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모니터,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 등 하루 종일 나의 눈에 담는 각종 디스플레이는 정교하고 선명한 화면이 생명이다. 그래서 브라운관으로부터 LCD, OLED 등으로 눈부신 발전을 해왔고, 현실 세계에서 육안으로 보는 것과 같은 상태로 재현하기 위해 화소 수는 나날이 늘어가서 이제 현미경으로 봐야 화소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최첨단 과학기술의 결정체인 이 디스플레이 화면에 먼지가 묻어 있거나, 스크래치가 난다면 제품 출시 당시의 선명하고 정교한 화면을 즐길 수가 없다. TV나 모니터는 시간이 지나면, 먼지가 표면에 앉을 수밖에 없고, 스마트폰처럼 자주 만지게 되는 게 되는 디스플레이는 손때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면 평소 디스플레이의 관리는 어떻게 해야 깨끗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
반사의 법칙, 그리고 정반사와 난반사!
▲ 빛이 반사될 때 반드시 지키는 ‘반사의 법칙’ : 입사각 = 반사각
빛은 직진하는 성질이 있다. 이를 '빛의 직진성'이라고 하는데, 중간에 빛이 멈춰서거나, 휘어지지 않는 성질이다. 하지만 이렇게 쭉쭉 뻗어서 직진하던 빛이 거울 면과 같은 표면에 부딪히게 되면 반사를 하게 된다. 우리가 강물이나 바닷물을 봤을 때 반짝반짝하는 것 역시 빛이 반사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자체 발광하지 않는 물체를 눈으로 볼 수 있는 이유도 바로 물체에서 반사된 빛이 우리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빛이 반사될 때는 반드시 나타나는 법칙이 있는데, 반사면과 수직인 선인 '법선'을 기준으로 입사각과 반사각은 각도가 동일하다는 점이다.
반듯한 반사면에서는 광선을 입사했을 때, 광선들이 서로 평행하게 나란히 나아간다. 이러한 현상을 정반사라고 한다. 반면에 표면이 매끄럽지 않고 울퉁불퉁한 경우, 입사된 광선은 이리저리 튀면서 여러 방향으로 흩어져 반사되게 되고, 이러한 현상을 난반사라고 한다. 각각의 입사광선에 대해서는 반사의 법칙을 지키면서 입사각과 반사각이 같은 상태로 반사되기 때문에 반사면의 매끈한 정도에 따라 차이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 매끈한 거울 면에서 ‘정반사’가 일어난 상태를 보여주는 레이저 실험
▲ 울퉁불퉁한 거울 면에서 ‘난반사’가 일어난 상태를 보여주는 레이저 실험
생활 속의 정반사와 난반사!
▲ 거울에 작은 물방울이 맺혀서 뿌옇게 되는 난반사 현상
욕실의 거울 면에서는 정반사가 일어나서 나의 모습을 또렷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샤워를 하다 보면 수증기가 많이 발생하므로 욕실의 거울 면에서 수증기의 응결 현상이 일어나 물방울이 많이 맺히게 된다. 이것은 물방울로 인해 난반사가 생겨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한 핸드폰의 화면도 표면이 긁히게 되면 투과된 빛도 산란하게 되고, 또 표면에서 난반사도 일어나게 되면서 선명하게 보이지 않게 된다. 십 수년 전, 초창기 휴대폰들은 표면의 플라스틱판이 잘 긁히기도 했는데, 필자가 현재 사용하는 갤럭시S20울트라의 경우 필름을 붙이지 않고 1년 이상 사용하고 있지만 표면의 경도가 높아 거의 긁히지 않아 새것처럼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다. 디스플레이의 눈부신 발전만큼이나 제품 표면의 성능도 많이 개선되었음을 알 수 있다.
▲ 디스플레이 표면의 플라스틱 많이 긁혀 난반사가 일어나서 화면이 잘 보이지 않는다.
▲ 갤럭시S20 울트라는 보호필름을 붙이지 않고 1년 이상 사용하여도 표면이 거의 긁히지 않아 난반사 현상이 거의 관찰되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치약으로 닦으면 무슨 일이?
