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서명희 사원이 유쾌한 배우 류승수를 만났답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친근하게 농담을 던지고, 커플 셀카를 찍는 엉뚱함을 발휘하는가 하면 유명 인사의 말을 빌려 허세 캐릭터를 유감없이 선보였는데요. 그런 유쾌함 속에서도  연기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정말 진지함이 느껴졌답니다. 스스로 진화하고 있는 배우라 말하고, 일흔이 되어서도 연기에 대해 치열하게 고뇌하고 싶다던 배우 류승수~그와 함께한 서명희 사원의 즐거웠던 만남을 함께 보실까요?~

 

●서명희 사원(이하 서) 와우! 대한민국 특급배우! 류승수 오라버니~ 만나 뵙게 돼 정말 영광이에요. 엄마랑 매주 <참 좋은 시절>을 챙겨 보는데 오늘 동탁이 만나러 간다고 했더니 꼭 싸인 받아오라고 했어요.

●류승수(이하 류) 그래요? 어머니한테 전화 걸어보세요. 감사 인사 드릴게요.(*이날 류승수 씨는 실제로 서명희 사원 어머니와 통화로 안부 인사를 나눴습니다. ^^)

●서 대에~박! 엄마가 진짜 놀라셨어요. 하하. 요즘 나왔다 하면 빵빵 터지는 대세 배우잖아요. 예능 출연만 하면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반응이 뜨거운데 실감하시나요?

●류 영화나 드라마 하면서는 인정받아본 적이 없는데 이상하게 예능만 나가면 1위를 해요. 근데 그렇다고 배우 생활에 큰 변화가 있거나 하진 않아서 특별히 기대하거나 동요하진않아요. 그래도 뭐가 됐든 좋은 이미지로 봐주셨다니 기분은 좋네요.

●서 동요하지 않으시다니… 역시 진정한 배우군요. 만약 ‘톱스타’와 ‘연기파 배우’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류 둘을 별개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연기를 정말 잘하는 배우는 톱스타가 될 가능성이 높죠. 하지만 연기력이 밑받침되지 않은 배우가 톱스타가 되면 결국 가랑이 찢어지게 돼요.

배우는 톱스타가 아닌 ‘연기 잘하는 배우’가 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류승수’ 하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인정받는 배우. 반대로 제가 명희 씨에게 물어볼게요. 배우라는 직업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서 엇! 갑자기 물으시니 좀 당황스러운데…. 화려하고 멋진 직업이요.

●류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실 거예요. 그래서 그 화려한 단면만 보고 배우를 꿈꾸는 이들도 많고요. 보는 것과 다르게 고된 직업인데….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나 혼자 산다>에 출연했을 때 (김)광규 형님에게 배우 하면서 가장 서러웠던 게 언제냐고 물어봤어요.

그때 형님이 장난으로 “지금이야”라고 답했는데, 생각해보면 서러움은 배우의 숙명인 거 같아요. 우리는 늘 누군가에게 선택받기도 하고 버려지기도 하는 직업이잖아요. 지속적으로 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라 배역을 따내기 위해 수없이 미팅하고, 오디션도 보고요. 아마 나이 70이 돼도 그 서러움은 같을 거예요. 결국 그걸 극복하려면 실력밖에 없어요. 누구도 나를 넘볼 수 없을 만큼 부단한 노력으로 연기의 폭을 넓히고 실력을 쌓는 것.

●서 아, 저 예전에 승수 씨가 낸 책 <나같은 배우 되지 마>에서 봤어요. 1%의 판타지가 아닌 99%의 현실을 직시하고, 끝없는 기다림에도 엄격한 자기관리 속에서 연기력을 쌓고 고뇌해야 한다는…. 책에 후배들에게 도움될 만한 좋은 내용이 많던데, 혹시 책을 낸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류 특별한 이유라기보다, 후배들이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만들었어요.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실수한 것들, 그리고 그 안에서 깨달은 것을 메모하다 보니 꽤 되더라고요. 그래서 후배들과 공유하면 어떨까 싶어서 책을 냈죠. 제가 한 달에 한 번씩 연기를 배우고 싶어 하는 친구들을 모아서 재능기부 형식으로 연기 수업을 하거든요. 그 친구들 중에도 제 책이 자극이 됐다고 하는 친구가 있더라고요. 올해 안에 두 번째 책도 나오니까 관심 가져주세요(웃음).

●서 엇? 저희 회사에도 연극 관련 동호회가 있는데 언제 한번 출강하시는 거 어떠세요?

●류 아, 사내에 그런 동호회가 있어요? 회사에 동호회도 있고 참 좋네요. 한번 불러주세요. 저는 내뱉은 말은 꼭 지키니까. 대희야(매니저), 들었지?

●서 사내 동호회가 활성화돼 있거든요. 음악, 스포츠, 레저 등 무수히 많아요.

