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버킷리스트, 오로라(Aurora)! 독자 여러분 중에 오로라를 실제로 보신 분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오로라가 안 뜨니까 볼 수가 없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사실은 한반도에서도 오로라가 관찰된 기록이 있다. 고문서 분석 결과 조선 시대였던 1770년 9월 10일부터 9일간 붉은색의 오로라가 나타났다는 기록도 있고, 백제와 고구려, 그리고 고려 시대의 문서에도 적기, 즉 붉은 기운이 하늘에 나타났다는 천문 기록이 남아 있다. 최근에는 2003년 경북 영천의 보현산 천문대에서 붉은색 오로라가 촬영된 적이 있다.
오로라는 ‘빛의 향연, 빛의 잔치, 빛의 커튼, 신의 영혼, 춤추는 빛, 그리고 생명의 빛’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영롱한 색상의 화려한 오로라를 제대로 보려면 위도 60~80°의 고위도 지방으로 가야한다. 즉 북극이나 남극에 가까운 곳일수록 오로라를 관찰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2015년 9월에 북위 62°에 위치한 캐나다 옐로나이프에서 그야말로 인생 최고의 경험을 했다. 그래서 필자가 오로라를 보고 느꼈던 그 감동을 직접 촬영한 사진을 함께 보며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자 한다. 아는 만큼 더 보이는 법, 오로라의 생성원리부터 알아보자!!
오로라는 ‘태양풍’과 ‘지구 자기장’의 마술!
과연 오로라는 어떻게 생성되는 걸까? 오로라에 관한 연구는 아직도 진행 중이므로 밝혀지지 않은 부분도 많다. 지금까지 연구를 통해 알려진 오로라의 생성 원리는 다음과 같다.
태양은 엄청나게 뜨겁고, 핵폭발이 계속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분자들은 전자와 양성자 등으로 나뉘게 된다. 이 입자들은 태양의 표면을 뚫고 나와 우주 공간으로 방출돼 마치 총알처럼 지구로 쏟아져 들어오게 되는데, 이러한 입자들의 흐름이 바로 ‘태양풍’이다.
▲ 태양으로부터 분출된 입자들은 우주 공간으로 나오게 되는데, 이 입자들의 흐름이 바로 ‘태양풍’이다. (출처: 위키피디아, NASA Goddard Space Flight Center)
태양풍을 직격으로 맞는다면 지구는 태양풍의 공격으로 대기가 얇아지면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화성처럼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지구에는 이 태양풍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방어막이 있다. 바로 ‘지구 자기장’이다. 지구의 내핵은 식지 않고 뜨겁게 유지되고 있기에, 내핵이 간직한 에너지가 외핵에 전달된다. 철과 니켈 등이 액체 상태로 녹아있는 외핵이 자전에 의해 회전하면서 지구 자기장을 생성하게 되는 원리다.
하지만, 태양풍에 의해 분리된 입자들, 즉 양성자, 전자, 헬륨이온 등이 지구 자기장에 의해 빨려 들어오면서, 지구 대기를 이루는 각종 산소와 질소 분자, 네온 원자 등과 부딪히면서 빛을 내는데, 이 광전(光電) 현상이 바로 ‘오로라’다. 그래서 내핵이 식고 자기장이 사라지면서 대기가 얇아진 화성 같은 행성에서는 볼 수 없고, 지구에서는 화려하고 멋진 오로라를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오로라는 지구의 자기장이 생명체를 지키고 있다는 증거로써, 인간이 만드는 그 어떤 불꽃놀이보다 더 아름답게 하늘을 수놓고 있다.
▲ 태양풍을 막아내는 지구자기장의 존재! 지구의 자기장이 생명체를 지키고 있다는 증거로 빛나는 것이 바로 ‘오로라’이다.
오로라 헌팅을 위해 오로라 오발(Aurora Oval)로!
오로라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을 흔히 오로라 헌팅이라고 부른다. 가장 선명하고 화려한 오로라를 헌팅하기 위해서는 어디로 가야 할까? 앞서 적은 대로 오로라는 태양풍과 지구자기장에 의해 발생하므로 아쉽게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한정적인 곳에서만 관찰할 수 있다. 오로라는 지구의 자북극과 자남극을 중심으로 둘러싼 2,500∼3,000km 정도의 둥그런 원둘레에서 자주 발생하는데, 이를 오로라 오발(Aurora Oval)이라고 부른다.
