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아역으로 머무를 것 같던 여진구가 느닷없이 사랑에 애가 끓듯 울부짖고, 증오와 슬픔을 가득 담은 눈으로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 많은이들이 적잖이 당혹스러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뿜어내는 강렬한 아우라는 더 이상 두 볼이 통통하던 귀여운 소년이 아닌, 성숙한 남자였기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안에서는 카리스마로 똘똘 뭉친, 하지만 인터뷰어와의 만남에서는 순수한 웃음을 머금을 줄 아는 여진구를 김연화 사원이 만났다.

●김연화 사원(이하 김) 아~ 너무 떨려서 촬영을 못 하겠어요.

●여진구(이하 여) 하하. 그냥 아는 동생이라고 생각하세요~

●김 아직도 꿈만 같아요. 제가 인터뷰하게되었다는 연락을 받고서도 한동안은 멍했다니까요.

잠깐, 저 심호흡 좀 하고… 후~ 후~ OK. 먼저 수상 축하드려요.

데뷔 11년 차, 아직 아역배우에 속하는데 신인 남우상을 받았어요.

●여 정말, 무척 영광이에요. 신인상이란 건 평생 한 번 받는 거잖아요.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기뻤고, 사실 ‘내가 받을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어요.

다른 후보들이 워낙 쟁쟁해서. 영화제 때 제 이름이 호명된 후에도 ‘내가 저 무대 위에 올라가도 될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니까요.

●김 하하. 말씀처럼 다른 후보들이 워낙 쟁쟁했고 출연작품도 좋았지만 진구 씨만큼은 아니죠~

빈말 아니고 진심! 상 받은 날 뭐 했어요?

●여 <감자별> 촬영 있어서 녹화하러 갔어요.

근데 현장에서 소식을 듣곤 다들 무척 기뻐하며 축하해주시더라고요.

케이크도 미리 준비해주셔서 커팅도 하고. 참 뜻깊은 날이었어요.

●김 정말 사심 가득 담아 말하는 건데, <화이>는 대단했어요.

불과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까지만 해도 제가 알던 여진구는 좀 큰 아역 정도였는데

<화이>에서는 그냥 성인이고 남자였어요.

도대체 여진구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확 바뀐 건가요?

●여 하하. 아마 살을 좀 뺐던 덕분인 것 같아요.

외적으로 변화가 있었고 또 화이가 굉장히 어두운 역이잖아요.

그래서 더 성숙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해요.

●김 감정 잡는 게 도저히 아역의 것으로는 보이질 않아요.

7살때 <새드 무비>에서 꼬마가 통곡하던 모습이 그랬고,

<해품달>에서 연우를 보내며 “나의 빈이다”고 울부짖는 장면도, 그리고 <화이>는 모든 장면이 말할 것도 없죠.

연기 잘하는 아역 보면 무슨 생각으로 저런 감정을 잡을 수 있나 신기한데, 진구 씨는 무슨 생각하면서 몰입해요?

●여 사실 어릴 때는 해서는 안 될 무서운 상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작품을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해요.

<화이>의 경우, 감정선 잡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시나리오를 읽을수록 이해가 돼야하는데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

오히려 궁금해지는 게 더 많았죠. 그래서 감독님과 정말 많은 얘기를 했어요.

화이의 현재, 미래, 그리고 과거까지. 그 미스테리를 풀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더 파고들었는데, 결국은 정의를 내릴 수 없었죠.

작품이 끝난 아직까지도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하고, 또 혼자 고민해요.

●김 정말정말 궁금한 게 있는데, <화이> 진짜 못 봤나요?

아니, 아무리 청소년 관람불가라지만 본인이 찍은 영환데 못 본다는 게 말이 돼요?

●여 인터뷰 때마다 받는 질문인데, 진~짜 못 봤어요. 맹세코!

솔직히 모니터링하면서 조각조각 보기는 했지만 모든 게 연결된 건 못 봤어요. 노력하면 볼 수는 있겠죠.

그런데 이왕 볼 거라면 전 관객과 같은 호흡으로 극장에서보고 싶어요.

