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기상 관측 사상 111년 만의 폭염이 찾아왔던 올 여름. 이 뜨거운 열을 모두 흡수하는 장치를 만들어 시원한 날씨를 만들고, 흡수한 열은 에너지 생산에 활용한다고 생각해 보는 건 엉뚱한 상상일 뿐일까?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이미 현실에서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다. 에너지 하베스팅 (Energy Harvesting)이 바로 이러한 기술에 속한다.

▲ 버려지는 자연 에너지를 수확하는 신재생에너지 풍력발전

에너지 하베스팅은 버려지는 에너지(Energy)를 수확(Harvesting)하여 재활용하는 기술로 1954년 미국 벨 연구소가 태양광을 에너지로 바꾸는 태양 전지 연구를 진행하면서 소개된 개념이다.

풍력발전이나 파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로 꼽히는 에너지 생산방식들도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의 한 종류로 본다. 바람과 파도의 움직임을 가만히 두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지 않아 버려지는 에너지로 볼 수 있지만 그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꿔서 수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하베스팅의 적용 분야가 바람이나 파도와 같은 자연 현상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알게 모르게 낭비되는 에너지가 많이 있는데, 이를 수확하는 기술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변기의 물 내리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2014년 서울대학교와 전자부품연구원(KETI)은 변기 물 내림을 에너지로 바꾸는 기술을 논문으로 발표한 바 있다. “에너지와 환경 에너지 저널 (Journal of Energy and Environmental Science)”에 게재된 “자연 물 운동 변화기로 인한 효과적인 에너지 하베스팅 방법 (The Effective Energy Harvesting Method from Natural Water Motion Active Transducer)”에 따르면 변기 물 내릴 때 발생하는 물방울의 움직임을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 논문에 따르면 이 에너지는 작은 LED 조명을 켤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를 생산해낸다.

 

버려지는 에너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수확하는 에너지 하베스팅

앞서 살펴본 변기의 사례처럼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은 일상생활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되고 있다.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은 크게 열전(熱電, Thermoelectric), 압전(壓電, Piezoelectric), 전자기(電磁氣, Electromagnetism) 그리고 광전(光電, Photovoltaic)으로 분류할 수 있다. 시장 조사 전문 기관 테크나비오(Technavio)는 시장 규모를 기준으로 열전(46%), 압전(21%), 전자기(19%), 광전(12%) 그리고 기타(2%) 순으로 분석했다.

 

열전 하베스팅

열전 하베스팅은 열에 의해 만들어진 에너지를 수확하는 기술이다. 과학적으로 온도 차이가 발생하면 전류가 흐르게 되는데 이때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열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꿔주는 기술이다.

▲ 온도 차이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열전 하베스팅’ 다이오드

대표사례로 SK에너지의 울산 공장 사례를 들 수 있다. SK에너지는 2009년부터 울산 공장에서 버려지는 열을 공장 가동에 이용하고 있는데 시간당 약 40톤의 폐열 증기를 에너지 원천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체의 열을 활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사례도 있다. 2013년 영국 모바일 회사 보다폰(Vodafone)은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바지를 선보여 주목 받은 바 있다. 원리는 열전 하베스팅을 이용하는 것으로 바지 주머니에 열전 소자를 넣어서 사람이 엉덩이를 흔들면 주머니의 열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해 휴대폰을 충전하는 것이다.

보다폰은 이 외에도 잠을 자는 동안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침낭도 선보였다. 잠을 자는 도중에 발생하는 사람의 열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리이다. 국내에도 신체 열을 이용한 열전 하베스팅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2014년 KAIST는 체온으로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 체온으로 스마트폰 충전할 수 있는 웨어러블 발전기술 (출처: YTN NEWS)

 

압전 하베스팅

압전 하베스팅은 압력 혹은 진동의 힘으로부터 에너지를 수확하는 기술이다. 1880년 자크 퀴리(Paul-Jacgues Curie)와 피에르 퀴리(Pierre Curie)가 특정 물체에 압력을 가하면 음전하와 양전하가 분리되는 상황이 일어나며 전하의 밀도 차로 인해 전기가 흐르는 현상을 발견했는데, 이를 압전이라고 명명했다.