인터넷상에 더러워진 스마트폰을 닦는 방법으로 치약을 이용하라고 소개가 된 것을 보았다. 최근에는 탄 냄비를 닦거나 욕실 청소 등에도 치약을 활용하는 것을 TV에서 많이 소개하고 있고, 특히 군대에서는 군화를 비롯한 무엇이든 깨끗하게 닦을 때는 치약을 사용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스마트폰을 닦는 데까지도 치약을 사용하는 분들이 있다고 한다.
아무리 최근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표면의 강화유리 경도가 높아졌다고는 하나, 치약으로 심하게 문질러 닦으면 손상될 우려가 있다. 또 필름을 붙여서 사용하는 경우 강화유리가 아닌 플라스틱의 일종인 필름의 표면은 더 잘 손상될 수 있는데, 이는 치약 속의 연마제 성분 때문이다.
▲ 현미경으로 관찰한 치약 속의 연마제 알갱이들
치약은 치아 사이에 끼인 음식물이나 치태를 없애기 위한 역할을 하는데, 이를 위해 오염을 제거하는 세제의 주요성분인 계면활성제뿐 아니라 제올라이트나 탄산칼슘, 인산칼슘과 같은 연마제 성분을 포함한다. 치약을 슬라이드 글라스에 발라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치약 속의 연마제 알갱이들이 확인된다.
▲ 치약으로 닦은 은반지의 표면, 미세하게 긁힌 자국이 남은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따라서 치약을 청소의 용도로 사용했을 때는 수많은 이 알갱이들이 표면을 긁게 되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흠집을 남기게 된다. 처음 막 닦았을 때는 깨끗한 것 같지만, 이후에 계속 사용하다 보면 오히려 이 미세한 흠집에 때가 더 잘 끼게 되는 역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더 빨리 더러워지게 되고, 그러면 또 치약으로 닦고 하다 보면 악순환의 고리가 연결되는 셈이다.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 안경 닦는 천으로 관리하자
TV나 모니터에 비해 스마트폰의 경우, 옷에 문질러서 닦기 쉽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디스플레이 표면을 닦는 행동은 한번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반복하게 되기 때문에, 습관처럼 입고 있는 옷에 계속 문질러 닦다 보면 표면이 손상되기 쉽다. 옷이나 손으로 손쉽게 화면을 닦는 일은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를 닦을 때도 자주 벌어진다. 렌즈 앞에 미세한 흠집이 생기면, 고화질로 촬영하여 큰 디스플레이에서 재생하게 되는 경우 왜곡이 확연히 나타나게 되므로 더욱 관리를 잘해야 한다. 타월로 쓱쓱 닦는 경우도 있는데, 옷이나 타월은 섬유 소재나 직조 상태가 각각 다르고 보기보다 거친 경우도 많기 때문에 표면에 미세한 흠집을 남길 수 있다.
▲ 타월의 현미경 사진- 섬유가 매우 굵고 표면이 매우 울퉁불퉁하다.
▲ 티셔츠의 현미경 사진- 섬유가 굵고 표면이 울퉁불퉁한 편이다.
디스플레이와 렌즈 표면에 손상을 남기지 않으면서 오염물을 잘 닦아 낼 수 있는 것은 바로 ‘안경 닦는 천’이다. 손수건처럼 생겼지만, 안경 닦는 천은 매우 가느다란 섬유인 극세사로 직조 돼 있어 표면 자체가 상당히 매끄러운 편이다.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섬유 표면의 차이가 확연하게 나타난다.
▲ 안경 닦는 천의 현미경 사진- 섬유가 매우 가늘고 표면이 상대적으로 매끄럽다.
안경 닦는 천은 안경원에서 안경을 살 때 공짜로 받을 수 있고, 안경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도 ‘렌즈 클리너’라는 명칭으로 판매하는 제품을 인터넷상에서도 쉽게 살 수 있다. 물론 안경 닦는 천의 극세사의 틈에 피지와 먼지가 많이 끼어 있으면 오히려 오염물을 화면에 묻히는 셈이 될 수 있으므로 자주 세탁해야 한다.
