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찍은 일상의 사진 중에,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진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사진들이 있습니다. 주로 해를 등지고 촬영하는 ‘실루엣(silhouette) 사진’은 영화적 느낌을 가장 잘 살려주는 사진 촬영 기법 중 하나입니다. 실루엣 촬영은 대상물의 뒤에서 빛을 비추면서 촬영하는 기법으로, 대상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거나 화면의 공간적 깊이를 나타내려고 할 때 주로 활용됩니다. 비교적 촬영하기 쉬우면서 감동을 담아낼 수 있는 실루엣 사진을 보다 멋지게 촬영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STEP1. 역광이 답이다
실루엣은 피사체가 갖는 전체적인 외형의 윤곽을 말합니다. 이러한 윤곽은 여러가지 빛의 종류 중에서도 특히 역광에서 진가를 발휘하게 됩니다. 물론 태양빛을 온전하게 받는 순광에서도 외형의 윤곽은 드러나지만, 순광은 피사체의 전체적인 디테일을 보여줄 때 더 잘 어울립니다. 역광에서는 피사체 내부의 디테일한 표현은 사라지면서, 외형 라인이 뚜렷하게 표현되는 만큼 실루엣 사진 촬영에 제격입니다.
대부분의 실루엣 촬영은 크게 '한낮의 실루엣'과 ‘매직아워의 실루엣' 두 가지로 구분이 됩니다. 먼저 한낮에 촬영할 경우, 가장 주의 해야 할 점은 태양의 높이입니다. 아침부터 해 질 무렵까지 실루엣이 가장 잘 표현될 수 있는 시간은 남중고도를 지나 해질 무렵으로 가는 시간대, 즉 태양이 눈높이 부근에 왔을 때입니다. 태양과 촬영자 사이에 피사체가 위치하여 태양을 가려주어야 완벽한 실루엣 사진이 만들어지므로, 사람의 키보다 해가 높은 시간대는 피하고 사람이 서 있을 때 해를 가릴 수 있는 시간대에 촬영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난 번 일출·일몰 사진 촬영 기법에서 설명 드린 ‘매직아워’, 즉 해뜨기 30분 전, 그리고 해지고 30분 후의 경우 빛이 사람의 키보다 낮게 지고 있는 상황이므로 역광 위치에 알맞아 언제든지 실루엣 촬영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매직아워에서는 배경이 되는 하늘의 컬러에 주로 신경을 써 주면 됩니다. 임의적으로 카메라에서 노출을 내려 하늘의 색을 더욱 진하게 만들 수도 있고, 대비를 올려 하늘과 피사체의 실루엣을 더욱 극명하게 구분 지을 수도 있습니다.
STEP2. 포즈에 주목하라
역광에서는 빛의 대비로 인해 사람의 표정이나 착용한 복장의 디테일 등이 표현되지 않는데, 이는 실루엣 표현에 더 적합합니다. 피사체 내의 디테일이 어둠 속에 묻히면서, 대상의 포즈와 라인은 오히려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실루엣 사진의 키포인트는 바로 피사체의 모양과 라인에 있습니다. 사람이 대상이라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의 모든 라인이 잘 표현되도록 촬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능한 몸통과 팔다리가 분리된 순간을 잘 포착하면, 더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STEP3. 실루엣의 표현 영역을 이해하라
실루엣이 표현 가능한 영역을 미리 알고 있다면, 촬영에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먼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실루엣 사진은 역광 속의 하늘, 해가 뜨고 지는 하늘, 그리고 빛이 들어오고 있는 터널 등 순수하게 빛으로 채워진 공간이라면 언제든지 표현 가능합니다. 그곳에는 피사체 고유의 라인을 방해하는 요소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피사체 이외의 시선을 분산시킬 수 있는 요소들을 주의해야 합니다. 실루엣과 겹치지 않을 만큼 공간이 분리되어 있거나, 사람의 실루엣에 방해가 안 되는 정도라면 괜찮습니다. 아니면, 빛으로 채워진 면적에 피사체가 전부 들어 올 수 있도록 위치를 조정해 촬영하면 됩니다.
대부분의 실루엣 사진은 피사체가 갖는 고유의 컬러를 표현하기 힘듭니다. 피사체가 빛 전체를 가리고 있어서 컬러가 어둠 속에 묻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시간에 촬영된 실루엣 사진은 대부분 흑백으로 처리됩니다.