●류 그렇게 취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거예요. 사람이 일만 하다 보면 불필요한 감정의 찌꺼기들이 생기거든요. 쌓이면 독이 되니 어딘가에 풀고 버려야하는데, 그런 휴지통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취미생활이고, 휴가인 거죠. 직장인은 휴가 때 여행을 가거나 쉬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잖아요. 곧 휴가시즌인데 계획 있으세요?

●서 아직요. 여행을 갈까 하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못 세웠어요.

●류 음… 번잡한데 말고 조금 한적한 곳으로 떠나는 건 어떠세요?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는 여행을 떠나는 거죠. 감정 찌꺼기를 버림과 동시에 삶에 영감을 주고,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여행. 그렇게 영감을 얻으면 일적인 크리에이티브로 바뀌기도 하거든요. 혹시 갑자기 창의적인 영감이 반짝 떠오를지 모르니 수첩은 꼭 가지고 다니시고요(웃음).

●서 오, 좋네요. 승수 씨도 영감을 위해 따로 트레이닝하는 게 있나요?

●류 그럼요. 아는 만큼 연기하고, 노력하는 만큼 발전하는 거니까요. 저는 연기 공부를 위해 매일 영화를 봐요. 좋은 연출자, 좋은 배우의 영화를 보면 자극을 받거든요. 이건희 회장님이 임원들에게 최고의 음식점, 최고의 호텔 등을 경험해보라고 하셨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아주 현명하신 생각이죠. 최고를 경험하면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알 수 있고, 자극이 되거든요. 배우도 마찬가지,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작품을 보면 그게 촉매가 돼서 수준이 한결 높아지게 되죠.

●서 역시 최고가 되려면 끊임없이 노력해야겠네요. 계속해서 노하우가 쌓일 테니까.

●류 그래서인지 요즘은 나이드는 게 좋아요. 왜, 연륜이 느껴진다고 하잖아요. 연기는 물론이고, 배우로서 진화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해요. 어제보다 주름 하나 늘어난 것도, 처진 눈도, 목소리 톤이 달라진 것도 모두 연기에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나이가 들수록 제가 연기를 할 수 있는 깊이가 달라지는 거니까.

●서 말에 흡입력이 있어서 말씀하시는 내내 빠져들었는데, 왜 그와 동시에 ‘허세’ 캐릭터가 계속 떠오르는 걸까요? 크크크.

●류 하하! 아~놔 이런. (유)재석이 때문에 망했어요. 혹시 허세 캐릭터가 밉거나 거부감이 들지는 않나요? 크게는 아닌데 살짝(?) 신경 쓰여서….

●서 전혀요. 오히려 매력 넘치는 걸요. 일단 연기력이 밑받침되는데다 예능에서 보기 드문 배우잖아요. 자주 나와서 빵빵 터뜨려주세요.

●류 제 철학이 ‘명품주의’예요. 다방면에서 잘하면 좋지만 그러기 힘들거든요. 애매하게 해서 둘 다 퀄리티를 떨어뜨리느니 한 가지에 집중해서 최상을 보여드리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예능 섭외가 정말 많이 들어오긴 하는데 일단 본업에 집중하고 싶어요. 기계적이지 않고, 연기 그 자체를 즐기면서 일흔, 여든이 돼도 끊임없이 사색하고 고민하면서 모든 열정을 다 쏟는 배우. 그게 배우로서 대중들에게 가장 크게 보답하는 일인 거 같아요. 믿고 지켜봐주세요.

●서 아우, 그렇게 말씀하시니 왠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믿어야 할 것 같네요.

●류 하하. 같이 촬영하는 동료들은 저더러 ‘교주’래요. 제가 설교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듣고 있다 보면 빠져든다고.

●서 <나 혼자 산다> 보고 궁금한 게 있는데요. 진짜 현관에 하이힐이 있어요?

●류 하나 있어요.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내 신발 말고 다른 사람의 신발이 놓여 있는 걸 보면 집에 누군가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예전에 결혼한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부부의 신발이 나란히 놓여 있는 걸 보고 영감받아서 바로 신발을 사뒀죠.

●서 이걸 보고 외로운 남자 직원들이 따라하지 않을까 두렵네요. 얼른 하이힐의 진짜 주인공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혹시 선호하는 여성상이 어떻게 되세요?

●류 그렇게 예쁘지도, 모나지도 않고, 모든 것이 평범하되 긍정적인 여자였으면 좋겠어요. 제가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 부정적인 생각까지 고쳐줄 수 있는 밝고 긍정적인 여자. 근데 뭐, 때가 되면 다 이루어지겠죠. 배우는 기다림이 숙명인 직업이잖아요. 인연도, 작품도, 때를 기다리면 좋은 연으로 만나게 되겠죠. 오늘 명희 씨를 만난 것처럼요. 하하.

●서 저도 앞으로 승수 바라기로 열심히 응원할게요.

●류 언제 한번 삼성디스플레이에도 연기 수업하러 갈 테니까 반겨주세요. 계속 진화하는 류승수도 응원해주시고요.

 

| 삼성디스플레이 사보 ON DISPLAY vol.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