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만나는 새로운 창(窓), 증강현실(AR)의 오늘

지난 2016년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온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 고(Pokémon Go)’. 포켓몬이라는 게임의 추억을 현실로 소환해 전에 없던 재미를 선사한 이 게임은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이라는 생소한 단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자극했다. 포켓몬 고 열풍 이후 잠잠했던 것처럼 느껴졌던 AR이지만, 대중적 보급을 위한 상용화, 그리고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잡이를 위해 AR은 ‘진화의 길’을 걷고 있다.

 

'엔터'를 넘어 '생활' 속으로

'포켓몬 고'와 같이 게임/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관심을 얻은 AR은 이제 쇼핑과 같은 일상생활에 밀착된 콘텐츠로 대중들에게 친밀감을 높이고 있다

▲ 이케아 플레이스 앱을 이용한 AR 가구 배치

가구 업체 이케아는 ‘이케아 플레이스’ 앱을 통해 실제 자신의 집 공간과 가구를 가상 배치해 볼 수 있는 서비스로 화제가 됐고, 아메리칸 어패럴, 유니클로, 라코스테 등 의류업계에서는 AR을 활용해 구매 전 착용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쇼룸 또는 피팅룸을 설치∙운영했다.

▲ 타임스퀘어 소재 플래그십스토어에 설치된 커버걸 브랜드의 AR 미러시스템 (출처: 코티)

또 미국 뷰티 기업 코티(Coty)는 지난해 자사의 커버걸(Cover girl) 브랜드와 관련된 AR 화장효과 체험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11월에는 뉴욕 타임스퀘어 매장에 방문객이 직접 화장을 하지 않고도 자신의 얼굴에 직접 매칭해볼 수 있는 거울형 AR 시스템 ‘글램 스테이션’을 설치했다.

 

실내로 들어온 AR

야외에서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보는 것은 이제 평범한 일상이 됐다. 여기에 더해 대형 쇼핑몰이나 공항, 빌딩 등 실내에서도 위치 정보와 AR을 결합한 대중적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 아메리칸항공이 개발한 공항 AR 네비게이션 앱(출처: 그루브 존스)

런던 개트윅(Gatwick) 공항은 공항 이용객들이 비행기 탑승을 위한 터미널·게이트 경로 등을 쉽게 찾아가도록 스마트폰용 AR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도입했고 미국 아메리칸 항공도 개발사 그루브 존스와 함께 길찾기 정보는 물론, 공항 내 카페, 상점 등의 이용정보를 제공하는 등 유사 서비스를 개발했다.

 

구글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2, ‘산업용 AR’ 시장을 자극하다

세상과 만나는 새로운 창(窓), 증강현실(AR)의 오늘(출처: 구글)

스마트 글래스는 구글 글래스가 처음 공개된 2013년 이후 세간의 큰 관심을 불러왔지만, 기능 외에도 프라이버시 등 문제에 직면하면서 출시 2년 만에 판매가 중단됐다. 이후 스마트 글래스는 몇 년간 눈에 띄는 발전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국방, 의료, 그리고 제조 등 산업(엔터프라이즈) 분야에서 조용히 그 효과를 입증하며, 꾸준히 시장을 확보해 왔다.

▲ 구글이 지난 5월 발표한 구글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2 (출처: 구글)

구글은 2017년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Google Glass Enterprise Edition)에 이어서 지난 5월 ‘구글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 2’를 선보이며 다시금 스마트 글래스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전작 대비 고성능의 CPU를 탑재했고 4K UHD 영상을 구현한다. 고음질 오디오 성능과 6축 가속도·자이로스코프도 갖춰 활용성을 높였다. 이 제품은 DHL(물류)을 비롯해 AGCO(농기계), 셔터헬스(의료·건강), HB플러(제조) 등에 공급됐으며, 다양한 솔루션 업체들이 기업 특화 기능을 개발,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정중동(靜中動) 속 활로 찾는 하이엔드 헤드셋 AR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AR과 달리 하이엔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헤드셋 AR은 높은 몰입감과 직관성에도 불구하고, 높은 컴퓨팅 사양, 고용량 배터리 탑재, 경량화에 따리 가격이 높고, 착용감이 불편한 이유 등으로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 트럭 제조사 PACCAR이 제조공정에 AR을 적용한 사례 (출처: Microsoft HoloLens)

하지만 2019년 2월 발표된 MS의 홀로렌즈2가 엔터프라이즈 시장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MS는 이미 미군과 도입계약을 맺었고, PTC社와 AR은 물론 ‘혼합 현실(MR)’ 제품 개발을 위해 협력하는 등 저변확대를 모색 중이다.

▲ AR분야 대표 스타트업 매직리프의 ‘매직리프 원(One)’ (출처: 매직리프)

AR 스타트업의 유망주로 꼽혀 온 매직리프(Magic Leap)도 지난해 ‘매직리프 원(One)’을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면서 B2C 하이엔드 시장의 가능성을 열었고 더욱 소비자 지향적이며 5G까지 지원하는 ‘매직리프 2’를 개발 중이다.

 

자동차에 탑승한 AR

자동차는 AR과 만남이 가장 기대됐던 분야 중 하나다. 특히 자동차의 전면 윈도는 현실의 공간화면에 다양한 디지털 정보를 가미할 수 있는 최적의 대형 디스플레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 웨이레이의 홀로그램 AR 적용 사례 (출처: 웨이레이)

스위스 소재 기업 웨이레이(WayRay)는 올해 초 열린 CES2019 가전쇼에서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80 차량에 ‘홀로그래픽 AR 디스플레이’를 적용 및 시연해 시선을 끌었다. 이 시스템은 전통적인 HUD와 달리 차량 전면 유리에 네비게이션은 물론 차선이탈 경고, 앞차 충돌위험 경고 등 첨단 운전자지원 시스템(ADAS) 기능이 실제처럼 표출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세상과 만나는 새로운 창(窓), 증강현실(AR)의 오늘

포레스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미국 내 근로자 1400만명이 정기적으로 작업 중 스마트 글래스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은 AR 기술을 이용해 현장 교육의 효율성이 높이고, 실제 업무에도 도입해 생산성 제고를 꾀하기 시작했다.

AR은 이제 인공지능(AI), 5G,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기의 핵심 기술들과도 결합하며 더욱 진일보한 모습을 준비 중이다. 세상과 만나는 새로운 창(窓)이 성큼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