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가전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국제가전전시회(IFA) 2017'이 지난 1일(현지시간)부터 6일까지 독일 베를린 '메세 베를린'에서 열렸다. 외연상으로는 지난해와 같은 '스마트홈'이 전시 키워드였지만, 면면을 보면 그 수준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전시장을 가득 메운 '하이 알렉사', '하이 빅스비'… 한층 편리해진 스마트홈

이미지출처: 삼성전자 뉴스룸

각 회사별 부스에선 기존 전시에서처럼 냉장고 문을 여닫거나 세탁기 버튼을 눌러보는 대신 "하이 구글", "하이 빅스비"라고 '외치는' 관람객들이 더 눈에 띠었다. 지난해까지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가전 제품을 작동하는 방식의 스마트홈 전시가 대부분이었다면 올해는 목소리를 통해 제품을 작동시키는, 한층 편리해진 스마트홈을 체험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파나소닉, 소니, 밀레, 그룬딕, 지멘스 등 다수의 가전 업체들은 기존 제품군, 생활 공간별 전시 외에 스마트홈 전시를 별도로 구성했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홈이라는 개념을 앞선 기술이나 먼 미래가 아닌 일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부분 아마존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삼성전자 빅스비 등 음성인식형 인공지능(AI) 플랫폼을 거쳐 가전 제품을 제어하는 방식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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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혼자 사는 직장인의 하루를 짧은 연극형식으로 꾸몄다. 퇴근하던 회사원(전시 안내자)이 스마폰에 '하이 빅스비 커밍홈' 이라고 말하자 에어컨과 조명이 자동으로 켜졌다. 로봇 청소기는 집주인이 도착하기 전 청소를 마쳐 집에 도착한 회사원은 마치 가족이 맞이해주는 느낌을 받으며 집안에 들어설 수 있다. 세탁에 서툰 회사원이 옷에 적힌 라벨을 읽어주자 세탁기가 알아서 세탁 코스를 설정해 세탁을 하고, 영화를 보겠다고 말하자 자동으로 커튼이 내려가고 집안 조명이 어두워진다.

지멘스는 가전 업체 중 유일하게 파나소닉과 협업해 자동차를 전시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모았다. 관람객들은 스마트홈 기능을 체험해볼 수 있는 앞좌석 외에 뒷좌석에까지 앉아 순서를 기다렸다. 지멘스가 테슬라 S75D에 적용한 스마트홈 기능은 퇴근길 운전을 하며 저녁 메뉴를 선택하고 냉장고 안을 확인해 부족한 재료를 아마존 프레시 서비스를 통해 주문할 수 있다. 기존에도 나왔던 스마트카-스마트홈 연동 모델이지만, 가전업체의 서비스 영역이 점점 확대되고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멘스가 보여 준 또 다른 스마트홈 서비스는 음성 인식을 이용해 조명, 스피커, 커피머신을 제어하는 모델이다. 아침 기상시간에 맞춰 조명과 스피커가 작동해 사용자를 깨우고 자동으로 커피까지 만들어낸다. 하지만 음성인식 정확도는 넘어야 할 산으로 보였다. 음성인식 플랫폼이 명령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잘못 알아듣고 엉뚱한 기능을 수행해 관람객들이 같은 명령어를 반복해 말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띠었다.

 

스크린 달린 가전 늘고 TV는 화질보단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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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인식이 이번 전시의 큰 축이었다면 다른 한 축은 '터치'였다. 이번 전시에선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 냉장고가 다수 전시됐다. 삼성전자, TCL, 하이얼, 하이센스가 전시한 스마트 냉장고는 화면을 터치하면 냉장고를 통해 세탁기, 청소기, 에어컨 등 집안의 다른 가전을 제어할 수 있다. 냉장고 문을 열어보지 않고도 식재료를 확인하고 부족한 재료를 바로 구매하는 기능은 기본이었다.

하이센스는 욕실 거울에 디스플레이 환경을 적용한 스마트홈을 시연했다. 거울을 터치하자 오늘의 날씨와 주요 뉴스 등이 거울에 떠올랐다. 스마트홈 솔루션 업체 예일이 공개한 로봇에도 스크린이 적용됐다. 사용자는 음성을 통해 로봇을 제어할 수 있지만 로봇 얼굴에 있는 스크린을 통해서도 가전 제품을 제어할 수 있다. 다만 발열 문제는 해결해야 할 점으로 보였다. 하이얼 등이 전시한 냉장고 전면을 만지자 종일 켜져 있었던 탓인지 뜨거운 열이 느껴졌다. 전시 관계자들에게 화면 발열이 냉장고 냉장 성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묻는 관람객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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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소수를 통한 TV 제조사들간의 화질 경쟁은 잠시 멈춘 모습이었다. 관람객들은 창홍 · 하이센스 등이 메인으로 전시한 8K 제품보다는 가구에 가까운 디자인을 강조한 TV, 월페이퍼 · 커브드형 TV에 더욱 주목했다. 삼성전자는 액자 형식의 TV로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액자(프레임) 형태의 TV '더 프레임', TV 받침대를 통해 디자인을 차별화한 'QLED TV'를 전시했다. 하이센스는 케이블 노출을 줄인 '인비저블 케이블 디자인 TV'를 전시했다. 하이얼은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Q9000U 시리즈를 전시했다. 뢰베는 삼각형 형태의 받침, TCL은 나무 재질로 된 받침을 적용한 TV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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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퀀텀닷 진영도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IFA에서는 삼성전자, TCL, 하이센스, 그룬딕 4개 업체가 QLED TV를 전시했는데 올해는 하이얼, 베스텔, 충신테크놀로지그룹(CNC)가 가세해 QLED 전시사가 7개로 늘었다. 하이센스는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TV를 ULED TV로 브랜드화하기도 했다. 대형 TV전시 트렌드도 지속돼 77인치 제품을 비롯해 스카이워스, 하이센스는 100인치대 TV를 선보였다.

 

스마트홈, 가전사의 미래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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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IFA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전통 가전업체들의 시대는 끝났다고 입을 모은다.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만을 만들어온 업체들이 이번 IFA에서 구현한 스마트홈은 삼성전자, 소니 등 스마트폰까지 만드는 종합 가전사들에 비해 한 단계 뒤쳐진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단편적으로 볼 수 있는 예가 유럽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밀레다. 밀레는 음성인식을 기반으로 한 이번 전시 트렌드와 다르게 전시장 내 스마트홈 시연 코너에 태블릿에 설치한 앱을 통해 가전을 제어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기존 전통 가전업체들은 스마트폰 사업을 해온 종합 전자회사보다 기기간 연결에 대한 기술이 부족하다"며 "이들 업체는 외부와 협력을 통해서만 스마트홈을 구현할 수 있어 발전 속도가 늦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전 제품의 성능은 이미 좋아질 만큼 충분히 좋아졌다는 가전업계 통설을 볼 때, 밀레처럼 가전 본연의 성능만을 지향해온 회사는 이미 경쟁에서 뒤쳐지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올만하다.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