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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도가 높은 달달한 사탕을 먹어본 경험을 떠올려보자. 한참을 입안에 넣고 있다 보면 혀의 감각이 약간 무뎌지고 거칠게 느껴졌다는 사실도 기억이 날 법 하다. 바로 오늘 다룰 주제인 ‘삼투현상’의 사례다. 혀 안의 수분이 고농도의 사탕액과 만나 혀 바깥으로 빠져나가버려, 혀가 거칠게 느껴진 것이기 때문이다. 반투과성 막이 있을 때 물이 저농도에서 고농도로 거꾸로 흐르는 듯한 독특한 현상인 ‘삼투현상’이란 무엇일까?


‘삼투현상’은 평형의 원리!

‘삼투’는 사전적으로 ‘스며들어 투과한다’는 뜻으로, ‘삼투현상’이란 ‘반투과성 막’을 경계로 농도가 ‘낮은’ 용액에서 농도가 ‘높은’ 용액으로 물이 이동하는 현상이다.

저농도에서 고농도로 물이 이동한다는 것이 오히려 거꾸로 가는 현상처럼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만약 소금의 농도가 높은 물과 농도가 낮은 물을 섞으면 농도가 높은 물이 전체적으로 퍼지면서 평균적인 농도를 만드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맞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 높이가 같아지고, 뜨거운 열이 차가운 열과 만나면 열 평형을 이루듯이, 평형의 원리를 따르는 이 현상을 우리는 ‘확산’이라고 부른다.

▲ 반투과성막인 셀로판지를 장착한 삼투현상 장치

하지만 삼투현상도 역설적으로 평형의 원리 때문에 발생한다. 위 사진과 같이 농도가 다른 액체를 서로 만나게 하되, 중간에 일부 입자만 투과가 가능한 반투과성 막을 설치해 보았다. 앞서 얘기한 것 처럼 농도를 같게 만들려는 물질의 ‘확산’의 원리에 의해 진한 설탕물은 저농도의 물로 가려고 하는 성질이 나타난다. 그런데 설탕물 가운데 설탕 입자는 크기가 커서 셀로판지(반투과성 막)를 통과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다. 설탕이 빠져나가야 농도 평형이 맞춰질텐데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 물질의 평형을 맞추는 또 다른 방법이 혹시 있을까? 그렇다. 반대로 저농도의 순수한 물만 설탕물 쪽으로 이동하면 전체적으로 농도 평형이 맞춰진다. 셀로판지는 설탕 입자의 이동은 막지만, 물 분자의 이동은 막지 못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실험 장면을 보면 설탕물 용기 안의 물의 양이 처음보다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평형을 맞추려면 물질의 특성과 입자 크기에 따라 선택적으로 투과시키는 반투과성 막의 특성으로 인해, ‘물’이 ‘저농도’에서 ‘고농도’로 이동하는 독특한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치밀한 구조로 세균을 철벽 방어하는 달걀 껍데기와 안쪽 막

달걀 껍데기의 안쪽 막은 삼투현상 실험을 위한 대표적인 반투과성 막이다. 일단 달걀의 안쪽 막을 원형 그대로 만나기 위해서는 탄산칼슘이 주요성분인 딱딱한 껍데기부터 제거해야 한다.

▲ 마치 크래커처럼 구멍이 나 있는 달걀의 바깥쪽 껍데기(좌)와
두 겹으로 이루어진 달걀 안쪽 막(우)

달걀 안쪽 막을 현미경으로 보면 단일 막이 아닌 매우 치밀한 구조임을 관찰 할 수 있다. 외난각막과 내난각막, 두 겹의 막이 흰자를 둘러싸고 있다. 달걀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큰 단세포 중 하나이며, 달걀의 안쪽 막은 곧 달걀의 세포막이다. 생물의 세포막은 반투과성 막으로 분자의 크기가 큰 것은 통과시키지 못한다. 또한 선택적 투과성을 가지고 있어서 세포 내에 필요한 물질들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러한 달걀 안쪽 막의 특성 때문에 달걀 속으로 세균들이 침투하지 못하게 되지만, 반대로 물 분자나 산소 분자는 투과가 가능해, 외부로부터 산소를 받아들여 안에서 호흡한 후 바깥으로 이산화탄소를 내보낼 수도 있다.


