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ronavirus disease-2019, COVID-19)으로 전 세계가 비상이다. 바이러스 감염이 일어난 지역이 더 늘어나고 마스크와 손소독제 품절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얘기들이 매일 아침 뉴스 첫 번째 소식으로 다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우리 주위에서 공포감을 조성하는 바이러스란 무엇인지, 세균과는 무엇이 다르며, 예방을 위한 손소독제는 어떤 과학적 원리로 작용하는지 알아보자. 집에서 직접 만들 수 있는 DIY 손소독제 제조법도 함께!
세균(Bacteria)은 생물! 하지만 바이러스(Virus)는?!
▲세균(좌)과 바이러스(우)의 모습
세균, 박테리아, 바이러스와 같이 다양한 용어를 사용하면서 간혹 세균과 박테리아를 종류가 다른 미생물로 알고 계신 분들도 있다. 하지만 ‘Virus’는 번역된 한국말 용어 없이 그냥 ‘바이러스’이며, 영어로 ‘박테리아(Bacteria)’를 번역한 말이 ‘세균’이다. 즉 세균과 박테리아는 같은 말인 것이다. 그리고 세균은 세포막으로 감싸여 있으니 생물의 기본단위인 세포가 있고, 또 효소를 분비해서 물질대사도 하기에 확실한 생물로 인정하지만, 이에 비해 바이러스는 생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생물이냐? 그것도 아니다. 즉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형이다.
바이러스는 핵산(Nucleic Acid - DNA, RNA)과 단백질을 가지고 있으며 살아있는 숙주세포 내에서는 물질대사와 증식을 하고, 게다가 유전과 돌연변이까지 하는 면으로 보아 생물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DNA, RNA를 가지고 자기와 닮은 바이러스인 새끼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집에 아무리 성능이 좋은 컴퓨터가 2대 있더라도 어느 날 새끼 컴퓨터가 태어나는 일은 없지 않나. 그러나 암 수 두 마리의 개를 키운다면 개는 생물이기에, 어느 날 강아지가 태어나기도 한다. 새끼 바이러스를 만든다는 것은 바이러스의 가장 큰 생물학적 특징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바이러스는 세포의 형태가 없고, 또 숙주세포 밖에서는 오로지 단백질 결정체로 존재할 뿐이다. 바이러스가 생물의 기본단위인 세포조차 가지고 있지 못한다는 것은 바로 바이러스의 무생물적인 특징이다. 바이러스는 숙주세포가 있어야 살아있을 수 있고, 그래서 바이러스는 ‘생명을 빌어서’ 살아간다고 표현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바이러스는 생물도 무생물도 아닌 이상야릇한 존재다.
세균과 바이러스 - 무엇이 더 작을까?
▲ 박테리오파지 (Bacteriophage)
위 그림만 봐도 알겠지만, 바이러스가 세균보다 작다. 제대로 비교해보자면, 세균의 크기는 보통 0.2㎛(마이크로미터)~10㎛ 정도인데, 이 중에 제법 큰 것은 80㎛나 된다. 흔히 비교되는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가 30~120㎛이므로, 엄청나게 작기는 해도 어느정도 크기가 가늠은 된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이렇게 작은 세균보다도 훨씬 더 작다. 가장 작은 바이러스는 20㎚(나노미터)다. [㎚]는 ‘10억 분의 1m’이고, [㎛]는 ‘100만 분의 1m’이니 세균과 바이러스는 크기를 비교하는 단위부터 다르다. 가장 큰 바이러스도 수백 ㎚에 불과할 만큼 작다.
