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재미있게 공부하는 방법 중 하나가 어원을익히는 것인데요. 세상사에는 핑계 없는 무덤이 없듯 우리말에도 뿌리 없는 말이 없으니 탄생 배경을 찾아 흥미로운 우리말 여행을 떠나보자구요~!

글_경향신문 어문팀 엄민용 부장

일러스트_김영진

 

대개의 말이 나름의 이유와 의미를 가지고 생겨났습니다. 그중에는 생겨난 이유가 아주 명확한 말이 있는데, 그런 이유들을 알면 낱말들을 정확하게 쓸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재미난 유래가 많아 우리말 을 공부하는 즐거움이 커집니다.

‘미주알고주알’도 그런 말 가운데 하나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너는 뭐 그런 것까지 메주알 고주알 일러바치니” 따위처럼 ‘메주알 고주알’이 적잖이 쓰입니다. 그러나 ‘메주알 고주알’은 ‘미주알고주알’로 써야 합니다(반드시 붙여 써야 함). 이때의 ‘미주알’은 ‘항문을 이루는 창자의 끝 부분’을 뜻하는 말이죠.

‘고주알’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미주알’과 운율을 맞춰 쓴 말이고요. 즉 ‘미주알고주알’은 ‘지극히 개인적인 소소한 일’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내 항문’이니까요. 우리 몸의 일부를 뜻하는 말인데, 그 의미를 잘 몰라 잘못 쓰는 말에 ‘부화’도 있습니다.

“부화가 난다”라거나 “부화가 치민다”라고 하며 쓰는 ‘부화’ 말입니다. “화(火)가 난다”는 말을 하고 싶을 때 쓰는 까닭에 ‘부화’를 바른말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때의 ‘부화’는 ‘부아’로 써야 합니다. ‘부아’는 우리 몸의 오장육부 중 하나인 폐장(허파)을 일컫는 말입니다. 즉 ‘부아가 치민다(난다)’라거나 ‘부아가 끓는다’는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곳이 부풀어 올라 목구멍 바깥으로 튀어나오려 한다거나 그곳이 부글부글 끓는다는, 참 멋진 비유입니다.

우리 몸과 관련해서는 ‘귓볼’과 ‘콧볼’도 그 말이 왜생겨났는지를 몰라 많이 틀리는 말인데요. ‘귓바퀴의 아래쪽에 붙어있는 살’은 ‘귓불’로 써야 하는데, 이때의 ‘불’은 불알(^^)이 줄어든 말입니다. 또 ‘콧볼’은 그곳이 ‘끝 양쪽으로 둥글게 ‘방울’처럼 내민 부분’이므로 ‘콧방울’로 써야 하지요.

이렇듯 어원을 잘 몰라 열이면 아홉은 틀리는 말에 ‘도찐개찐’도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한자말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와 비슷한 뜻으로 ‘도찐개찐’이나 ‘도낀개낀’을 많이 쓰시죠? 그러나 ‘도찐개찐’과 ‘도낀개낀’은 ‘도 긴 개 긴’이 바른 표기입니다. 여기서 ‘긴’은 ‘윷놀이에서 자기 말로 남의 말을 쫓아가 잡을 수 있는 거리’를 뜻합니다. 즉 지난 추석 때 윷놀이를 하며‘개낀이다’ 또는 ‘걸낀이다’ 했던 말의 바른 표기가 ‘개 긴’과 ‘걸 긴’인거죠. 그런데 ‘긴’이라는 말을 처음 듣는다고요? 아닙니다. 이 ‘긴’은 여러분도 무척 자주 쓰는 말입니다.

“오늘 삼성의 ‘난다 긴다’ 하는 인재들이 다 모였다” 따위처럼 쓰는 말에서 ‘긴다’의 ‘긴’이 바로 ‘개 긴’이나 ‘걸 긴’의 ‘긴’입니다. 남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가리킬 때 쓰는 ‘난다 긴다’는 ‘날아 다니다’와 ‘기어 다니다’를 뜻하는 말이 아닙니다. 생각해보세요. 나는 거야 재주가 될 수 있지만, 기어 다니는 것이 무슨 재주가 되겠습니까. ‘난다 긴다’는 날고 기는 것이 아니라 윷놀이에서 유래한 말인데요. ‘난다’는 ‘윷놀이 판의 말이 (바깥으로) 나는 것’이고 ‘긴다’는 ‘긴에 있는 상대편 말을 잡는 것’을 의미합니다. 별 생각 없이 무심코 쓰던 말에 이런 깊은 의미가 있었는지 정말 모르셨죠?

하지만 놀라시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그런 것이 ‘저엉~말’ 많거든요. 여러분이 늘 먹는 음식에도 그런 말이 많습니다. ‘돈나물(돗나물)’ ‘오돌뼈’ ‘창란젓’ ‘이면수’ ‘아구찜’ 등등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흔히 ‘돈나물’이나 ‘돗나물’로 쓰는 반찬거리의 바른말은 ‘돌나물’입니다. 이 나물이 본래 돌 틈에서 잘 자라잖아요. 그래서 ‘돌’나물입니다. 또 포장마차에서 소주 안주로 인기가 좋은 ‘오돌뼈’는 그것을 씹을 때 ‘오도독’ 하는 소리가 나므로, ‘오도독뼈’를 바른말로 삼고 있습니다. 유래를 알면 무릎을 '탁’ 치게 되는 말이죠.

‘이면수’의 바른말인 ‘임연수어’의 유래도 무척 재미있습니다. 19세기 초의 실학자 서유구가 지은 <난호어목지>라는 책을 보면 임연수(林延壽)라는 사람이 바다에 나가면 어떤 물고기를 아주 잘 낚아 그의 이름을 따서 지어준 것이 바로 ‘임연수어(林延壽魚)’입니다. 대체 얼마나 잘 잡았기에 이름까지 붙여줬는지 모르겠지만, 아주 재미난 작명입니다.

그리고 ‘아귀’는 ‘입 또는 구멍’을 일컫는 ‘악’에 ‘위’가 더해져 ‘악위’로 쓰이다 현대에 들어 ‘아귀’로 굳어진 말이죠. 이 밖에 우리가 늘 입고 다니는 옷과 관련해서도 잘못 쓰는 말이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소맷깃’입니다. “허 대리가 소맷깃을 잡고 늘어졌다”라거나 “와이셔츠 소맷깃이 새카맣다” 따위로 쓰는 ‘소맷깃’은 ‘소맷귀’가 바른말입니다. 옷에서 ‘깃’을 쓸 수 있는 곳은 목둘레 근처의 ‘옷깃’뿐입니다.

“오지랖 넓다”는 말의 ‘오지랖’도 옷과 관련한 말로,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을 의미합니다. 이를 ‘오리랍’으로 잘못 쓰는 일이 많은데, 우리 독자 여러분은 그러시면 아니, 아니, 아니~ 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