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로봇

일본의 애니메이션인 ‘에반게리온’을 보면 사람의 의지에 의해 힘을 발휘하는 생체병기형 로봇이 등장한다. 겉은 로봇이지만 속은 피와 내장이 들어있어 동물처럼 살아 움직이는데 과학계에서는 이를 생체로봇(bio robot)이라고 한다. BT, IT, NT 등 첨단 과학을 총동원해 만든 생명체를 닮은 첨단 로봇이다.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생체 로봇을 개발해왔다. 그중에는 박테리아나 정자를 이용한 것들도 있고, 면역세포를 활용한 경우도 있는데 최근 들어서는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해 동물처럼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킨 사례도 있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기계가 할 수 없는 일 생체 로봇이 대신

생체 로봇 개발 어디까지 왔나? 살아있는 로봇 생명체 탄생!

휴머노이드 로봇처럼 사람을 흉내 낸 생체 모방 로봇은 많이 개발됐지만 생명체의 구조를 지닌 생체 로봇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생체 로봇을 활용할 경우 의료 및 생명과학 분야에서 기계로봇이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손쉽게 수행할 수 있다.

박테리아의 모습으로 혈관 속으로 들어가 동맥경화증을 치료하고, 세포의 모습으로 체내에 침투해 종양을 제거하는 등 그 용도를 크게 확대해나갈 수 있다. 과학자들 역시 이런 점에 착안 다양한 생체로봇을 개발해왔다.

지난 2017년 독일 드레스덴 통합 나노과학 연구소에서는 생체 로봇이 대표적인 경우다. 정자 머리 부분에 자석을 씌워 리모컨으로 움직일 수 있는 로봇으로 정자의 활동력을 키워 불임을 치료하고, 정자에 항암제를 투여해 자궁경부암, 난소암 등을 치료할 수 있었다.

▲인체를 유영하며 치료한다, 마이크로 로봇(출처:YTN 사이언스)

한국 전남대의 박종오 교수팀도 박테리아와 약물을 결합해 암을 진단·치료할 수 있는 생체로봇을 개발한 바 있다. 직경 3㎛(마이크로미터)의 박테리아 로봇은 유전자 조작으로 독성을 없앤 박테리아를 움직여 혈액 속을 헤엄치게 한 후 종양을 파괴할 수 있다.

동물처럼 살아 움직이는 로봇 생명체

생체 로봇 개발 어디까지 왔나? 살아있는 로봇 생명체 탄생!▲아프리카 발톱개구리의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긁어내 만든 ‘제노봇’ (출처: 버몬트대)

지난 1월에는 미국 터프츠 대학, 버몬트 대학 등의 공동 연구진이 남아프리카산 개구리인 제노푸스의 배아줄기세포를 증식시켜 ‘살아있는 로봇(living robot)’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이 로봇은 사람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세계 최초의 기계‧동물의 혼합체다.

연구진은 이 로봇의 이름을 ‘제노봇(Xenobots)’라고 명명하고 있다. 1mm 정도 되는 작은 로봇이지만 ‘생명이 있는 로봇’으로 세포가 손상되더라도 스스로 회복이 가능해 어려운 상황에서 생명을 지속해나갈 수 있다.

그동안 유전자코드를 복제해 살아있는 유기조직체를 재생시키려는 시도는 여러 번 있었다. 형광 해파리와 돼지의 유전자를 합성해서 만든 유전자 조작 생물(GMO) ‘형광 돼지’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러나 컴퓨터 프로그래밍 작업을 통해 살아있는 생물학적 기계(biological machines)인 로봇 생명체를 만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생체 로봇 개발 어디까지 왔나? 살아있는 로봇 생명체 탄생!▲연구진이 공개한 ‘제노봇’이 움직인 흔적 (출처: 버몬트대)

연구팀은 ‘제노봇’이 작은 생명체이기 때문에 기계식 로봇이 하지 못한 일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초소형 ‘제노봇’을 혈관에 투입해 동맥경화와 같은 난치병을 치료하고, 산업시설 안에 축적돼 있는 독성이 있는 미세 플라스틱을 제거하는 등 유기체에게만 가능한 일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계로봇에서 로봇 생명체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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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몬트대학과 터프츠대학의 제노봇 제작 과정(출처: University of Vermont)

이전까지 과학자들은 전통적인 로봇 개념에 따라 강철, 화학물질, 플라스틱 등의 소재로 로봇을 제작해왔다. 그러나 독성이 있는 소재들 때문에 유기체를 다루는 생물학, 의료계 등에서는 생명체와 연관된 실험을 수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따라 많은 과학자들이 독성이 없는 줄기세포를 통해 로봇처럼 움직일 수 있는 로봇 생명체를 제작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줄기세포를 조합해 ‘제노봇’과 같은 살아있는 로봇을 구현할 수 있었다.

‘제노봇’은 생체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완벽할 정도의 생체 적용이 가능한 로봇 생명체다. 또한 프로그래밍에 따라 다양한 줄기세포로 필요한 모습의 장기들을 설계해나갈 수 있기 때문에 광범위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그동안 로봇 하면 기계를 연상해야 했다. 사람과 유사한 모습과 기능을 가진 기계, 또는 공장에서 조립이나 용접 등을 하고 있는 자동화된 로봇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생명공학이 발전하면서 생명과 기계가 조합된 로봇생명체가 탄생하고 있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로봇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