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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기술은 우리 시대의 비즈니스와 사회를 새롭게 바꿔줄 중요한 수단으로 급부상했다. 많은 사람들이 AI 관련 기업들이 그리는 장밋빛 미래에 흥분하지만 실제론 기대에 못 미치는 사례가 상당히 많다. 데이터가 충분히 많다고 해서 AI가 모두 비즈니스 적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주어진 상황에 맞지 않는 데이터나 AI 알고리즘을 억지로 끼워 맞추면 오히려 AI 알고리즘이 잘못 작동해 잘못된 해석을 낳거나 편견을 조장하는 등 신뢰할 수 없는 결과를 나타낸다. 시간이 흐르면 AI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해 모든 면에서 인간의 지능을 뛰어 넘는 ‘초지능 상태’로 진화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AI의 개념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AI 응용 프로그램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개발해 온 것과 수준면에서 별 차이가 없는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훨씬 더 강력한 컴퓨터에 입력해서 학습한 결과라는 점이 다르다. 그렇다고 지금의 컴퓨터 알고리즘들이 인간의 두뇌에 근접해 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건 사실과 다르다. 전혀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성과 역시 아주 좁은 영역에서만 작용하는 한정된 프로그램이란 점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AI란 결코 ‘생각하는 기계’가 아니고 다만 사용자인 인간이 생각을 더 깊게 할 수 있도록 기능면에서 보철작용을 한다고 보아야 옳다. 따라서 AI 알고리즘이 인간의 두뇌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보강하는 도구로 발전해 갈 것이라고 본다. 다시 말하면 빅데이터와 강력한 알고리즘을 도입한다고 해서 AI가 반드시 성공한다고 볼 수는 없다. AI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인간의 마음을 중심에 놓고 사용자의 요구사항이나 인간 심리에 맞춘 현실적인 개념을 프로그램에 반영시켜 줘야만 한다. 설계자가 원하는 형식의 AI가 아니라 사용자인 인간이 쉽게 받아드릴 수 있도록 인간의 행동방식에 맞춰 설계한 AI가 되어야 한다.

 

‘AI는 인간의 두뇌를 닮았다?’ AI의 프레임 워크

일반적으로 AI를 인간과 같거나 인간의 두뇌를 시뮬레이션 하는 기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또 AI를 다양한 기계 학습 기술로 인식하기도 한다. 물론 빅데이터를 기계학습하면 자율 주행 운전 기술이나 자동번역 프로그램 또는 음성 지원 가상비서처럼 강력한 AI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빅데이터를 기계 학습시켜야 AI가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니다. 기능적인 면에서 따져본다면 사람이 지능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을 프로그램이 처리해 낼 수 있다면 이를 AI라고 간주할 수 있다. 프로그램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 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AI가 인간처럼 모든 면에서 똑똑할 필요도 없다.

광의로 보면 미리 정해진 서식에 컴퓨터가 자동으로 데이터를 찾아서 입력하는 일처럼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사무를 자동화하는 경우도 AI라고 할 수 있다. 또 데이터 과학에 근거해서 예측 결정 알고리즘을 만들고 이에 의거해 오늘 당장 가격이 상승할 주식을 자동으로 선별해 내는 일을 하는 AI도 있다. 이런 일들은 이전에는 사람이 일일이 검토하고 판단해서 처리하던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이런 경우들이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거나 대용량의 데이터를 기계학습으로 처리해야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일정한 논리대로 일처리 순서를 배열만 잘 해도 웬만한 업무는 컴퓨터 자동화가 가능하다. 그래서 노스웨스턴 대학(Northwestern University) 컴퓨터과학자인 크리스 해먼드(Kris Hammond)는 AI를 ‘업무 자동화 AI’와 ‘두뇌증강 AI’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업무 자동화를 위한 AI

AI 어플은 이제 명시적이거나 암묵적인 인간의 지식을 활용해서 작업을 자동화 할 수 있다. 전자는 매뉴얼이나 법규에 기록 될 수 있는 교과서적인 지식이다. 이런 정해진 지식을 컴퓨터 코드로 입력해 두고 데이터 세트를 입력해 주면 사람이 직접하던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 내용이 복잡해서 오류를 내기 쉬운 일, 데이터가 너무 많아서 밤새워야 하는 일 등을 컴퓨터가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해 낼 수 있다. 이런 컴퓨터 자동화는 위험하지도 않고 경제적 수익을 높여 주므로 개인이나 조직이 업무자동화를 통해 작업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데 매우 필요한 기술이다. 대신 인간의 귀중한 시간은 더 복잡하고 의미 있는 작업에 투입할 수가 있다.

