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에서 데이터가 비처럼 내려오다! 라이파이(Li-Fi) 기술의 모든 것

빛처럼 빠르게 데이터를 전송한다는 말을 많이 쓴다빛보다 빠른 속도는 우주에 없기 때문이다그럼 아예 빛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면 안 될까된다실은 이미 쓰고 있다데이터 센터끼리의 통신이나 기가급 이상 초고속 인터넷망에 쓰이는 통신망이 바로 ‘광 네트워크전기 신호를 빛으로 바꿔광섬유를 이용해 초고속으로 전달한다전 세계를 연결하는 인터넷 해저 케이블도 이 기술을 이용한다다만 '케이블이지 무선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시광 통신(VLC)부터 시작되다

빛에서 데이터가 비처럼 내려오다! 라이파이(Li-Fi) 기술의 모든 것

빛으로 무선 데이터 전송을 할 수는 없을까이런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기술이 가시광 통신(Visible light communication, VLC)이다가시광 통신에선 빛의 깜빡임을 2진수(0, 1) 디지털 신호로 인식한다꺼지면 0, 켜지면 1로 인식하는 식이다컴퓨터에 사용되는 데이터는 모두 2진수(0, 1)로 구성되어 있기에깜빡임만으로도 상대가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알 수 있다군사 작전이나 등대에서 조명으로 신호를 주고받는 것과 비슷하다.

https://www.ted.com/talks/harald_haas_wireless_data_from_every_light_bulb?utm_campaign=tedspread&utm_medium=referral&utm_source=tedcomshare

 2011년 해럴드 교수의 라이파이 강연 (출처: TED)

아이디어는 좋지만사람이 직접 하기엔 너무 힘들다. ‘I Love You’를 이진수로 바꾸면

0100100100100000010011000110111101110110011001010010000001011001011011110111 0101’이 된다. 80번을 껐다가 켜야 이 한 문장을 전달할 수 있다사람에게는 상당히 귀찮고 복잡한 일이지만 반대로 기계는 무척 쉽게 한다적외선 리모컨은 초당 3 8천 번 깜빡이며 TV에 데이터를 보낸다. LED는 초당 수백만 번도 깜빡일 수 있다맞다. VLC라는 개념은 LED 기술이 발전하면서 태어났다. 1998년 일본 게이오 대학의 나카무라 교수가 처음 제안했고, 2011년 영국 에든버러 대학의 해럴드 하스 교수가 프로토타입을 시연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이때 해럴드 교수가 내세운 이름이 바로 오늘 이야기할 라이파이(Li-Fi, Light Fidelity)로 와이파이(Wi-Fi)를 대체하라는 뜻으로 Li-Fi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빛으로 어떻게 데이터를 주고 받을까?

빛에서 데이터가 비처럼 내려오다! 라이파이(Li-Fi) 기술의 모든 것

우리는 어떻게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까보통 가정용 공유기를 이용하거나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사용한다라이파이로는 어떻게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까재미있게도, LED 전구를 이용한다천장에 라이파이 기술이 담긴 LED 전구를 달아두면초당 200번 이상 깜빡이며 빛으로 바뀐 데이터 신호를 쏜다스마트폰이나 노트북, TV 등은 부착된 라이파이 송수신 센서를 이용해 이 신호를 주고받는다조명기구를 따로 설치할 필요는 없다우리 눈은 초당 100번 이상 빠르게 깜빡이면 ‘깜빡이지 않는다라고 인식하기 때문에통신 기능이 조명에 통합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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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w Does LiFi Work? (출처: pureLiFi)

빛에서 데이터가 비처럼 내려오다! 라이파이(Li-Fi) 기술의 모든 것와이파이가 이미 있음에도 라이파이 기술을 계속 연구하는 이유는 분명하다우선 와이파이와 달리 통신망을 펑펑 쓸 수 있다우리가 흔히 쓰는 전파는 공공재다총량이 정해져 있는 한정재다쓸 수 있는 주파수가 한정되어 있어서이동통신사업자는 일정 기간마다 비싼 값을 주고 이용권을 사야 한다공용 주파수를 사용하는 와이파이는 이용자가 여럿 몰리면 간섭이 일어나 품질이 급격히 나빠진다. 4차선 도로에 차량이 꽉 차면 교통 정체가 일어나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라이파이가 쓰는 가시광의 주파수 영역은 정부에서 사용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고전파가 쓰는 주파수 영역보다 1만 배 이상 넓다한 번에 여러 개의 데이터를 함께 보내기 때문에속도도 무척 빠르다지금까지 확인된 최고 속도는 초당 10Gbps에 달한다.