달걀을 식초에 퐁당!! 탱글탱글 말랑말랑 누드 달걀 만들기!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삼투현상을 확인하기 위해, 탱글탱글 말랑말랑한 누드 달걀을 만들어 보도록 하자!! 불투명하고 딱딱한 달걀 껍데기 때문에 평소에 우리는 달걀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다. 물론 깨뜨려서 볼 수는 있지만, 깨뜨린 후 중력의 영향으로 퍼진 노른자와 흰자가 아니라, 동그란 상태 그대로를 투영해 보기 위해서는 먼저 달걀 껍데기를 녹여 누드 달걀을 만들어야 한다.

▲ 탄산칼슘인 달걀 껍데기는 식초와 만나 녹는다

달걀 껍데기를 녹이기 위해서는 식초와 같은 산성을 띤 물질을 이용하면 된다. 달걀을 식초에 24시간 정도 담가두면 바깥쪽의 탄산칼슘 껍데기는 모두 녹아버리고, 노른자가 훤히 다 비쳐 보이는 누드 달걀을 만날 수 있다. 이 달걀을 손으로 눌려보면 탄성력이 대단한 것을 경험할 수 있다. 탄성력이란 원래 모양으로 되돌아오려는 힘이다. 눌렀다 놓았다 하면 말랑말랑하면서도 탱글탱글한 누드 달걀의 탄성을 손으로 느낄 수 있다.

▲ 식초에 담근 후 하루 만에 얻은 누드 달걀(좌)과
시간이 흘러 반투과성 막을 통해 수분이 증발해 크기가 줄어드는 달걀들(우)


누드 달걀로 알아보는 삼투현상, 달걀로 만드는 미니 분수

이렇게 얻은 누드 달걀로 삼투현상을 실험해 볼 수 있다. 식초에서 꺼낸 누드 달걀을 다시 12시간 정도 물속에 넣어둔다. 달걀이 터질 듯이 부풀어 있는 상태가 되는데, 달걀 안쪽이 상대적으로 고농도이므로 물이 반투과성 막인 달걀 안쪽 막을 통해 달걀 속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만약 하루 정도 더 그대로 물속에 넣어 두면 달걀은 마치 폭발하듯이 터져버린다. 펑~! 하고 말이다.

터지기 직전 불어 있는 달걀을 꺼내서 날카로운 바늘로 한번 찔러주면 물이 작은 분수처럼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미리 물 속에 식용색소를 넣어두면 컬러 미니 분수를 즐길 수 있다. 식초 냄새와 이른바 달걀 비린내가 살짝 나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운치 있는 분수를 감상할 수 있다.

▲ 식용색소를 넣은 물 속에 담가 두었던 누드 달걀을 바늘로 찌르면
삼투현상에 의해 농도가 높은 달걀 내부로 들어갔던 색소 물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디스플레이 공정에 사용되는 ‘초순수’ 생산에도 삼투 원리 활용

첨단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는 ‘초순수(Ultra-Pure Water)’라는 초고순도의 물이 사용된다. 물속의 미립자 단계의 이물질까지도 거의 남지 않도록 최대한 제거한 순수한 물분자 상태에 가까운 물이다. 초순수는 외부에서 공급받은 물을 고순도로 정수처리 해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도 삼투압의 원리가 사용된다. ‘역삼투’ 라는 기술을 활용하는데, 유기물과 이온을 제거할 수 있다.

▲ 왼쪽은 삼투현상, 물이 반투과성 막을 통해 저농도에서 고농도로 이동한다.
오른쪽은 역삼투현상, 고농도 쪽에서 삼투압보다 강한 압력으로 밀어내어 물이 고농도에서 저농도로 이동한다.

역삼투의 원리는 말 그대로 삼투와 반대라는 뜻이다. 역삼투는 오히려 고농도 쪽에서 삼투압보다 더 강한 압력을 가해 밀어내게 되면, 물 속의 물질은 통과 못 하고 물만 반투과성 막을 통과하면서 저농도 쪽에서 오히려 물의 양이 늘어나게 된다. 정수가 안 된, 농도가 높은 쪽의 물이 수압에 의해 반투과성 막을 통과하게 되는 것인데, 이때 오염물질들은 막을 통과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이 방식으로 통과한 물은 상당히 많은 불순물을 거른 깨끗한 물이 된다.

삼투현상은 원리를 알면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과학 원리다. 김치를 만들 때 소금물에 담그는 이유, 욕조에 오래 몸을 담그면 피부가 쪼글쪼글해지는 이유 등 찾아보면 삼투의 원리가 나타나는 예는 상당히 많다. 이제 일상에서 농도 차이로 인한 액체의 이동이 생기는 모습을 포착한다면, 삼투현상으로 발생한 것은 아닌지 보다 과학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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