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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저렴한 가격으로 우리의 얼어붙은 손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난로가 있는데, 보통 ‘손난로’라 불린다. 추운 날 밖에 있을 때, 따뜻한 손난로 하나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 모두는 알 것이다. 그렇다면 손난로는 어떤 과학적인 원리로 열을 발생시키는 것일까? 손난로 속에 담긴 검은 가루의 정체는 무엇일까?


손난로의 종류와 발열 원리

손난로에는 2가지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똑딱단추가 들어있는 손난로다. 투명한 액체 같은 것이 들어 있으면서 속에 들어있는 똑딱단추를 꺾어주면 하얗게 변하면서 열을 발생하는데, 이 손난로는 30분에서 길면 1시간 정도 후에 식어버린다. 열을 내는 시간은 짧지만, 물속에 넣어 끓이면 다시 재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투명한 액체 상태인 손난로, 내부에는 똑딱단추가 들어 있다. 똑딱단추를 꺾으면 하얗게 고체로 변하면서 응고되고, 동시에 열이 난다.

이 손난로 속에는 과포화상태(녹이고 또 녹여서 더 이상 녹일 수 없는 상태인 포화상태보다 더 많은 고체가 녹아있는 상태)의 ‘티오황산나트륨(Na2S2O3)’이나 ‘아세트산나트륨(CH3COONa)’용액이 들어 있다. 이 과포화상태는 상당히 불안정하기 때문에 똑딱단추를 꺾어주는 약간의 충격에 의해서 티오황산나트륨이나 아세트산나트륨 용액이 한꺼번에 석출이 되면서 순식간에 고체로 변하게 된다. 이렇게 액체 상태에서 고체로 될 때는 입자들 사이가 가까워지면서, 자유롭던 알갱이들의 움직임도 조용해지게 된다. 즉, 액체에서 고체로 응고되는 상태 변화를 하면서 열에너지를 내게 되고, 이러한 발열반응 덕에 손난로가 우리를 따뜻하게 해 주는 것이다.

다른 한 종류는, 검은색 가루가 들어있어 흔들어 사용하는 손난로다. 비닐 포장을 뜯으면 부직포 같은 것에 쌓여 있는데, 조금만 흔들어 주면 열이 나기 시작해 보통 10시간 이상 오래도록 열이 난다. 하지만 투명한 액체 손난로와는 달리 한번 사용하고 나면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흔들어서 사용하는 이 손난로의 주성분은 철가루다. 이것과 같은 성분을 가진 것이 약국에서 파는 쑥찜팩과 같은 온찜질팩과 만두나 소시지 포장 속에 들어있는 조그마한 산소흡수제이다.


흔들어 쓰는 손난로와 쑥찜팩, 산소 흡수제의 공통된 주성분은?

가루 손난로는 흔들어 줄 때 철가루가 산소와 반응해서 철이 녹스는 산화 반응이 일어나 열이 발생한다. 평소에 우리가 사용하는 철로 이루어진 물건들(예를 들어 쇠못 같은 것)은 녹이 스는 반응이 아주 천천히 일어나 열이 나는 걸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철가루 손난로 속에는 녹이 스는 반응이 좀 더 빨리 일어날 수 있도록, 철을 덩어리가 아닌 가루 상태로 넣었다. 가루 상태는 표면적이 넓기 때문에 산소와 더 많이 접촉할 수 있고, 그래서 반응속도가 더 빨라지게 되는 것이다.

한편, 이 손난로 안에는 숯 가루도 함께 넣어 미세한 많은 구멍들을 가지고 있는 숯 가루들이 수분을 머금고 있어 열이 빨리 달아나지 않도록 잡아준다. 이렇게 철이 녹슬면서 산화하는 반응은 다시 되돌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반응이 끝나고 나면 열은 더 이상 나지 않고 재사용할 수도 없다.

▲ 철가루 손난로와 같은 성분의 쑥찜팩 내부 가루. 열을 내고 난 후 산화된 상태라 붉게 변화하였다.

이제 쑥찜팩을 살펴보도록 하자. 쑥찜팩 포장의 뒷부분에 보면 이렇게 적혀있다. 「약쑥, Fe, cellulose, activated charcoal powder, moisture」 괜히 영어로 적어 놓으니까 뭔가 대단한 것들이 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실체를 알고 보면 별것이 아니다.  ‘Fe’는 철을 원소기호로 적은 것이고, ‘cellulose’는 식물세포벽의 주성분이다. 예전에 생산되던 철가루 손난로에는 톱밥을 많이 넣었는데, 거의 비슷한 성분을 넣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activated charcoal powder’는 활성탄 가루이고, 숯 가루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 자석에 붙는 쑥찜팩 속 가루

이 성분들 중 가장 주요한 성분은 바로 철가루. 그러므로 내부의 검은 가루에 자석을 대보면 잔뜩 몰려와서 자석에 붙는 것을 볼 수 있다. 모든 금속이 자석에 붙는 것으로 착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과 같은 금속에 자석이 붙지 않는다. 자석에 붙은 금속은 철과 니켈 등으로 그렇게 종류가 많지 않다. 흔들어 쓰는 손난로나 쑥찜팩도 모두 철가루가 주요 성분이므로 내부의 가루가 자석에 붙는 것이다. 그리고 사용하기 전과 후의 쑥찜팩 가루를 비교해 보았다. 사용하기 전엔 검은색이었지만, 산화되면서 열을 마구 내고 난 후에 식은 상태에서는 약간 붉은색으로 변한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철이 산화되면 붉은 색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이러한 색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 사용 전 쑥찜팩의 모습(좌)과 사용 후의 모습(우)

손난로 속 철가루가 산화되는 화학반응을 반응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 만두나 소시지 포장 속 음식물 부패를 막기위한 산소흡수제의 모습

만두나 소시지 포장지 속 들어있는 산소흡수제도 주요성분은 철가루다. 음식물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맛이 떨어지고 마침내 부패하는 것도 모두 공기 중의 산소가 결합하는 산화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인데, 철가루가 산화하면서 밀폐된 포장지 속의 산소를 잡아먹기 때문에 만두나 소시지를 오래 오래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게 도와준다.