이렇게 작다 보니 바이러스는 세균 속으로 침투해서 세균을 숙주세포로 살 수도 있다. 그러한 바이러스 중 하나가 바로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인데, '세균'을 의미하는 'Bacteria'와 '먹는다'를 의미하는 'Phage'가 합쳐진 합성어이니 세균을 먹어 치우는 바이러스다. 어떻게 먹느냐? 마치 똥을 싸는 것처럼 자신의 DNA를 세균 속으로 집어넣는다. 그러면 이 DNA가 세균 내에서 복제가 되고, 세균 속에 있는 단백질이나 효소 등을 이용해 물질대사를 함으로서, 많은 새끼 박테리오파지들을 만드는 것이다. 이후에는 박테리오파지가 마구 증식해서 마침내는 세균 막을 터뜨려 버리면서 튀어나오게 되니 결국은 세균을 죽이는 결과가 된다. 바이러스가 세균을 먹어 치운다고 표현할 수 있는 이유다. 이것이 바이러스가 살아가는 방법이며, 이러한 방식으로 병원성이 있는 여러 바이러스들이 동·식물뿐 아니라 사람의 일반적인 세포 속에까지 파고 들어 증식한 다음 세포를 터뜨려 망가뜨리게 되는 것이다.
바이러스에는 DNA 바이러스와 RNA 바이러스가 있다!
바이러스의 중요한 특징은 바로 DNA, RNA 같은 핵산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런데 DNA를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도 있고, RNA를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도 있다.
- DNA 바이러스 : 천연두, 수두, 뇌염 바이러스 등
- RNA 바이러스 :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인플루엔자(독감) 등
위의 표에서 보는 것처럼 DNA 바이러스의 종류로는 천연두, 수두, 뇌염 바이러스 등이 있다. 그리고 최근에 문제가 된 사스, 메르스, 코로나19는 모두 RNA 바이러스다. 이 RNA를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가 상당히 위험하다고 얘기하는 것은 이 RNA 바이러스에서 더욱 많은 돌연변이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사람과 같은 생물에서는 몸 안의 단백질을 만들어내기 위해 DNA → RNA → 단백질형성 순서로 진행된다. RNA가 중간에 개입하는 꽤 복잡한 과정이지만, 덕분에 간혹 유전정보가 잘못 복제돼도 이를 감지할 수 있어서 유전정보 손실로 인한 돌연변이가 최소화 된다.
그런데 코로나19와 같이 RNA를 가진 바이러스에서는 거꾸로 RNA에서 DNA로 유전 정보가 흐르게 되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돌연변이가 생겨난다. DNA 바이러스와 달리, 잘못된 유전정보가 복제돼도, 이를 바로잡는 기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RNA 바이러스의 돌연변이 발생 확률은 DNA 바이러스보다 무려 1000배 이상 높다! 기본적으로 바이러스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1년 이상 또는 몇 년씩 걸리기도 한다. 그런데 기껏 만들어 놓아도 막상 RNA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해 버리면 힘들게 개발한 백신과 치료제를 무력화시켜버린다. 그러니 정말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 RNA 바이러스인 것이다.
바이러스를 막는 청결 방패 ① 직접 만들 수 있는 'DIY 손 소독제'
그럼 이제 코로나19를 막는 청결 방패 3종 세트를 직접 만들어 보도록 하자. 일단 품절 사태를 겪고 있는 손 소독제! 약국이나 인터넷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알코올, 즉 소독용 에탄올과 글리세린만 있으면 직접 만들 수 있다. 소독용 에탄올과 글리세린을 5:1 비율을 잘 지켜서 섞어 주기만 하면 된다. 작은 잔을 이용해 소독용 에탄올 5잔을 넣고 여기에 글리세린 1잔 섞어주면 된다.
에탄올은 세균의 세포막 속으로 침투할 수 있는데, 막 내부로 침투한 에탄올은 탈수 작용을 하면서 세균의 단백질을 응고, 변성시킨다. 또한 바이러스도 인체 외부에서는 단백질 결정체로 존재하는데, 에탄올은 이러한 바이러스의 단백질뿐만 아니라 핵산도 변성시키기 때문에 바이러스 사멸 효과도 있다. 그럼 글리세린을 첨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리세린은 끈적이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소독제가 피부에 더 밀착되도록 해 살균 효과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글리세린은 사실 대부분의 화장품에 보습작용을 위해 들어가게 되는데, 손소독제 속에 첨가하면 글리세린으로 얇은 막이 생기면서 피부의 수분을 지키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소독제를 바를 때는 손가락 사이사이, 손톱 밑까지 꼼꼼하게 발라 주고, 30초 이상 문지른 후, 완전히 말랐다면 보습크림까지 꼭 발라주는 것이 좋다. 에탄올이 증발하면서 손에 있는 수분까지도 같이 가지고 날아 가기 때문이다. 피부가 아주 건조해지면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막는 가장 기본적인 방어막이 깨지는 셈이다. 그러므로 손소독제를 잘 사용하는 것만큼이나 보습도 중요하다.
