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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우리 주변에서는 흔히 물이 얼어 생긴 고드름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지구에 살고 있으니 당연하게도 중력에 의해 아래로 떨어지는 물방울이 얼면서 아래쪽이 더 가느다란 특유의 막대기 모양으로 생성되는 것이 바로 고드름이다. 아래로 떨어지는 물방울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고드름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바닥에서부터 자라나는 고드름도 있다는 사실. 그렇다면 일반적인 고드름과 달리 중력을 거스르는 것처럼 위로 솟은 고드름, 이른바 ‘거꾸로 고드름’은 왜 생기는 걸까?


한 겨울 마이산 탑사에 물 한 그릇 떠 놓으면 ‘거꾸로 고드름’이 생긴다?

▲ 마이산 탑사에 있는 돌탑의 모습

추운 한겨울, 돌탑으로 유명한 마이산 탑사에 물을 담은 그릇을 두면 밤사이에 바늘 모양으로 아주 뾰족하게 위로 솟은 고드름이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마이산 탑사는 주변의 낮은 산들로 둘러 싸여져 있어 이 산들이 마치 병풍같은 역할을 하기에, 온도가 낮아지면서 대기가 차가워지기 시작하면 그 냉기를 딱 보존하게 되는데, 이러한 조건에서 약한 바람이 불게 되면 멋진 거꾸로 고드름이 생성될 수 있다.

또 이런 거꾸로 고드름을 연천의 폐동굴에서도 볼 수 있다. 동굴 속에는 천장에서 이른바 낙숫물이 떨어지는데, 처음에 바닥에서 그 물이 얼기 시작하면 그 위에 또 물이 떨어져 얼고,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서 마치 탑을 쌓아가듯이 거꾸로 고드름이 생긴 것을 관찰할 수 있게 된다.

그럼 중력을 거슬러 위로 솟는 거꾸로 고드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지금부터 실험을 통해 그 생성 과정을 재현해 보도록 하자!


드라이아이스와 에탄올만으로 ‘–75.4℃’까지 낮출 수 있다?

▲ 이산화탄소 고체 덩어리인 ‘드라이아이스’

독자분들에게 ‘거꾸로 고드름’의 생성 원리를 알려주기 위해 일단 드라이아이스와 에탄올을 준비했다. 물을 냉각해 고드름을 만들기 위한 재료다.

얼음과 드라이아이스의 큰 차이점이 있는데, 얼음이 물로 녹는 온도는 0℃이지만, 드라이아이스의 승화 온도는 무려 –78℃이다. 이렇듯 승화 온도가 낮기 때문에 주변의 열을 많이 흡수할 수 있어 낮은 온도를 잘 유지할 수 있고, 녹으면서 물로 변해 주변을 적시거나 흐르지 않기에 아이스크림이나 냉동식품의 보냉과 포장을 위해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 드라이아이스 주변으로 에탄올을 부어 놓은 상태에서 ‘-75.4℃’까지 온도가 낮아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드라이아이스 사이에 에탄올을 부어 놓고 온도계로 측정해 보았다. 무려 –75.4℃로 측정되는데, 이는 대단히 낮은 온도다. 물이 응고된 얼음에 소금을 뿌리면 이론적으로는 –20℃, 실제 실험을 해보면 약 –10℃ 내외의 온도까지 낮출 수 있기는 하지만, –75.4℃까지 온도를 낮추는 것은 보통의 얼음으로는 불가능하다.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해야 가능하다.

▲ 숟가락으로 드라이아이스가 들어있는 에탄올을 조금 떠내어 자세히 관찰하면, 마치 에탄올이 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숟가락으로 드라이아이스가 들어있는 에탄올을 조금 떠내어 자세히 관찰하면, 드라이아이스 조각주변에 기포가 올라오고 있어 마치 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분명히 엄청나게 낮은 온도인데도 마치 에탄올의 끓는점(78.5℃)에 도달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드라이아이스의 승화 온도가 –78℃로 워낙 낮다 보니, –75.4℃에서도 활발하게 승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즉 고체에서 기체 상태로 변하고 있는 것인데, 에탄올에 잠겨 있다 보니 에탄올 사이로 기체 이산화탄소가 빠져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에탄올은 ‘–75.4℃’에서도 얼지 않을까? 드라이아이스가 고체에서 기체 상태로 승화할 때는 주변의 열을 다량 흡수하게 된다. 고체 상태에서 드라이아이스 속 이산화탄소 분자들은 아주 가까이 존재하고 살짝 진동하는 상태지만, 기체 상태가 되면 분자들 사이의 거리가 매우 멀어지고 또 자유롭게 움직이게 된다. 주변에서 흡수한 열에너지가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태의 운동에너지로 전환된 것이다. 드라이아이스가 승화하면서 이렇게 다량의 열을 흡수하므로, 만약 드라이아이스 주변에 물을 부어주면, 물은 금세 얼어버린다. 하지만 에탄올의 어는점은 –114℃로 물의 어는점 0℃와 차이가 매우 크다. 이렇게 어는점이 낮기 때문에 –75.4℃의 낮은 온도에서도 드라이아이스 주변에 부어놓은 에탄올은 얼지 않고 액체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해 급속 냉동 얼음 만들기!