철가루 손난로로 공기중 산소의 부피를 알아볼 수 있다?

우리는 흔들어 사용하는 철가루 손난로로 우리가 숨 쉬는 공기에서 산소가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부피 기준) 간단한 실험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실험에는 당연히 아직 산화반응이 일어나지 않은 새 제품을 이용해야 한다.

먼저 수조에 물을 붓고, 나무젓가락을 넣는다. 다음 위 왼쪽 사진처럼 손난로 속 철가루를 플라스틱 용기에 밥숟가락으로 두 스푼 정도 넣어 물 위에 띄운다. 이제 그릇이 물에 잠기지 않도록 조심히 유리종으로 덮어준다. 유리종은 집기병처럼 생겼으나 아래가 뚫려 있는 실험도구이다.

실험의 키포인트는 나무젓가락 위에 유리종이 올려져 있어야 하고, 손난로 속 철가루가 들어있는 플라스틱 용기는 유리종 속에 떠있는 상태가 돼야 한다. 그리고 고무줄을 이용해 현재의 물 높이를 표시한다.

유리종을 고무마개로 꼭 막고 기다리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철가루가 산화되면서 산소를 흡수한만큼 물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물이 유리종 내부로 밀려 올라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올라간 물의 부피는 유리종 속에서 산소가 차지하고 있던 부피 만큼이다. 고무줄을 이용해서 올라온 만큼의 물의 높이를 표시한다.

온도에 따라 실험이 완료될 때까지의 시간이 다르다. 보통의 실내 온도(20~25℃)에서는 1~2시간정도면 충분히 실험이 완료된다. 유리종 속으로 물이 올라오는 이유는 철가루가 산화하면서 유리종 속에 들어 있는 공기 중에서 산소만을 소모하였기 때문이다. 산소가 없어진 만큼 유리종 안쪽의 기압이 낮아지게 되고, 그 결과 유리종 안으로 물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그럼 이제 공기중 산소의 부피비룰 알아보자. 유리종을 뒤집어서, 처음 물 높이에 해당하는 고무줄 높이에 맞춰 유리종에 물을 넣은 다음 나중 물 높이에 맞춰 튕겨놓은 고무줄의 높이에 해당하는 부분까지만 물을 메스실린더에 따라내어 측정해보면 그것이 바로 ①: 공기 중에 산소가 차지하고 있는 부피다. 나머지 물도 따라내 메스실린더를 이용해 측정하면 이것의 부피는 ②: 산소를 뺀 나머지 공기의 부피가 된다. 결론적으로 ‘①공기 중에 산소가 차지하고 있는 부피 / (①공기 중에 산소가 차지하고 있는 부피+②산소를 뺀 나머지 공기의 부피)’가 바로 전체 공기 중에서 산소가 차지하는 비율이 된다. 실험을 진행하다 보면 오차가 생기기도 하지만, 제대로 잘 실험한다면 공기 중 산소의 부피비는 약 21% 내외로 측정이 된다.

공기 중 약 78%를 차지하는 질소는 거의 반응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고흐의 명작을 운반하는 컨테이너 속에도 명화의 색상 등이 손상되지 않도록 질소를 채운다. 과자의 바삭바삭함과 분유의 맛을 변하지 않게 유지하기 위해서 봉지나 캔에 주입하는 기체도 바로 질소이다. 손난로 속의 철가루는 이러한 질소가 아니라 반응을 잘하는 기체인 산소와 화합을 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산소의 부피비를 계산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몸속에서도 산화반응은 일어난다

이러한 산화반응은 우리 몸에서도 일어나는데, 마치 철가루가 산화하면서 열을 낸 것처럼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물질대사 반응으로 산화반응인 호흡에서도 열이 난다. 호흡은 언제 더 많이 하게 될까? 요즘처럼 추운 겨울? 아니면 아주 더운 여름? 호흡은 발열반응이기 때문에 사람과 같은 항온동물은 추운 겨울에 호흡을 더 많이 한다. 열을 더 많이 발생시켜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호흡은 단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열을 발생하지는 않는다. 만약 한 번에 열이 확 나게 되어 온도가 지나치게 올라가게 된다면 단백질이 주요 구성 성분인 사람은 온몸의 단백질이 변성해버려 생존 자체를 위협받게 된다.

호흡에 의해 열이 발생한다는 것도 역시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식물은 싹트거나 꽃이 필때 특히 호흡을 왕성하게 하게 된다. 싹이 트고 있는 콩과 삶은 콩(이미 생명이 없기 때문에 절대 호흡하지 않는다.)의 온도를 비교해보면 싹이 트고 있는 쪽에서 열이 더 많이 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 호흡하지 않는 삶은 콩: 23.5℃ (왼쪽), 열심히 호흡을 하고 있는 싹트고 있는 콩: 25.5℃ (오른쪽) 호흡하지 않는 상태의 콩에 비해 2℃ 더 높은 상태이다.

이제는 겨울철 철가루 손난로를 흔들 때, 이러한 산화반응이 제품이나 물질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과학적 원리를 알아갈수록 세상에 대한 우리의 시야는 더욱 넓어지고 이해도는 풍부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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