추가 설비가 필요 없는 것도 장점이다현재 세계 각국은 에너지를 낭비하는 백열등 등을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 전등으로 바꾸고 있다여기에 끼우는 전구에 통신 모듈을 달아주기만 하면 손쉽게 라이파이 기기가 된다알다시피세상에 존재하는 전등은 무선 네트워크 장비보다 훨씬 많다비행기나 병원처럼주파수 혼선을 일으킬 수 있는 장소에서도 라이파이는 안전하다전파가 아니라 빛이기 때문이다더불어 빛이 닿지 않으면 쓸 수 없기에보안도 좋은 편이다전구 불빛이 닿는 영역에서 벗어나면 그 빛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게다가 빛은물속으로도 보낼 수 있다에너지 절약은 덤이다.

 

라이파이지금은 미약하지만

LED 전구만 갈아 끼우면 쓸 수 있고속도도 빠르고 안전하며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다조명은 어디에나 있기에 전파가 안 터지는 음영지역도 찾기 힘들다잘만하면 가로등이나 지하철 실내등도 라이파이 기기로 쓸 수 있다이것만 보면 거의 완벽하게 보이는 근거리 통신 기술이다게다가 정보 보호도 잘되는데왜 아직 라이파이 기술을 볼 수도 쓸 수도 없을까간단히 말하자면아직 개발이 덜 끝났기 때문이다.

빛에서 데이터가 비처럼 내려오다! 라이파이(Li-Fi) 기술의 모든 것(출처: ILLIMITABLE)

먼저 기술 자체가 가지는 한계가 있다반사광으로도 인터넷을 쓸 수 있다지만아직 라이파이 송신기와 수신기 사이에 빛을 막는 장애물이 없어야 한다태양이 비춰도 사용할 수 없다따라서 주로 실내에서 사용하게 된다많은 라이파이 송수신기가 필요한데많이 보급되지 않아 값이 비싸다고속 통신에 사용되는 LED 부품값도 높다라이파이는 특이하게 장점이 그대로 단점이 되고단점이 그대로 장점이 되는 기술이다다른 한편 경쟁자도 노력하고 있다최신 와이파이 6 규격의 이론상 최고 속도는 초당 1.2GB안정적으로 많은 기기를 접속시키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이용자가 굳이 라이파이 제품을 찾을 이유가 아직은 없다.

빛에서 데이터가 비처럼 내려오다! 라이파이(Li-Fi) 기술의 모든 것

현실적인 상황만 보면 과연 언제 상용화 될까 싶지만라이파이 기기를 곧 만나게 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도시와 공장이 스마트시티스마트팩토리로 변해가면서 LED 전등은 이미 수많은 곳에 들어갔다여기에 통신용 칩을 추가하면 네트워크 장비로 변한다라이파이는 병원쇼핑몰역 대기실처럼 많은 사람이 모이고 조명이 많은 장소나 공공시설보안이 중요한 군사 시설에도 어울린다시대는 라이파이를 맞이할 준비가 거의 끝났다.

빛에서 데이터가 비처럼 내려오다! 라이파이(Li-Fi) 기술의 모든 것

개발에 맞춰 시범 사업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중국에서는 이미 14.6Gbps 속도의 수중 가시광 통신 시스템과 VLC 전용 칩세트 제조에 성공했다. 5G 이동통신 상용화와 더불어 부족한 실내 데이터망 구축에 적합한 기술이기도 하다유선 인터넷 설치가 어려운 곳에 쓰이기도 한다. NASA는 가시광 통신을 소위성 통신망 시스템에 적용할 계획이다영국은 오지에 있는 작은 섬에 야외 라이파이를 이용해 간이 5G 네트워크를 만드는 작업에 성공했다. CES 2018에는 실제로 작동하는 데스크톱 램프가 출품되기도 했다.

앞으로 모든 실내 무선 네트워크가 라이파이로 바뀐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와이파이는 와이파이대로라이파이는 또 자신에게 맞는 영역을 찾으며 성장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비록 내일 당장 만날 수 있는 기술은 아니지만언젠가 우리 아이들은천장을 쳐다보며 ‘왜 여긴 인터넷이 안돼?’하고 말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이미 데이터를 전기처럼 쓰는 세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