▲ 약국에 판매하는 에탄올은 83%로 고농도이므로, 세척용으로는 희석해 사용한다.
마른 안경 닦는 천으로 닦았을 때 표면에 묻은 때가 닦이지 않을 수 있다. 이럴 때는 사실 물을 묻혀서 닦아주는 것이 좋은데, 물만으로 때나 오염물이 도저히 제거되지 않는 경우 에탄올을 사용할 수 있다. 약국에서 소독용 에탄올을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소독용 에탄올은 83% 수용액 상태로 고농도이다. 디스플레이의 표면은 강화유리이지만 버튼이나 모서리 부분 등은 플라스틱이나 금속 소재 위에 코팅된 상태라 용해성이 강한 고농도의 소독용 에탄올을 그대로 사용하면 표면이 약간 녹을 수 있다. 따라서 에탄올과 물을 1:2 정도의 비율로 희석하여 사용하는 것이 좋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전용 용제의 경우에도 대체로 알코올 성분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농도가 높은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해서 사용하여야 한다.
디스플레이 정전기 방지는 린스나 섬유유연제로!
▲ 모니터에 먼지가 많이 묻으면 표면에서 난반사 현상이 잘 일어난다.
늘 손에 지니고 다니는 스마트폰과 달리 설치해 놓은 상태로 두는 TV나 모니터의 경우, 조금 방심하고 청소를 게을리하면 먼지로 뒤덮이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또 창문을 주로 열어두고 있는 계절이라 집 밖에서 유입되는 먼지가 더욱 많은데, 디스플레이의 표면은 주로 강화유리로 되어 있어 먼지를 덜 타지만 받침대와 커버 등 플라스틱으로 된 부분은 정전기력에 의해 먼지가 많이 붙게 된다. 플라스틱 자체가 전자를 잘 끌어당겨 음전하로 쉽게 대전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 안경 닦는 천의 극세사 섬유는 올이 가늘고, 틈이 많아 표면적이 넓어 먼지 입자를 더 쉽게 잡을 수 있다.
이럴 경우 린스와 물을 1:3 정도의 비율로 타서 안경 닦는 천에 묻힌 다음 닦아주게 되면 린스 속에는 윤활제와 정전기 방지제 등이 포함되어 있어서 먼지를 덜 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린스를 이용해 닦으면 린스 속에도 치약과 마찬가지로 계면활성제의 양이 상당히 많은 편이기 때문에, 표면의 오염도 쉽게 제거 할 수 있다.
▲ 안경 닦는 천으로 표면을 닦은 후의 모습으로 먼지 한 올 없이 깨끗하다.
린스 대신 섬유유연제를 사용하여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린스나 섬유유연제 속에는 좋은 향기를 남기기 위한 인공향료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인공향료 중에서는 내분비계 장애 물질 즉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는 물질들도 있다. 또 에탄올 희석액으로 닦을 때도 에탄올 분자가 휘발하면서 호흡기를 자극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물질들을 사용할 때에는 반드시 창문을 열고 환기가 잘 되는 상태에서 사용하도록 하자.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면서 무엇보다 우리의 소중한 호흡기를 지키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글을 읽으신 독자 여러분들은 디스플레이 화면을 닦는 용도로 연마제가 들어 있는 치약이나, 표면이 거친 타월을 사용하지 않으실 것이라 믿는다. 표면의 오염물을 긁어내는 효과가 큰 만큼, 미세한 흠집을 만들어 오히려 이후에 더 오염이 쉽게 될 수 있는 상태를 만들게 되니 말이다. 극세사로 짜인 안경 닦는 천으로 부드럽게 닦아주면서 평소에 관리하여, 첨단 과학기술의 집약체인 각종 디스플레이의 선명하고 화려한 화면을 난반사 현상의 방해 없이 오래오래 깨끗하게 즐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