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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유리궁전을 꿈꾸는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건물에서 창(窓)이 차지하는 면적이 점점 늘어나더니 아예 외벽이 전부 유리창으로 뒤덮인 건물까지 등장하고 있다.공공청사부터 사무용 빌딩, 주상복합 아파트까지 현대판 유리건물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건물 외벽을 유리창으로 장식하면 내부에서는 탁 트인 조망을 확보할 수 있고 바깥쪽에서는햇빛이 반사돼 번쩍이며 빛이 난다.하지만 실제 건물 내에서 생활해 보면 화려한 겉모습만큼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냉난방이 취약하다는 점인데,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날 에어컨을 틀면  전기료에 놀라게 된다.

유리창이 갖고 있는 이와 같은 문제를 극복한 똑똑한 창 ‘스마트 윈도(Smart Window)’가 뜨고 있다.스마트 윈도란 바깥의 태양광이 실내로 얼마만큼 들어올지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유리창으로,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냉난방 효율을 높여 쾌적한 실내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외부 환경에 따라 스스로 실내 온도를 조절하는 수동형 스마트 윈도

스마트 윈도가 태양광을 얼마만큼 통과시킬지 조절하는 방식은 크게 수동형(Passive)과 능동형(Active)으로 구분할 수 있다. 수동형 스마트 윈도는 유리창이 주변 환경 조건에 따라 자기 스스로 알아서 변하는 방식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스마트 윈도가 작동할 때 전원을 넣을 필요가 없다고 이해하면 된다. 수동형 스마트 윈도는 외부 환경에 따라 스스로 투광도를 제어하기 때문에 에너지 절감에 제격이라는 장점이 있다. 광변색과 열변색, 열방성 등의 방식이 대표적이다.

광변색(Photochromic)은 태양광의 세기에 따라, 열변색(Thermochromic)은 외부 기온의 변화에 따라 투광도가 조절되는 방식이다. 태양광의 세기와 외부 기온이 변화함에 따라 스마트 윈도에 충진된 재료에 산화·환원 반응이 일어나 유리창 색에 변화가 나타난다. 유리창 색이 어두워지면 태양광이 건물 내부로 잘 투과되지 못하고, 유리창 색이 투명해지면 태양광이 건물 안으로 흘러 들어오게 된다.

▲ 광변색과 열변색의 예시, 포토크로믹 선글라스(왼쪽)와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머그잔 (오른쪽)

한편 열방성(Thermotropic)은 충진된 재료가 열에 의해 액체에서 고체로 상전이가 일어나 투광도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주로 물과 잘 결합하는 친수성(Hydrophilic) 고분자를 사용하는데 특정 온도에 도달하면 물에 섞이지 않으려는 소수성(Hydrophobic)으로 성질이 바뀌면서 고체 알갱이가 생겨나 빛을 산란시켜 투광도를 낮추게 된다.

▲ 외부 기온에 따라 태양광을 자동 조절하는 스마트 윈도 (출처: YTN 사이언스)


취향 따라 미세조정이 가능한 능동형 스마트 윈도

능동형 스마트 윈도는 전기적인 신호를 통해 유리창의 색이나 투광도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스마트 윈도에 전원 공급과 조작을 위한 장치들이  달려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얼핏 수동형에 비해 못한 것처럼 생각할 수 있는데 사람들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취향대로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강점이다. 전기 변색, 분극 입자 소자, 고분자 분산형 액정 등의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전기 변색(Electrochromic)은 전기화학적 반응에 의해 색이 달라지는 재료를 투명전극 사이에 충진하여 제작한다. 일반적으로 산화 텅스텐(WO3)을 전기 변색 물질로 많이 사용되는데, 스위칭 시에만 전력을 소모하고 유지되는 메모리 특성을 갖고 있어 소비전력이 작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제품 면적을 크게 제작하면 변색에 소요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 항공기 객실 창문에 있는 전기 변색 “가상 블라인드” 모형 (출처: 위키피디아, Matti Blume)

분극 입자 소자(Suspended Particle Device, SPD)는 전도성 물질로 코팅된 투명기판 사이에 극성을 갖는 입자가 들어 있는 필름층을 삽입하여 제작한다. 평상시 분극 입자는 무작위로 흩어져 있어 빛을 차단하는데, 전압이 가해지면 분극 입자들이 전기장 방향으로 나란히 정렬하게 되어 그 사이로 빛이 투과된다. 응답 속도가 빠르고 효과가 우수하며 넓은 온도 범위에서 사용 가능한데 비싼 건 흠이다.