한때는 인간의 암묵적인 지식은 컴퓨터 자동화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이젠 학습이나 규칙을 따르지 않고도 소프트웨어가 일처리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학습한 직관적인 ‘노하우’를 기반으로 컴퓨터 자동화가 가능하다. 대부분의 인간 지식은 경험을 통해 터득한 암묵적인 지식이다. 예를 들면 하늘에 검은 비구름이 모이면 곧 비가 올 것이라고 알아채는 일이나 건물화재로 불길이 솟아오르는 모습을 스쳐보기만 해도 건물이 곧 붕괴할 것인지를 본능적으로 느끼는 일 등은 모두 암묵적인 지식에 근거한다.

이런 인간의 암묵적인 지식을 자동화하는 AI 응용 프로그램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AI 어플로 얼굴 인식, 감정 감지, 자동차 운전, 대화 통역, 문자 읽기, 보고서 작성, 학생 논문 채점, 심지어는 데이트 상대를 골라주는 것도 있다. 이런 어플이 인간보다 더 정확하게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컴퓨터가 이런 암묵적인 인간의 지식을 활용한다고 해서 컴퓨터가 인간처럼 일을 이해하거나 AI가 인간의 두뇌 지능에 빠르게 근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알고리즘을 통해서 인간의 암묵적 논거나 지식을 수식화하고 판단 알고리즘을 만들어 수많은 데이터를 기계학습한 성과일 뿐이다. 이런 학습과정은 반드시 인간이 개입해 검증하는 절차를 거친다. 빅데이터와 기계학습이 의미를 전달하고 포착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개별 판단의 의미를 컴퓨터가 이해하거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지는 못한다.

 

사용자를 위한 인간 중심의 AI

자동화란 인간이 개입하지 않고도 자동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화 알고리즘은 설계자가 의도하는 결과를 보여 주거나 컴퓨터가 판단하는 최적 해를 구하는 일이 아니라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사항을 처리하기 쉽게 만들어 주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기술에 맹목적으로 의존하다 보면 자동화의 모순에 자주 직면하게 된다. 기술이 예기치 않은 데이터를 만나 오작동을 일으키는 경우 사용자가 즉각적으로 개입해 오류를 수정해 줄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자동화된 알고리즘은 때로는 데이터 속에 포함된 바람직하지 않은 패턴을 확대 해석하거나 증폭시키는 오류를 저지르기도 한다. 예를 들면 마이크로소프트가 트윗 대화를 통해 지능을 높여 보려 도입했던 AI 챗봇(chatbot) ‘테이(Tay.ai)’가 대중의 폭력적인 대화나 포르노 영상에 몰두하는 우를 범했던 것처럼 말이다. 페이스북(Facebook)의 경우는 생각이 같은 친구들의 의견이나 정보를 주로 전달하게 되는데 이는 성향이 한쪽 방향의 치우친 정보만을 편식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되어 사람들을 정보 거름망 속에 가두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같이 한쪽으로 치우친 정보만 사용자에게 공급되는 현상을 내부적으로 교정해 주는 사용자 중심의 자동화 학습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두뇌 증강을 위한 AI

IBM 딥블루(Deep Blue)가 세계 체스 챔피언인 개리 카스파라로프(Garry Kasparov)를 물리친 지 몇 년 후, 인간과 컴퓨터 체스 선수가 다양한 조합으로 서로 경쟁 할 수 있는 “자유형 체스” 경기가 개최되었다. 이 경기의 최종 승자는 흥미롭게도 최첨단 성능의 PC를 갖춘 그랜드 마스터가 아니라 3 대의 컴퓨터를 동시에 사용한 한 쌍의 미국 체스 애호가들이었다.

아마추어 팀이 체스에 도통한 그랜드 마스터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비결은 컴퓨터들이 심사숙고 할 수 있도록 조작하고 코칭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약한 인간 + 기계 + 더 나은 프로세스’가 ‘강력한 컴퓨터’ 혼자보다 뛰어 났고, 더 놀라운 것은 ‘강한 인간 + 기계 + 열등한 프로세스’보다도 월등했다. 이는 아마추어라도 강력한 AI을 잘 활용하면 강력한 프로를 능가하는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말한다.

이세돌을 꺾은 알파고 사례도 마찬가지다. 아마추어 6단인 아자 황(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의 연구원)이 알파고를 활용해서 세계 최강의 프로바둑 선수를 꺾은 셈이다. 체스나 바둑에서 확인된 바처럼 세상의 모든 업무에서 인간의 의지나 의도가 컴퓨터의 전술적인 계산력과 결합되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가 있다. ‘약한 인간 + 강력한 AI’가 ‘강한 인간 + 열등한 AI’보다 성능이 높다는 아이디어는 AI 어플을 사용자가 활용하기 편리하게 설계해주면 아마추어도 막강한 전문가의 판단력을 갖출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시대의 경쟁력은 지능형 자동화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I를 채택한 자동화는 기업 및 개인의 모든 업무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AI 어플은 지금까지 믿어 왔던 인간의 역량을 한 단계 더 높이는 디지털 도구로 등장했다. AI 어플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 반드시 갖춰야 할 도구이며 동반자다.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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