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생활에서 말이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합니다. 때와 장소를 구분 못하고 툭툭 튀어나오는 비속어와 은어 때문에 스타일 구기고 점수를 깎아먹은 적이 있지는 않은가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을 떠올리며, 누구에게나 기분 좋은 말을 하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봅시다.

글_경향신문 어문팀 엄민용 부장

일러스트_김영진

 

꽃에 향기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품격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 품격은 곧잘 그 사람의 언어 씀씀이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한번 눈을 감고 생각해보세요.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 게다가 멋진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가 자기 이상형을 얘기하면서 “대갈통에 든 건 없어도 일단 쭉쭉빵빵에 깔삼해야 해요. 그런 애는 꽐라가 돼도 귀엽잖아요” 하는 거예요. 기분이 어떤가요? 밤길을 달리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처럼 눈이 번쩍 뜨이면서, 만약 그 남자가 앞에 있다면 귓방망이를 한 대 ‘철썩’ 때리고 싶지 않은가요?여기서 ‘귓방망이’도 바른말이 아닙니다. “귀와 뺨의 어름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귓방망이’와 함께 ‘싸대기’ ‘싸다구’ 등이 널리 쓰이는데, 이들 말은 모두 표준어가 아닙니다. 바른말은 ‘귀싸대기’ 하나뿐입니다. 또, “어제 허 대리가 홍길동 씨 갈구는 거 봤어? 길동 씨가 좀 개기고 생까기는 했지만, 너무 심하더라. 얼마나 띠꺼웠을까”라고 말하는 숙녀에게서도 삼성디스플레이人다운 품격은 느껴지지 않을 듯합니다.

하지만 “공부는 좀 못해도 몸매가 멋지고, 성격이 좋은 사람이 제 이상형이에요. 그런 여자는 좀 취해도 귀엽잖아요”라거나 “어제 허 대리가 홍길동 씨 혼내는 거 봤어? 길동 씨가 좀 대들고 무시하기는 했지만, 너무 심하더라.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을까”라고 하면 느낌이 확 달라집니다.

말은 이런 것입니다. 정말 ‘어’ 다르고 ‘아’ 다른 게 말이고,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있는 게 말입니다. 반대로 잘못 쓰면 만 냥으로도 막지 못할 화를 만듭니다. 그런 말을 함부로 쓰는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점잖지 못하고 상스러운 속어를 쓰는 일이 아주 흔해졌습니다. 예전에는 일부 특정 집단에서나 쓰이던 속어들이 요즘에는 일상생활에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혼탁한 언어생활을 염려하면서 바른 언어 사용을 권장하는 공익광고가 만들어질 정도입니다. 인류 최고의 문자를 가졌다고 세계인들로부터 부러움을 받는 민족으로서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

물론 속어도 우리말의 한 가지입니다. 또 어떤 때는 속어를 써야 합니다. 자신의 부모를 해코지한 청년에게 “아니, 젊은 사람이 그러면 쓰나. 어른을 공경해야지”라고 타이를 사람은 없습니다. 또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그럴 때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육두문자를 청년에게 쏟아 부어도 됩니다. 아니 그렇게 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하지만 밝고 즐거운 직장에서는 그런 속어가 쓰일 까닭이 없습니다. 가까운 동료나 선후배끼리 사적인 자리에서 술 한잔 걸치며 수다를 떨 때야 그럴 수 있지만, 사내에서 공식적인 업무를 보면서 속어를 남발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특히 속어는 그 사람이 자라온 환경에 따라 의미가 달리 쓰이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속어로 대화를 할 경우 의미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생까다’의 경우 사람에 따라 “무시하다” “절교하다” “거짓말하다”등 다양한 의미로 사용합니다. ‘개기다’도 “까불다” “대들다” “무시하다” “염치없다” 따위의 뜻으로 사용됩니다. 따라서 “허 대리가 생까기에 나도 개겼지”라고 하면 “허 대리가 거짓말을 해서 나도 무시하기로 했다”는 의미인지, “허 대리가 무시하기에 나도 대들었지”라는 뜻인지 알쏭달쏭해집니다.

더욱이 이런 속어들은 대개 비표준어들입니다. 방금 얘기한 ‘개기다’만 해도 ‘개개다’의 사투리입니다. ‘개개다’는 본래 “자꾸 맞닿아 마찰이 일어나면서 표면이 닳거나 해어지거나 벗어지거나 하다”를 뜻하는 말입니다. 그런 뜻에서 ‘맞닿다’ ‘닳다’ ‘벗어지다’ 따위 의미를 감정에 빗대어 ‘개기다’로 잘못 쓰는 겁니다.

‘띠껍다’도 비슷합니다. ‘띠겁다’는 어느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지 않은 말이며, ‘티껍다’가 변한 말로 추측됩니다. ‘티껍다’가 ‘더럽다’의 평안도 사투리거든요.말과 글은 사람의 사고를 통해 밖으로 튀어나옵니다. 하지만 그런 말은 다시 그 사람의 사고를 지배합니다. 입을 열었다 하면 상소리를 쏟아내는 사람이 평소 행동을 바르게 할 리가 없습니다.

속된 말은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도 속되게 이끕니다. 그러기에 예부터 사람을 평가할 때 4가지 기준(신·언·서·판) 가운데 하나로 ‘말씨’를 삼았겠지요. 말 씀씀이가 곧 그 사람의 인격입니다. 그러기에 아주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뽀록나다’ ‘얄짤없다(짤없다)’ ‘후지다’ ‘꽐라 되다’ ‘구라 치다’ 따위 말은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들통나다’ ‘일절 없다’ ‘뒤떨어지다’ ‘술에 취하다’ ‘거짓말하다’ 등 곱고 바른 말들을 놓아두고 속어를 쓰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입니다.

참고로 당나라 때 관리를 등용하는 시험에서 인물평가의 기준으로 삼았던 것으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 게 있는데요. 신(身)은 사람의 풍채와 용모를, 언(言)은 그 사람의 언변을, 서(書)는 글씨(필적)를 가리킵니다. 또 판(判)은 사람의 문리(文理), 곧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아는 판단력을 뜻합니다. 우리 삼성디스플레이人 모두는 신언서판을 곧고 바르고 훌륭하게 갖춰가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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