▲ 휘는 압력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유연 압전

일본 음지발전사는 2006년 자동차, 자전거, 사람 등이 지나갈 때 생기는 압력을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 마루’를 개발했다. 가로, 세로 길이가 각 50cm인 이 마루는 하루 최대 200kW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발전마루는 지하철 통로와 개찰구에 설치돼 있으며, 2010년에는 일본 신 에노시마 수족관에도 도입됐다.

▲ Pavezen의 압전 기술(출처: Pavezen)

영국 에너지 회사 페이브젠(Pavezen)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빈민가의 축구장에 압전 기술을 활용했다. 낮에 뛰어노는 아이들이 만들어 낸 압력과 진동을 모아 밤에 6개 LED 불을 밝히는 것이다.

▲ 국내 도로용 압전 발전 장치 (출처: YTN Science)

국내에서도 압전 하베스팅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자재료연구팀이 이소불화비닐(Poly Vinyldienfluoride·PVDF)을 이용한 ‘도로용 압전 발전 장치(도로 위 자동차가 누르는 압력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기존의 장치보다 출력이 5배 이상 높고, 인체에 해로운 납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 기존 연구와 다른 점이다. 다른 사례로 한국화학연구원(KRICT)은 지난 6월에 기존보다 성능이 100배 더 뛰어난 유연 압전(휘는 압력을 이용해 전력 생산하는 압전 하베스팅)을 논문으로 발표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전자기 하베스팅

전자기 하베스팅은 버려지는 전자기로부터 에너지를 수확하는 기술이다. 전기장과 자기장을 이용한 통신 시에 버려지는 전자기가 있는데, 이를 수집해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다. 대표 사례로 와이파이의 전자기파를 에너지로 바꾸는 와이파이 백스캐터(Wi-Fi Backscatter)라는 기술이 있다. 이외에 드레이슨 테크놀로지스(Drayson Technologies)의 경우 스마트폰의 통신을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국내의 경우 작년 12월 재료연구소(KIMS)와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미세 자기장을 에너지로 전환해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전자기 하베스팅을 선보였다.

▲ 전기 복합체를 이용한 미세자기장 에너지 하베스팅 (출처: KIMS재료연구소)

 

광전 하베스팅

광전은 빛으로부터 얻은 에너지를 말한다. 앞서 언급한 태양 전지가 대표 사례라 할 수 있다. 언차티드 플레이(Uncharted Play)사는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는 소켓볼(Socket Ball)을 개발했다. 공을 가지고 놀면 에너지가 쌓이는데, 언차티드 플레이에 따르면 30분간 공을 가지고 놀면 3시간 동안 전구를 켤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해낸다.

▲ Uncharted Play의 Socket Ball (출처: Uncharted Play)

미 육군 전자통신 연구개발 엔지니어링 센터(CERDEC)의 경우, 작년 3월 미군의 움직임을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군용 가방을 개발했다. 최신식 무기를 도입함에 따라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 장비가 늘어나고 있는데, 충전기로만 이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CERDEC는 이를 보조할 군용 가방을 개발한 것이다.

▲ 에너지 하베스팅이 적용된 미군 군용 가방

 

에너지 하베스팅으로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

앞서 말했듯이 올해 여름은 무척 더웠다. 이러한 주요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가 거론되어 왔는데 ‘기후변화대응기관(CAT – Climate Action Tracker)’은 2016년 11월 기준으로 2100년에 지구의 온도가 2.8도 상승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은 바 있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1~2도만 상승해도 기후 변화에 큰 영향을 주어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되기 때문에 온난화의 원인을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 지구 온난화의 주범 ‘화력 발전소’

한 가지 방법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 있는데, 이러한 해법 가운데 하나로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 에너지 하베스팅은 버려지는 에너지 자원을 재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에 주는 영향이 화석연료 등을 사용하는 것에 비해 미미하고, 에너지 수요 증가로 인한 에너지 자원 고갈 문제도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에너지 하베스팅은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시장 조사 전문 기관 마켓츠 앤 마켓츠(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2016년 에너지 하베스팅 시장 규모는 약 3.1억 달러였는데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10.62%의 성장을 이어나가 2023년에는 6.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국내에서도 에너지 하베스팅 사업이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4월 경북 영천시는 에너지 하베스팅 연구 활성화를 위해 2023년까지 전력 발전비중 20%를 재생에너지로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영천하이테크파크 일대에 1,74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구 온난화 문제의 해결방안 중 하나로 에너지 하베스팅이 최근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에너지 하베스팅이 에너지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지구 온난화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