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 화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연일 뜨겁다. 암호 화폐 투기 열풍 탓에 정작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Block chain)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사라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암호 화폐를 반짝 유행으로 치부하고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블록체인 기반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블록체인 기술은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을 바꾸어 가고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

블록체인은 한마디로 ‘비즈니스 위키(Wiki)’라 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특정 항목에 대한 내용을 함께 기록, 공유하고 내용을 검증할 수 있는 공간인 위키처럼 블록체인은 불특정 다수가 자유롭게 비즈니스 거래 내용을 기록하고 함께 검증하는 비즈니스 백과사전이다. 둘의 차이점은 위키는 중앙에 모든 데이터가 모이는 데 반해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 데이터 전부를 참여자의 컴퓨터에 분산하여 공유한다는 점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개인간 직접 지불을 위한 ‘비트코인(Bitcoin)’을 위해 개발되었다. 블록체인은 거래 정보를 투명하고 안전하게 보관, 공유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모든 거래 및 관련 정보들을 모아 하나의 블록을 구성하고, 해당 블록들에 전자서명 및 암호화 등의 기술을 적용한 후 생성 시간 순으로 연결을 한다.

▲블록체인 기술의 개념

블록체인 기술은 2013년 ‘이더리움(Ethereum)’이 발표되면서 암호 화폐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범용 플랫폼으로 거듭난다.

 

이더리움 생태계를 통한 블록체인 기술 이해

이더리움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응용 서비스들은 다양한 주체들이 각각의 역할을 통해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로 운영되고 있다. 각 운영 주체들의 역할을 살펴보면서 블록체인 기술과 생태계를 이해해 보자.

먼저 일반 사용자는 이더리움에 접속하기 위해 미스트(Mist)나 이더리움 웰렛(Ethereum Wallet) 등의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사용자 계정을 만들어 손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아래 이미지-1). 미스트나 이더리움 월렛은 내부에 이더리움 클라이언트를 내장하고 있어 작동되면 자동으로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연결된다. 참고로 계정 생성시 어떠한 개인정보도 입력할 필요가 없다.

사용자가 이더리움 기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암호화폐 이더(Ether)가 필요하다. 가장 손쉽게 이더를 획득하는 방법은 업비트나 코인원같은 거래소에서 이더를 구매하거나(2), 다른 사용자에게 이더를 송금받는 것이다(3). 물론, 이더리움 채굴자가 되어 블록 생성을 위한 채굴(마이닝) 작업을 통해 이더를 확보할 수 도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많은 장비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 이더를 얻을 수 있는 적합한 방법은 아니다. 또한 일반 사업주는 상품이나 서비스 판매 후 대가로 이더를 사용자로부터 받을 수 있다(4, 5).

 ▲블록체인으로 구현된 이더리움 생태계

사용자간의 송금이나 물건 구매 후 이더를 지급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사용자 계정간의 이더를 이동시키는 것이다. 이더의 이동은 특정 시점에 사용자 계정의 상태를 다른 상태로 전이 시키는 셈이다. 이러한 일련의 상태 변화(전이)를 일으키는 모든 활동(2,3,4,5)을 트랜잭션이라 부른다. 이 트랜잭션들이 모여 하나의 블록이 만들어 지고, 이 블록을 암호화한 후 시간순으로 연결하여 단일한 블록체인을 구성한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은 중앙의 인증기관 없이 네트워크상에 직접 연결된 컴퓨터들간에 공유되기 때문에 정보 도달에 시간차가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정보 지연이나 정보 미도달 사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이중 송·수신에 따른 중복 처리 등 다양한 오작동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당 정보가 정확하고 문제가 없는 지를 확인하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 이 확인 방법이 바로 동의(합의) 알고리즘이다.

이더리움에서 사용하는 동의 알고리즘은 “일에 의한 증명(PoW, Proof of Work)” 이다(6-1). PoW 동의 알고리즘을 실제 수행하는 사람이 바로 채굴자(또는 마이너)이다. 채굴자는 각 블록에 정의된 난이도보다 적은 수의 해시값(Hash Value)을 찾는 계산을 수행한다. 만약, 해당 값을 찾으면 네트워크상에 연결되어 있는 모든 참여자 노드에게 이를 알린다(6-2).

개발자의 경우 오픈소스 방식으로 개발, 운영되는 이더리움 개발 커뮤니티에 참여할 수 있다(7). 또한 스마트 컨트랙트로 다양한 응용 서비스를 개발할 수도 있다(8).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용해서 개발한 일련의 서비스를 비중앙화 앱인 ‘댑(DApp, Decentralized Application)’이라 부른다. 댑은 기존 자바스크립트나 HTML, CSS 등을 사용해 스마트 컨트랙트를 조작함으로써 블록체인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댑은 플랫폼으로서 이더리움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자 차별화 요소이다. 2018년 1월 현재 약 909개의 댑이 개발중이다.