이제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해 급속 냉동 얼음을 만들 예정인데, 만약 드라이아이스만 있다면 고체 상태의 드라이아이스는 잘게 부순다 하더라도 물이 담긴 컵이나 그릇 등과 완전히 밀착할 수가 없다. 사이에 존재하는 공기가 열을 전달하게 되지만, 공기는 분자 사이의 거리가 멀어서 열을 잘 전도하지 않는다. 그래서 얼지 않고 액체 상태로 존재하면서 냉기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에탄올을 드라이아이스 사이에 부어 놓는 것이다. 이렇게 준비해서 실험을 시작하면 여러 가지 상태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 드라이아이스와 에탄올이 담긴 용기 바깥쪽 면에 공기중의 수증기가 달라 붙어 성에가 생긴 모습

드라이아이스와 에탄올이 담긴 큰 용기의 바깥쪽에는 마치 눈이 내린 것 같은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바로 공기 중에 있는 수증기의 승화작용으로 성에가 생긴 것이다.

한편, 드라이아이스와 에탄올을 넣은 큰 용기 내부에 이번에는 물이 담긴 작은 국그릇을 놓아두자. 잠시 후 물이 급속 냉동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그릇 속의 물은 차가운 에탄올과 접촉한 가장자리 부분부터 얼기 때문에, 가운데 부분만 아직 살짝 얼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을 때가 있다. 이때 자세히 살펴보면, 얼음 안쪽에 기포가 많이 생성된 것을 볼 수가 있다. 물 속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실 공기가 많이 녹아있다.

▲ 드라이아이스와 에탄올에 의해 급속 냉각된 얼음. 얼음 속 공기가 빠져나갈 시간이 부족해 기포가 갇혀 뿌옇고 불투명해진 모습

더구나 물을 붓고 따르고 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공기가 녹아 들어 갈 수 있다. 그런데 물이 얼 때는 물 분자끼리 단단히 결합하기 때문에 사이에 있던 공기가 빠져나오다가 얼음에 갇혀서 기포 상태로 남아있게 된다. 물속에 녹아 들어 간 공기가 많을수록 뿌옇고 불투명한 상태의 얼음이 된다. 또한 급속 냉동될수록 얼음 속 공기가 빠져나갈 시간이 없다 보니, 더 많은 기포가 갇혀서 더욱 뿌옇고 불투명한 얼음이 만들어진다.


물의 어떤 특성 때문에 급속 냉동하면 산봉우리 모양으로 얼까?

플라스틱 컵 속에 담아 놓았던 물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자. 꺼내어 자세히 관찰해보니 마치 산봉우리처럼 봉긋 솟은 모양으로 얼어버렸다. 국그릇과 컵에 담긴 물은 드라이아이스가 잠겨있는 차디찬 에탄올과 접촉하게 되는데, 냉기와 먼저 접촉하는 바깥쪽 즉 가장자리 부분부터 얼게 된다. 그런데 물은 다른 물질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액체 물질은 고체가 되면 밀도 즉 단위 부피당 질량이 더 커지게 된다. 고체로 응고될 때 질량은 변화가 없지만, 입자들 사이가 가까워지면서 부피가 줄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체 상태의 얼음은 액체 상태의 물 위에 뜬다. 물이 얼면서 부피가 약 10% 정도 늘어나다 보니까 밀도가 작아져서 위로 뜨게 되는 것이다.

물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가장자리부터 물이 얼다 보면 아직 얼지 않은 액체 상태의 물이 안쪽으로 모이게 된다. 결국 물이 얼면서 부피가 늘어난 얼음이 자꾸자꾸 안쪽으로 물을 밀어 올리다 보니 볼록한 산봉우리가 위로 솟은 모양으로 얼게 되며 마이산 탑사에서와 같은 거꾸로 고드름이 생성된다.

▲ 가장자리부터 물이 얼다 보면 아직 얼지 않은 액체 상태의 물이 안쪽으로 모이게 되면서 밀려 올라가 마침내 위로 솟은 산봉우리 모양으로 얼게 된다.

마이산 탑사의 거꾸로 고드름은 위로 더 많이 솟고, 옆으로 휘기도 한 모양으로 관찰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왜 실험실에서 만든 거꾸로 고드름이랑 모양이 다를까?’라는 의구심이 생기기도 할 것이다. 마이산은 필자의 실험실과 달리 야외 환경이다 보니 약한 바람도 부는 등 대기의 흐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좀 더 멋진 모양의 거꾸로 고드름이 생성될 수 있는 것이다.

드라이아이스는 이제 인터넷상에서 구입하거나 혹은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또한 83%의 고농도 상태인 소독용 에탄올은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으니 코로나19로 여행이 어려운 올겨울에는 거꾸로 고드름을 직접 보러 가기 보다 필자처럼 집에서 멋진 거꾸로 고드름을 직접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단, 드라이아이스의 승화 온도가 약 -78℃인데 비해 가정용 냉장고 냉동실의 온도는 –20℃ 정도라 금방 기체로 되는 점을 감안해 드라이아이스 확보 즉시 바로 실험을 시작해야 한다는 점은 꼭 기억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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