STEP4. 흔들림을 최소화하라
한낮에 촬영할 경우는 빛이 강해 사진이 흔들릴 위험이 적습니다. 하지만 매직아워의 경우 빛이 부족한만큼 사진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빠른 셔터스피드 확보를 위해서 iso를 높일 수도 있지만, 이 경우 과다한 노이즈 발생해 사진이 지저분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흔들림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곳에 카메라를 거치하거나 삼각대를 사용해 촬영하는 것이 좋습니다.
STEP5. 자동모드보다는 프로모드를 사용하라
DSLR 카메라나 미러리스 카메라의 경우 A(자동)모드나 M(수동)모드를 통해서 조리개, 채도, 대비 등을 수동으로 조정하여 촬영합니다.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에서도 프로모드를 통해 보다 디테일한 실루엣 촬영을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자동모드는 대부분 흔들리지 않는 선에서 결과물이 얻어지도록 세팅이 되어 있어, 실루엣 사진의 극단적인 명부와 암부를 원하는 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측광, 채도, 대비를 내 임의대로 조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프로모드로 설정을 하면 촬영 조건에 대해서 임의 조정이 가능해 실루엣 사진을 보다 효과적으로 촬영할 수 있습니다. 실루엣 촬영을 위한 프로모드 설정은 아주 간단합니다.
1. ISO는 100으로 설정한다
▲ 갤럭시 노트8 카메라 기준
먼저 ISO를 100이 넘지 않게 설정합니다. 이렇게 하면 노이즈 없는 깔끔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측광은 스팟측광으로 설정한다
측광의 종류에는 다분할측광, 중앙측광, 스팟측광이 있습니다. 다분할측광은 화면 전체의 빛 밝기를 측정하는 방법이고, 중앙측광은 화면의 중앙부분의 빛의 밝기를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스팟측광은 피사체의 한 부분에 비춰지는 빛의 밝기를 측정하는 측광법인데, 실루엣 촬영처럼 역광에서의 인물사진이나 정물 촬영에도 많이 쓰입니다.
3. 화면을 보며 노출 값을 맞춘다
실루엣 사진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바로 노출입니다. 프로모드에서의 노출은 자동모드 보다 세밀하게 조절이 가능해 화면을 보면서 피사체의 실루엣이 가장 잘 돋보일 수 있는 노출 값으로 설정해주시면 됩니다. 노출 값이 –로 갈수록 실루엣은 더 극명하게 표현됩니다. 단, 너무 극단적으로 노출 조절을 하게 되면 탁한 사진을 얻게 되므로, 실제 실루엣에 비해 지나치게 이질감이 들지 않는 선에서 노출을 조절해야 합니다.
▲ (왼)노출부족, 적정노출, 노출 과다의 경우 결과물
4. 픽처스타일을 선택한다
프로모드 하단에 ‘기본’이라는 아이콘이 있는데, 이 아이콘을 누르면 아래와 같은 항목이 나타납니다.
이 아이콘은 기본적으로 채도, 대비, 색온도, 하일라이트, 틴트 등 사진의 컬러를 관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항목을 하나의 픽처스타일로 정의한 것입니다. 하나의 피사체를 각각의 모드로 적용해 보면, 사진의 느낌이 다양하게 바뀌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중 아무것도 적용이 안되어 있는 상태가 ‘기본’ 모드이며, 기본 모드에서는 색온도, 틴트, 대비, 채도 등의 설정 변경이 불가능하지만, 다른 모드에서는 모든 설정 값의 임의 조정이 가능합니다.
‘선명한’ 모드는 기본 모드보다 채도가 높게 적용된 모드입니다. 컬러를 뚜렷하게 보여주고자 하는 일출·일몰 촬영 때 주로 사용됩니다. 픽처스타일 우측에는 연필 모양의 아이콘이 있는데, 해당 픽처스타일에 적용된 설정 값을 더하거나 뺄 수 있는 편집 창입니다.
원하는 대로 설정 값을 조절한 후에 저장을 누르면, 촬영 결과물에도 적용이 되는데, 이러한 설정 값 변경을 통해 피사체의 윤곽과 배경의 컬러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바꿔 줄 수 있습니다. 각 설정 값은 좌우 드래그로 조절 가능하며, 상단의 ‘저장’ 버튼을 눌러 완료할 수 있습니다. 단, 촬영 후 설정 값을 기본으로 돌려놓지 않으면 계속해서 다음 촬영 결과물에 적용되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실루엣 사진을 찍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스마트폰으로 기억에 남는 여행 사진을 찍는 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