▲ 실시간으로 오로라를 예측하는 오로라 예보 이미지. 원둘레 모양의 오보라 오발이 보인다. (출처: SpaceWeatherLive.com)
마치 고리처럼 지구의 자극(磁極)을 둘러싼 이 오로라 오발의 크기와 폭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태양풍과 지구 자기장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넓어지기도 하고 좁아지기도 하는데다, 위도가 더 높거나 낮은 쪽으로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극권이 아니더라도 위도가 조금 더 낮은 지역에서도 오로라를 볼 수도 있다.
지구의 자극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이동 중이다. 조선 시대까지도 볼 수 있었던 오로라를 더 이상 한반도에서 볼 수 없게 된 이유다. 현재의 자북극은 매년 서쪽으로 1년에 약 40km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데, 그 속도마저도 일정하지 않다. 그러므로 현재 오로라를 관측하기에 최적의 장소는 캐나다의 옐로나이프와 화이트 호스,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 노르웨이의 트롬소, 핀란드의 라플란드 등이지만, 미래에는 오로라 헌팅 명소가 바뀌게 될 것이다.
오로라는 ‘열권’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를 ‘대기’, 이 공기의 층을 ‘대기권’이라고 한다. 희박하게나마 약 1,000km까지 공기가 존재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지표에서 15km 높이까지의 공간에 약 75% 이상의 공기분자들이 모여 있다. 오로라는 80km 이상의 높이인 대기권의 가장 상층인 ‘열권’, 즉 공기가 매우 희박하면서 전파를 반사하는 전리층이 존재하는 부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구름이 생기고 비나 눈이 내리는 기상 현상은 지표면에서 약 10km까지의 ‘대류권’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구름이 많이 끼어 있는 흐린 하늘일 때는 더 상층부의 열권에서 아무리 오로라 스톰이 몰아친다고 해도 구름에 가려 제대로 볼 수가 없다.
필자가 오로라를 보고 온 옐로나이프에서는 3일 이상 머무르면 오로라를 볼 확률이 95%, 4일 이상 머무르면 98%라고 캐나다 관광청에서 발표했다. 이곳은 미국 항공 우주국(NASA)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오로라를 잘 관측할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옐로나이프에서 이렇게 오로라를 볼 확률이 높은 이유는 맑은 날이 1년의 2/3 이상으로, 구름과 대기 먼지의 방해 없이 천체를 관측하기에 가장 적합한 기후 특성 때문이다.
▲ 지구 대기권의 구조 - 오로라가 나타나는 것은 가장 상층이면서 공기가 매우 희박한 열권이다. 지상에서 가까운 대류권에서 생성된 구름이 방해하면, 안타깝게도 열권에서 나타나는 오로라를 볼 수가 없다.
오로라를 카메라에 담는 방법은??
옐로나이프에서 첫째, 둘째 날까지 본 오로라는 희미한 초록색의 구름 같았다. 육안으로 보는 오로라는 사실 좀 실망스럽기까지 했는데, 하지만 카메라로 촬영하여 모니터로 확인한 화면 속에서는 훨씬 더 밝게 빛나는 오로라를 볼 수 있었다. 15초간 노출하여 촬영하기 때문에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빛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오로라 촬영을 위해서는 현미경처럼 자세하게 찍는 마이크로(Micro) 렌즈가 아니라 범위를 넣게 잡아주는 어안(Fish eye)렌즈가 유리하다. 그리고 카메라 세팅을 잘해야 하는데, 감도는 ISO 1600, 조리개는 f/4, 셔터속도는 15초 정도로 설정한다. 삼각대 사용은 필수. 수동 초점 모드로 전환하여 촬영해야 제대로 오로라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천문학자 이태형 교수님께서 인솔하신 오로라 헌팅에도 참여할 수 있었기에 현장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전문가의 안내와 함께 오로라를 볼 수 있었기에 아는 만큼 더 보였고,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 실제 육안으로 봤을 때는 희끄무레한 초록색 구름 같은 오로라지만, 15초간 노출하여 촬영했기 때문에 사진상으로는 훨씬 더 밝게 보인다.
오로라의 컬러는 산소와 질소에 의해 결정된다?!
지구의 대기는 78%의 질소와 21%의 산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태양풍의 입자들이 지구 자기장에 빨려 들어와 공기와 부딪힐 때, 어떤 기체 성분에 충돌하는지에 따라 파장이 달라지면서 여러 가지 색깔로 나타나게 된다.
