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oo를 해야지’
‘새해에는 xx를 하지 말아야지’

새해 결심은 두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운동이나 자기 계발 등 하지 않던 걸 하는 것이 있다. 두 번째는 금주, 금연, 소식 등 하던 걸 하지 않거나 줄이는 것을 들 수 있다. 습관의 관점에서 전자는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고 후자는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2023년 달력을 펼치며 다들 이런 결심 한두 가지를 했겠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경우 작심삼일로 흐지부지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부르면서도 왜 이렇게 의지가 나약한 것일까. 그러나 아직 후회하기는 이르다. 음력 설을 기준으로 다시 한번 새해 결심을 실천해 보자. 뇌과학을 알면 전보다 수월하게 새해 결심을 365일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의식에서 무의식으로, 반복된 행동으로 습관회로 만들기

 

어떤 행동도 처음 한두 번 해서는 습관으로 굳어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하고 있다면 습관이 된 것이다. 이처럼 습관을 만드는 게 중요한데, 어떤 행동이 의식의 통제에서 무의식의 통제로 넘어가는 과정이 바로 습관화다. 지난 수십 년 사이 신경과학자들은 우리 뇌에 습관회로(habit circuit)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떤 행동을 반복하다 이 회로에 걸려들면 습관이 돼 좀처럼 벗어나기가 어렵게 된다.

 

▲ 어떤 행동을 처음 할 때는 의식의 영역인 전두피질(frontal cortex)이 주로 활동한다. (출처 : ‘The Neuroscience of Ayurveda’)

 

▲ 습관화가 될수록 무의식의 영역인 선조체(striatum)가 주로 담당한다. 습관적인 행동을 할 때 선조체의 활동에 변연계아래피질이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출처 : ‘The Neuroscience of Ayurveda’)
 

그렇다면 습관으로 어떤 행동이 익숙해질 때,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연구 결과 이 과정에서 뇌의 활동 패턴이 3단계에 걸쳐 바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먼저 새로운 행동을 배울 때 전두피질이 활성화됐다. 다음은 습관이 형성되는 단계로, 행동이 몇 번 반복되면 *선조체와 전두엽과 두정엽 경계면에 있는 감각운동피질, 중뇌의 연결망이 강화된다. 행동의 자동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끝으로 습관이 각인되는 단계로, 선조체의 활동을 변연계아래피질(infralimbic cortex, 전두엽 아래 존재)이 관리하게 된다. 이때도 중뇌가 활성화되는데, 중뇌에서는 도파민을 분비해 행동에 쾌감(보상)이 따르는 결과를 준다. 

*선조체 : 대뇌피질의 정보를 받아서 보상, 집행, 자기 조절 및 운동 처리에 관여하는 중요한 뇌 영역

 

습관이란 어떤 일련의 행동이 하나의 묶음이 되면서 자동으로 일어나는 현상인데, 이 과정에서 의식을 담당하는 뇌 영역인 전두피질이 거의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꽤 정교한 행동조차도 자기도 모르게 수행하게 된다. 결국 습관은 무의식적인 행동이다.

 

 

좋은 습관을 들이고 나쁜 습관을 벗어나려면
행동으로 뇌를 속여라

 

그러나 얄궂게도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건 위와 같은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지만 이미 지닌 습관은 버리기가 무척 어렵다는 점이다. 진화론에 따르면 우리는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행동을 추구해야 함에도, 흡연, 과음, 과식 등 몸에 해로운 행동을 끊지 못하는 현상이 바로 그렇다. 이 같은 습관은 버리기가 무척 어려운데 뇌의 보상회로를 강하게 자극하는 데다 중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폐암에나 간암 진단을 받아도 다시 몰래 담배나 술을 찾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이럴 땐, 지금 하는 행동을 다른 행동으로 반응하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나쁜 습관도 대안이 있어야 고칠 가능성이 더 크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담배 한 대가 간절해질 때 무의식적으로 담배를 꺼내드는 대신 의식적으로 커피나 녹차 한 잔을 마시는 식을 둘 수 있다. 다른 행동으로 습관회로를 속이면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한편, ‘체화된 인지(embodied congnition)’ 역시 좋은 습관을 길들이고, 나쁜 습관을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체화된 인지란 신체적 감각 또는 행동이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에서 진행된 연구는 결심과 그에 따른 행동의 인과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연구자들은 알코올 사용 장애 치료 과정에서 한 그룹에 행동실험을 했다. 모니터 화면을 보다가 술병이나 술잔이 등장하면 의자 옆의 레버를 앞으로 밀쳐내라고 한 것이다. 이런 행동은 나흘 동안 하루 15분씩만 진행됐다. 퇴원 후 1년 뒤 추적 검사를 진행했는데, 이때 재발률이 46%였다. 이런 행동을 하지 않은 집단의 재발 비율은 무려 59%로, 행동실험을 진행한 그룹의 재발률이 13% 이상 낮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거부의 몸짓인 밀쳐내기가 술과 겹치면서 무의식적으로 술을 거부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참여자 가운데 한 사람은 파티에서 목이 말라 콜라를 마시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맥주만 잔뜩 있는 걸 보고 자신도 모르게 문을 세게 닫아 위기를 넘겼다는 에피소드를 전해주기도 했다.

 

작심살일,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우리는 결국 몸이 그 행동을 익히게 하는 수밖에 없다. 이를 이뤄내기까지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인내다. 운동을 예로 들어보자. 새해 결심 중 빠지지 않는 게 바로 운동이다. 그러나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새해 1월에는 헬스장에 사람들로 바글바글하지만 12월에는 그중 반도 남아있지 않다는걸. 앞서 습관화의 3단계에서 언급했듯이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행할 수 있을 때까지 한동안은 의식적으로 노력해야만 좋은 습관을 들이고 나쁜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단지 마음만 먹는 게 아니라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꾸준히 반복적인 행동을 해야만 한다.


안타깝게도 작심삼일을 이겨내는 데 지름길은 없다. 그렇다고 올해도 작년처럼 작심삼일로 새해를 시작하기에는 아직 많은 날이 남아있다. 2023년에는 달라지고 싶다면 먼저 작심삼일이 내가 모자라거나 부족해서가 아님을 먼저 이해하자. 스스로 의지가 약하다고 미리 생각해버리면 그만큼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 버린다. 나는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잠깐이나마, 그러나 매일같이 의식적으로 습관화를 위해 행동한다면 작년과는 다른 2023년 연말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새해에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과 우리의 의식적인 행동이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