고분자 분상형 액정(Polymer Dispersed Liquid Crystal, PDLC)은 전도성 물질로 코팅된 투명기판 사이에 고분자 매트릭스 필름층을 넣어 만든다. 고분자 매트릭스 필름 안에는 구 형태의 작은 액정물질들이 분산돼 있다. 분극 입자 소자와 마찬가지로 평상시에는 액정이 무질서하게 정렬돼 있어 빛이 산란하는데, 전압이 가해지면 액정이 정렬되어 빛이 통과한다.

능동형 스마트 윈도 기술이 발전하면서 유리창의 색과 투광도를 조절하는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최근 사람들이 선호하는 스마트 윈도 조정 방식은 스마트폰 앱을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SPD(Suspended Particle Device) 와 PDLC(Polymer Dispersed Liquid Crystal)는 스마트폰 명령을 통해 유리창을 투명 상태에서 불투명한 상태로 신속하게, 사용자의 취향에 맞추어 다양한 수준으로 조절할 수 있어 인기를 모으고 있다.


태양광으로 전력 생산까지 가능한 스마트 윈도

능동형 스마트 윈도가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작동 시 전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한 한계다. 특히 SPD와 PDLC는 전압이 가해진 상태에서만 투명한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작동할 때 소비전력이 상당하다. 똑똑한 창이라는 스마트 윈도가 보통 창처럼 투명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에너지라는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과학자들이 골치 아픈 문제에 대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냈다. 지속적인 전원이 필요한 능동형 스마트 윈도에 전력을 자체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결합한 것이다. 건물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려면 햇빛이 잘 받을 수 곳에 제법 넓은 면적이 필요한데, 창호에 건물 일체형 태양광발전시스템(Building-Integrated Photovoltaic, BIPV)을 설치하면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창호에 적용되는 BIPV의 경우 무엇보다 유리 창호 본래 기능인 투광성과 시인성을 유지하고 있어야 건물의 미적 요소를 고려한 설계 및 시공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를 얇은 박막 형태로 제조해야 한다. 이와 같은 무기 박막 태양전지는 다양한 기판에 적용이 가능하고 경량화가 가능하며 내구성과 안정성이 뛰어난데,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에 비해 효율은 낮다.

▲ 전기도 생산하고 밝기도 조절하는 ‘똑똑한 창문’ (출처: KBS 뉴스)

한국재료연구원은 국내 최초로 태양전지를 활용해 스스로 빛의 밝기를 조절하는 유기물 기반의 스마트 창호 필름을 개발했다고 올해 밝혔다. 기존 스마트 창호 기술은 무기물을 기반으로 제작되어 고온 공정을 필요로 하거나 유연성 측면에서 문제를 보였다. 연구팀은 유기물을 기반으로 높은 성능을 갖는 태양전지와 전기변색 소자의 제작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팀은 태양전지에서 전자 수송 층과 빛을 받아 전류가 발생하는 광활성 층 사이에 유기분자를 도입해 고효율 유기 태양전지를 제작했다. 전자 수송 층과 광활성 층 사이의 유기분자 덕분에 계면 접합 측면에서 유연성이 향상되고 대면적 소자화에서도 좋은 성능을 얻을 수 있었다. 개발된 스마트 필름은 기존 건축물뿐 아니라 구부러진 곳에도 적용할 수 있어 향후 자동차 등 다양한 용도로의 상용화가 기대된다.


다양한 센서를 활용해 더 똑똑해지는 스마트 윈도

지난해 포스텍과 KAIST 공동 연구팀이 개발한 센서를 활용하면 주변 습도에 따라 창문의 색을 바꿀 수 있다. 장마철 등 바깥 습도가 높을 때 햇빛을 더 통과시키는 스마트 윈도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습도가 낮은 날에는 어둡게, 습도가 높은 날에는 밝게 창문의 색이 바뀌면 장마가 오래될 때 우울함이 줄어들 수 있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과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ICT) 기술이 발달하면서 향후 스마트 윈도가 이름처럼 더 똑똑해질 전망이다. 다양한 센서를 활용하면 창문의 안과 밖에서 벌어지는 여러 상황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파악한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첨단 스마트 윈도는 인간을 귀찮게 하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처리하기 때문에 더 편리하다.

스마트 윈도는 가장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온도, 습도, 조도 등을 측정하는 센서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실내의 온도나 밝기 등을 최적의 상태로 조절한다. 빗물 센서를 활용하면 급작스러운 우천 시 창문을 스스로 닫아 집안으로 빗물이 들이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절약을 위해 건축물의 단열 및 기밀 성능을 대폭 강화했는데, 건물에서 바람이 세는 외풍이 사라지면서 예기치 않게 실내 공기 오염으로 인한 새집증후군 문제가 대두했다. 미세먼지 센서를 활용하면 실내공기 상태를 지속적해서 측정해 공기 질이 나빠지면 알아서 환기를 해주는 스마트 윈도도 가능하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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