▲ 부딪히는 기체에 따라 달라지는 오로라의 색상을 나타낸 그림
옐로나이프에 처음 도착하여 본 초록색의 오로라는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으로, 지상으로부터 약 90~150km에 존재하는 산소와 부딪히면서 생성된다. 150~300km의 보다 높은 고도에서는 산소와 부딪혀 드물게 붉은빛의 오로라가 생성되기도 한다. 그리고 오로라의 하단에서 핑크빛으로 물드는 경우는 질소와 부딪힐 때이다. 이 핑크빛은 아주 밝고 강한 오로라가 나타날 때 관찰할 수 있는데, 필자는 정말 운이 좋게도 이 핑크빛 오로라를 볼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고도별 대표 컬러는 아래의 그림에 나와 있다.
▲ 고도별로 달라지는 오로라의 색상, 일반적인 고도별 대표 색상을 표시한 그림이다. 그림에는 보라색으로 표현되어 있지만, 실제로 보았을 때는 핑크색에 가까웠다.
오로라의 소리를 직접 들었다고?? 정말?
9월에 옐로나이프의 기온은 2~4℃ 정도여서 영하로 떨어지지 않았지만, 도심에서 떨어진 들판의 오로라 빌리지는 매우 추웠다. 덜덜 떨면서 밤새 오로라를 관측했는데, 첫날은 흐릿한 초록빛 오로라도 감사했지만, 이틀째가 되니 좀 더 센 오로라를 고대하게 되었다. 4일간만 머무르는 일정이었기에, 오늘은 좀 뭔가~ 제발 터져주길 간절하게 기도하던 셋째 날, 마침내 터ㆍ졌ㆍ다!!! 엄청난 오로라 스톰이 몰려와서 온 하늘에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래도 다행히 막 카메라 세팅을 마친 참이었기 때문에, 두 눈에 한껏 오로라를 담으면서도 손으로는 셔터를 연속해서 눌러 사진 촬영을 할 수 있었다.
초록과 핑크빛으로 대낮처럼 환하게 빛나는 빛의 파도가 너울너울 하늘을 휩쓸고 지나가는 것 같았고, 다시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휙~ 휙!! 너무나 빠른 속도로 화려한 빛의 커튼이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오로라는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인 듯 빠르게 움직이면서 다이내믹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하늘에서 폭죽이 막 터지는 것 같은 그 순간, 바로 그 순간!! 오로라의 소리를 나는 분명히 들었다. 아주 격정적인 피아노 연주를 바로 귓가에서 하는 듯했는데, 너무나 강한 시각적 자극 때문에 청각에 오류를 일으킨 것이었다.
천체관측을 할 때,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거의 최고 수준의 황홀하고 압도적인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자연이 펼치는 위대한 빛의 쇼, 지구상에서 가장 놀라운 자연현상 중 하나인 오로라는 평생 잊지 못할 인생 최고의 경험을 안겨주었다. 태양풍과 지구 자기장의 존재를, 그리고 온 우주를 나의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 온 하늘을 감싸는 오로라 스톰의 순간! 초록색은 태양풍의 입자들이 산소와 부딪히면서, 핑크빛은 질소와 부딪히면서 나타나는 색상이다. 대낮보다 더 환하게 하늘이 빛나고 있었다.
태양 활동은 점차 활발해지고 있는데, NASA에서는 2025년 7월에 200개가 넘는 흑점을 볼 수 있는 극대기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극대기 이후에도 최소 5년 동안은 태양 활동이 활발하게 유지된다. 오로라는 태양풍의 영향으로 생성되므로 태양 활동이 활발할수록 더 강한 오로라를 볼 확률이 높아진다.
일부 전문가는 태양 흑점 극대기에서 2~3년 후에 오로라가 더 강하게 발생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2013년이 태양 활동 극대기였는데, 필자가 판타스틱한 오로라 스톰을 본 것이 바로 2년 뒤인 2015년이었다. 지금은 코로나 사태가 위중하여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시기는 아니지만, 곧 이 지긋지긋한 바이러스를 우리는 마침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순간이 오면 우리 모두 다 같이 오로라 헌터가 되어 오로라 오발을 향해 출발해보자!! go~go~~
▲ 국제 우주 정거장(ISS)에서 바라보는 북극의 오로라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