 

블록체인을 통한 새로운 비지니스 패러다임, 탈중앙화

블록체인은 기존 중앙집중식 플랫품을 개인간 분산된 플랫폼으로 바꾼다. 현재 대부분의 플랫폼 기반 서비스들은 제공자와 이용자들간의 연결과 거래를 중계하며 수수료를 취하는 모델이다. 가령, 우버(Uber)는 자동차를 이용하려는 사용자와 제공자를 연계하고, 에어비엔비(Airbnb)는 방이나 집을 빌려주려는 제공자와 빌리려는 사용자를 연결하면서 수수료를 취한다. 이는 구글도 네이버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블록체인은 이러한 중앙집중식 플랫폼 모델을 개인간의 직거래 모델로 전환하고 중간의 수수료를 없애는 파괴적인 혁신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이라는 혁신적인 기능을 통해 기존 중앙집중형 플랫폼 모델의 기능을 자동화한다. 블록체인 개발자는 거래 세부 내용을 직접 개발 코드로 프로그래밍하고 이를 블록 내에 포함시킬 수 있다. 이 코드는 제3자의 개입 없이 특정 조건이 만족되면 자동으로 실행을 한다. 가령, 특정 사람간에 어떤 작업을 완료했을 경우 암호 화폐를 통해 자동으로 대가가 지불되도록 만들 수 있는데, 이 작업 내용은 블록체인 사용자가 모두 투명하게 검증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거래 부정이나 사기를 막을 수 있다.

 

이미 다양한 분야에 적용된 블록체인 기술

최근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라는 암호화폐 기반의 게임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크립토키티는 교배 및 수집 가능한 매력적인 고양이를 사고 파는 게임이다. 고양이들은 40억 개의 유전형질과 표현형을 갖는데 매 15분 마다 고유한 번호를 갖는 고양이들이 만들어지고 이를 이더를 주고 구매할 수 있다. 구매한 고양이는 교배를 요청하는 다른 고양이들에게 제공하고 대가를 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모든 거래들은 이더리움의 스마트 컨트랙트 기술로 개발되었다.

▲크립토키티(https://www.cryptokitties.co/) 사이트 페이지

게임 분야 외에도 블록체인은 금융을 비롯해 보험, 교통, 항공, 헬스케어, IoT, 에너지, 물류와 배송, 음악, 제조, 보안, 소셜 미디어 그리고 공공 분야 등 거의 모든 주요 산업 분야에 적용되어 산업 구조를 바꾸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결제 시스템을 예로 든다면, 현재 일반 상점에서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결제 시 결제 정보는 VAN사, 카드사, 은행 등 관련 기관을 거쳐 처리된다. 이 과정에서 VAN사는 결제 건당 수수료를, 카드사와 은행은 결제 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가져간다. 온라인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고 결제를 할 경우 PG(Payment Gateway)사를 통해 결제 정보가 전달되고 카드사, 은행 등 관련 기관이 이를 처리하고 수수료를 가져간다. 국내의 경우 이런 수수료는 판매자가 부담을 지게 되는데 이로 인해 대부분의 판매자는 현금 또는 가능한 수수료가 적은 결제 수단을 선호하게 된다.

블록 체인을 사용하면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없애고 구매자가 직접 판매자에게 물건 대금을 지불할 수 있다. 이 때, 결제 수단은 암호 화폐다. 암호 화폐의 경우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실제 결제에 쓸 수 없다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결제시 적용되는 암호 화폐를 법정 화폐와 1:1로 연동하여 변동없이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리플(Ripple), 리얼코인(Realcoin), 비트리저브(BitReserve) 등이 유사한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결제 외에도 담보 및 신용 대출, 송금, 융자, 환전 등 전 금융 분야에 있어 혁신을 제공한다.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는?

현재 암호 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평가는 무척 극단적이다. “거품이고 결국 실패할 것이다”’라는 극단적인 폄훼부터 “기존 화폐 시스템을 비롯하여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부분을 바꿀 혁신이다”라는 극찬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우리는 향후 2년내 생길 변화는 과대 평가하고 향후 10년 내에 생길 변화는 과소평가 한다”는 빌 게이츠(Bill Gates)의 말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필요는 분명해 보인다. 블록체인과 암호 화폐 기술이 향후 10년 동안 바꿔놓을 세상이 궁금해진다.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