바이러스를 막는 청결 방패 ② 오염된 핸드폰을 닦는 소독 티슈
손만 닦는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핸드폰처럼 자주 손으로 만지는 물건은 어떻게 하나? 핸드폰의 표면은 손이나 얼굴과 하루 종일 접촉을 하게 된다. 피부에서는 조금씩 계속 피지가 분비되고 있고, 이 피지 위에 각종 세균, 바이러스 그리고 이물질이 부착되었다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게 되면 핸드폰의 표면으로까지 옮겨질 수 있다. 그러니 휴대전화와 같이 피부에 자주 닿는 물건들도 외출 후에는 꼭 닦아주어야 한다. 대부분의 물티슈에는 계면활성제 성분과 소량의 알코올이 들어있어서 세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알코올 농도가 낮아서 완전히 살균되지는 않는다. 이럴 때 사용 가능한 소독 티슈도 직접 만들 수 있다.
이번에도 역시 에탄올이 필요한데, 에탄올 5 : 정제수 1의 비율로 섞으면 된다. 글리세린 대신 물을 섞으면 되는 것이다. 정제수도 약국에서 1L 1병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데, 정제수가 없으면 정수한 물이나 생수 등을 이용해도 된다. 위의 비율로 섞은 다음 인터넷을 통해 살 수 있는 건티슈에 부어주면 되는데, 건티슈가 없는 경우 키친타월 등을 접어서 지퍼백 등에 넣고 그 위에 적정량을 부어서 사용해도 된다.
하지만 에탄올 농도가 높은 상태의 티슈로 지나치게 자주 핸드폰을 닦아주게 되면 표면의 플라스틱이나 도색한 부분이 조금씩 녹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바이러스를 막는 청결 방패 ③ 옷에 뿌리는 소독 스프레이
이제 손과 핸드폰은 잘 처리를 했다. 하지만 아직 겨울이라 외투나 패딩 등 두꺼운 옷을 입고 외출했을 경우, 매번 빨 수도 없는 내 옷은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외투를 소독할 수 있는 소독 스프레이도 쉽게 만들 수 있는데, 사실 이건 만든다고 표현하기도 민망하다. 그냥 분무기, 즉 스프레이 통에 약국에 파는 소독용 에탄올을 그대로 부어서 뿌리면 된다. 에탄올이 외투 표면에 있는 각종 세균, 바이러스를 사멸시킬 뿐 아니라 에탄올 분자가 악취 분자를 잡고 날아가기 때문에 옷에 밴 냄새 제거도 가능하다.
그런데 꼭 지켜야 할 주의사항이 있다. 물은 100도씨에서 끓지만 에탄올은 약 78.5℃에서 끓는 물질이다. 분자 간의 인력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끓는점이 더 낮으므로, 이렇게 끓는점이 낮은 물질은 증발도 잘 한다. 그래서 에탄올 병을 열면 에탄올 특유의 냄새가 팍 올라오는 걸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상처에도 바르고 하니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에탄올 증기가 눈과 호흡기에 심한 자극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반드시 환기하면서 소독 스프레이를 뿌려야 한다.
만약 청결 방패를 만드는 주요 재료인 에탄올마저 품절일 경우, 보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과산화수소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바이러스에 대해 막연한 공포감을 느꼈던 분들이라면, 이 시간을 통해 바이러스가 무엇이고 어떤 생물학적 특징이 있는지 이해함으로서 조금은 공포심이 누그러졌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손소독제를 구하기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면, 오늘 배운 과학적 원리를 이용한 청결 방패를 직접 만들어 바이러스를 이겨내 보는 것도 유용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