꾹 참고 기다렸다가 스무 살 되는 첫날 볼 거예요.

●김 오~ 인내심이 대단하군요.

좀 의외인 게 앞으로 악역을 맡고 싶어 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왜 하필 악역이에요?

●여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요.

악역 중에는 현실성 없는 캐릭터가 많지만 인간의 나쁜 면을 연구해보는 데 흥미를 느껴요.

●김 <다크 나이트>의 조커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히스 레저는 그 영화 후 역할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잖아요.

화이 또한 무척 어둡고 고통스러운 역이었고.

악역을 맡게 되면 작품이 아닌 일상의 여진구에게 영향이 미치진 않을까요?

●여 그동안 악역은 비열하고, 주인공을 못되게 괴롭히는 게 보통이었다면

조커는 오히려 배트맨이 착한 일을 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여요.

웃는 모습도 너무 매력적이고. 제가 화이 역을 맡게 됐을 때 어른들이 많은 걱정을 하셨어요.

역할에서 못 헤어나오는 건 아닐까, 상처가 남지는 않을까….

그런데 그럴 걱정이 없는 게 화이랑 전 성격이 완전 달라요. 전혀 현실성이 없을 정도로.

그래서 괜찮았고, 앞으로도 역할 때문에 제가 어두워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요.

●김 선배들의 칭찬이 장난이 아니에요.

여러 매체에서 2014년 대세남 네명으로 김우빈, 유연석, 이종석, 그리고 바로 당신! 여진구를 꼽았고, 배우 김윤석 씨는 진구 씨를 ‘작은 거인’으로 표현했어요.

그뿐인가? 감독, 배우 등 많은 선배들도 굉장히 높게 평가했죠. 이렇게 예쁨받는 이유가 뭘까요?

●여 아… 솔직히 정말 당황스러워요.

감독님이든 선배님들이든 현장에서는 절 칭찬해주는 분이 아무도 없어요!

그런데 기자간담회나 인터뷰 자리에만 가면 저를 ‘작은 거인’이라느니, ‘너무나 맑은 수정체’라느니 칭찬해주셔서 민망함에 식은땀이 다 난다니까요(웃음).

아마 요즘 남자들이랑은 다른 느낌이 있어서 절 예뻐해주시는 게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보는데, 전 꽃보다는 흙,바위처럼 다부진 느낌이잖아요. 피부도 까무잡잡하고. 그래서인 것 같아요.

●김 누나들의 사랑도 엄청나요~

모델부터 가수, 배우까지 많은 누나들이 진구 씨를 이상형으로 꼽고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하는데다, 대중도 “이대로만 자라다오!”를 외치고 있어요. 함께하고 싶은 여배우를 딱 한 명만 꼽는다면?

●여 남자배우로는 이병헌·하정우·김명민 선배님, 여자배우로는 고현정선배님이요.

특히 고현정 선배님은 <선덕여왕>을 보고 반해버렸어요.

너무나 아름다운 외모라 악역과 매치가 안 됐는데, 그 차가운 미소에 한없이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궁금해요. 그 분과 함께하면 내가 뭘 배우고 얻게 될지.

●김 성인이 되면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건?

●여 가까운 편의점에 가서 주민등록증 탁 꺼내 보이면서 당당하게 맥주를 사고싶어요.

술이 마시고 싶다기 보다는 “난 이제 성인이다!”고 공표하고 싶은 거죠.

그다음으로는, 저도 남자다 보니 차에 관심이 많거든요. 면허를 따서 가까운 데 드라이브라도 하고 싶어요.

●김 그럼 앞으로 진구 씨는 어떤 남자가 되고 싶어요?

●여 진심을 담아서 매사에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는 남자.

뭔가를 거짓으로 대하려고 한다든가 요령을 피우고 싶진 않아요.

항상 진심을,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김 치열한 경쟁 끝에 이 자리에 서지 못한 수많은 삼성디스플레이 누나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여 절 이렇게까지 보고 싶어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만나 뵈었으면 좋겠고, 그동안 더 노력하는 여진구가 되도록 할게요.

복 많이 받으시고, 혹 TV에 제가 나오면 채널 고정! 해주세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