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통계자료도 존재한다.

▲ 도로의 안전을 책임지는 재귀반사 (출처: YTN 사이언스)


재귀 반사를 이용해 달과의 거리를 측정하다

▲ 재귀 반사 원리를 이용한 아폴로 11호의 레이저 거리측정 장치(좌)와
아폴로 15호의 레이저 반사 장치 구조(우)

재귀 반사의 원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의 역사에 활용되었다. 대표적인 재귀 반사의 예시는 50년이 넘게 계속되고 있는 아폴로 실험이다. 미항공우주국 NASA의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지 이미 52년이나 지났지만, 당시 아폴로 우주 비행사들이 달 표면에 남겨두고 온 레이저 실험 장치는 여전히 지금까지 사용 중이다. 1969년 달에 착륙했던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은 100개의 석영 유리 프리즘 배열로 구성된 ‘레이저 거리측정 반사 장치(Laser Ranging Retro-Reflector, LR3)’를 달 표면에 설치했고, 이후 미국은 아폴로 14호와 15호의 우주 비행사들이 설치한 반사 장치까지 총 3개를 남겼다.

이 반사 장치들은 전력이 필요 없는 간단한 구조라 먼지가 쌓여서 빛이 막히지만 않는다면 수명이 무한대에 가까웠다. 지구에서 달을 향해 발사한 레이저 광선이 달의 반사 장치에 부딪혀서 반사되고, 다시 원래 자리에 도착하는 시간을 측정하면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를 아주 정밀하게 구할 수 있다. 이러한 관측을 통해 달이 지구로부터 매년 3.8cm씩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달의 내부 구성 물질을 새롭게 발견하거나 조석력으로 인해 달의 표면이 주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도 달에 놓인 반사 장치를 통해 알아냈다.


일상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재귀 반사 원리 

▲ 헤드라이트 빛을 받아 빛나는 도로 표지판 (출처: 3M)

교통표지판은 운전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전달한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이동하거나 어두운 야간에는 운전자가 교통표지판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며, 표지판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재귀 반사 성능이 좋은 표지판을 활용한다면 비용 대비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초기에 작업복이나 유니폼에 주로 적용되던 재귀 반사가 이제는 아웃도어나 스포츠, 신발, 가방, 액세서리까지 적용되며 패션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을 정도이니, 이제는 단순히 안전을 넘어 문화의 영역까지 과학기술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재귀 반사 소재를 이용한 패션 (출처: Stone Island)

최근에는 이러한 기술이 우리나라 자동차 번호판에도 도입되었는데, 이미 유럽이나 미국 등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재귀 반사 원리를 이용한 필름식 번호판을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번호판 위변조 방지는 물론 야간에 먼 거리에서도 식별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고 예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직 재귀 반사 필름을 다양한 소재에 부착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고, 적용하는 기술 자체가 고가라는 측면도 있지만,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 해왔던 재귀 반사가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 기대된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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