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의 접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를 출시해 전세계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이 스마트폰은 화면을 접어서 쓴다는 점 때문에 역사에 중요한 획을 그었다디스플레이를 접어서 사용하는 것은 대중에게는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거나 미래의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화면이 접히는 스마트폰은 스마트폰 역사에서 혁신적인 변화지만사실 접는 것은 과도기적인 단계라고 할 수 있다궁극적인 목표는 자유자재로 휘거나 둘둘 마는 것이기 때문이다스마트폰을 접는 건 디스플레이와 기기의 일부만 휘게 만들면 되는 일이지만 어느 부위나 자유롭게 구부릴 수 있게 하려면 디스플레이 전부그리고 회로와 배터리까지 모두 휘어지게 만들어야 하는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현재 모든 스마트폰이 사용하는 리튬이온배터리는 폭발 등의 위험 때문에 휘어지게 만들 수 없다결국 새로운 배터리 개발이 필요한데‘전고체 배터리’가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란?

리튬이온 배터리 VS 전고체 배터리 비교 (출처: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는 쉽게 말해 전부 고체로 이뤄진 배터리를 말한다전부 고체여서 일부분이 액체인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자유롭게 모양을 만들 수 있고 휘어지게도 만들 수 있다애초에 배터리를 전부 고체로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부 액체’에서 ‘전부 고체’로 가는 기술적인 장벽이 크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하지 못했다.

전부 고체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먼저 배터리의 원리를 알아야 한다배터리는 기본적으로 물질이 가지고 있는 산화 환원 경향 차이를 이용해 전류를 흘려보내는 장치로, 19세기 초 이탈리아의 과학자 알레산드로 볼타가 개발했다.

산화 환원 경향 차이란 전자를 잃어버리거나 얻으려는 경향 차이를 말한다이런 차이를 이용해 음극에서 나온 전자가 양극으로 흘러가게 만든 것이 배터리다이때 음극에서는 전자뿐 아니라 전자를 잃어버려서 양이온이라는 물질이 생기는데이 물질이 양극으로 이동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물질이 전해질이다.

현재 스마트폰과 전기자동차 등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에서 음극으로 전자와 리튬 이온을 돌려보내 배터리를 충전해서 다시 쓸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이 과정을 효율적으로 만든 과학자들에게 2019년 노벨화학상이 돌아갔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자를 주고받는 물질 자체는 고체지만 양이온이 이동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전해질은 액체로 이뤄진 배터리다일반적으로 액체가 고체에 비해 전기를 흘려보내는 능력인 ‘전기 전도도가 크기 때문에 액체를 써왔다.

불에 타지 않고 고온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출처: YTN 사이언스)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를 이용해 액체만큼이나 높은 전기 전도도를 얻을 수 있도록 만든 배터리를 말한다하지만 고체를 이용해 액체만큼이나 높은 전기 전도도를 얻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상용화할 수준의 전고체 배터리를 만들 수 없었다.

또 배터리를 충전할 때 음극으로 돌아온 이온이 음극 표면에 나뭇가지처럼 뾰족한 돌기를 형성해서 분리막이라는 중요한 부분을 손상시키는 문제도 있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 (출처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더니 최근에는 상용화에 임박했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삼성전자와 정부출연연구기관대학에서 각기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를 발표하고 있다.

힘 좋고 오래 가는데다 부피까지 작다!

전고체 배터리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이유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해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우선 배터리를 휘어지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와 함께 사용될 수 있다둘둘 말 수 있는 종이 형태의 디스플레이나 옷감처럼 옷에 부착된 디스플레이 등이 전고체 배터리와 함께 동작될 수 있다.

또 에너지 밀도가 높아서 더 작은 부피로도 높은 출력을 가진 배터리를 만들 수 있고충전 시간도 전보다 빨라질 전망이다따라서 전고체 배터리가 사용된다면 전기자동차의 무게를 줄이고 충전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1회 충전했을 때 주행하는 거리도 약 800km로 대폭 늘어나며사용할 수 있는 충전 횟수도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게다가 온도가 100℃에 달해도 배터리가 폭발하지 않아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폭발에 대한 안전성이 훨씬 뛰어나다.

전고체 배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4차 산업혁명

이런 이유에서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플렉시블웨어러블 디스플레이전기자동차와 드론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올해 내로 소형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4시간 작동시켜야 하는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부착해 태양광으로 충전하면서 사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전고체 배터리가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들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200년 이상 된 ‘올드 테크놀로지’인 배터리가 20세기와 21세기까지도 산업 기술의 혁신을 이끄는 조력자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아마 배터리를 처음 개발한 알레산드로 볼타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전고체 배터리가 기여할 기술의 내일을 상상하면서전고체 배터리를 이를 다음 주자는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