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 사태가 해를 넘기면서 많은 사람들이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른바 ‘코로나 블루’다. 이러한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관심을 받았던 것이 펫 플랜트(pet plant, 반려식물)이다. 식물 하나가 사람의 외로움을 달래 준다니 언뜻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녹색 생명체가 주는 안정감은 상상 그 이상이다. 반려동물처럼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건 아니지만 식물 또한 주인이 어떻게 대하는가에 따라 시들기도 하고 병이 나기도 하고 활짝 꽃을 피우기도 하는 등 다양한 생체반응을 주면서 집 안에 활기를 준다.


애교 부리는 로봇 식물? 식물과 로봇이 결합되다

▲식물의 광합성 신호를 해석해 움직이도록 만든 ‘HEXA’ 로봇 (출처: VINCROSS)

이러한 반려식물이 로봇과 합쳐지면 어떨까? 최근 반려 식물은 로봇과 결합된 모습으로 등장했다. 중국 로봇 벤처기업 빈크로스(VINCROSS)가 개발한 로봇 헥사(HEXA)는 식물의 생체 전기화학적 신호를 감지해 움직일 수 있도록 개발됐다. 식물을 모자처럼 쓰고 있는 이 로봇의 모습은 흡사 거미와 닮았다. 앉았다 일어났다 자유롭게 관절을 움직이는 헥사 로봇은 식물의 신호를 받아들여 광합성이 필요하면 스스로 햇빛이 잘 드는 곳으로 움직일 수 있다.

▲HEXA 오리지널 로봇의 모습과 기능 (출처: VINCROSS 유튜브 채널)

컴퓨터 운영 체제 중 하나인 리눅스 기반의 오픈 소스 운영체계 소스로 만들어진 헥사 로봇은 평탄한 지면 외에도 바위나 계단도 능숙하게 오를 수 있다. 로봇의 몸체에 광센서와 적외선 송신기, 거리 측정 센서, 카메라를 부착한 덕분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로봇은 주인의 공감을 얻기 위한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는 것도 가능하다. 물이 필요하면 발을 동동 구르면서 물을 달라고 움직이기도 하고 책상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놀아 달라는 듯한 몸짓을 보이기도 하니 귀여워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식물과 교감하며 상호작용하는 반려식물 로봇들

6개의 다리로 거미처럼 움직이는 식물 로봇이 있다면 바퀴를 이용해 움직이는 ‘자동차 식물 로봇’은 어떨까? 지난 2018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연구소는 로봇과 식물이 결합된 형태의 반려식물 로봇 ‘엘로완(Elowan)’을 공개했다. 엘로완은 헥사 로봇과 같이 식물의 생체 전기화학적 신호를 감지해 행동한다. 엘로완은 식물과 연결된 ‘은 전극’을 통해 식물의 생체 신호를 받아 반응하고 움직인다.

▲식물과 연결된 전극을 통해 식물의 생체 신호를 받아 반응하는 엘로완 로봇 (출처: MIT Media Lab 유튜브 채널)

식물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빛, 물, 토양 등 식물에게 필요한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미국 인디애나주 퍼듀(Perdue) 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소이봇(Soybot)’은 식물을 잘 생육하기 위해 개발된 똑똑한 식물 로봇이다. 소이봇에는 다양한 센서가 있어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준다. 소이봇은 빛의 상태를 측정하는 빛 센서와 바퀴가 있어 더 밝은 빛의 방향으로 계속 움직인다. 광센서는 방에서 햇빛이나 LED 조명을 검색하고 찾는 역할을 한다. 수분감지 센서도 있어 물 주는 주기를 깜박하는 주인도 안심하고 소이봇을 키울 수 있다.

소이봇의 모습은 로봇 청소기와 흡사하다. 로봇 청소기처럼 원반형 바닥에 화분을 얹은 모양이기 때문이다. 로봇 청소기가 돌아다니는 것과 같이 소이봇은 빛을 찾아 거실을 가로지른다. 원래 소이봇은 갤러리 전시를 위해 만들어졌다. 소이봇은 2014년 미술 전시회에서 첫 등장한 이후 계속 발전되고 있다. 소이봇을 개발한 퍼듀 대학의 셰넌 맥멀런 박사는 “이제 소이봇은 갤러리가 아닌 집 안 공간의 일부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소이봇이 집에서 다양한 작물을 손쉽게 키우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집 안의 빛을 쫓아다니는 ‘소이봇(Soybot)’ (출처: Inside Science 유튜브 채널)

귀여운 식물 로봇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등장한 식물 로봇은 무시무시한 파리지옥을 닮은 생체모방형 로봇이다. 파리지옥은 덫처럼 닫히는 날카로운 바늘 모양의 잎을 벌려 파리, 나비 등의 벌레를 유인해 잡아먹는 ‘식충 식물’이다. 날카로운 가시 모양으로 둘러싸인 파리지옥의 잎 속에는 긴 감각 모가 있다. 이 감각 모에 파리가 앉으면 파리지옥은 양쪽 이파리를 닫아 먹이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다음 파리를 천천히 소화시킨다.

지난 2월 중국 둥난대학(东南大学) 연구팀은 파리지옥에서 영감을 얻은 유연 로봇 시제품을 공개했다. 이 로봇은 액정탄성체(LCE)로 불리는 중합체 평판으로 만들어졌다. 이 평판은 온도 변화에 따라 형태가 바뀌는데 마치 파리지옥이 주변 환경의 자극에 따라 변화하는 것 같이 압력에 따라 평평해졌다가 구부러진다.

국내 한 연구팀도 파리지옥의 원리와 모양을 모방한 로봇을 만들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파리지옥 로봇은 파리지옥 잎의 섬유질처럼 한 층은 가로로 다른 층은 세로로 연결되어 있다. 벌레가 로봇 이파리에 접근해 로봇이 이를 인식하면 두 잎 사이에 형상기억 합금 스프링이 당겨지면서 잎이 닫힌다.

이러한 파리지옥 모방 로봇은 반려 식물로 삼기에는 아무래도 부적당하다. 하지만 이 로봇들은 앞으로 초소형 로봇의 집게나 날개, 안면이 마비된 환자의 손상된 부위에 이식하는 인공 근육에 사용되는 등 다양한 생체모방 기기 연구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나무늘보를 닮은 멸종위기 식물 보존 로봇, ‘슬로스 봇 (출처: Georgia Tech 유튜브 채널)

한편, 멸종 위기에 놓인 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도 있다. 지난해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교(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 로봇공학 연구진이 개발한 슬로스 봇(Sloth Bot)은 멸종위기의 식물을 보전하기 위해 개발된 로봇이다. 미국 애틀란타 식물원(Atlanta Botanical Garden)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 로봇은 나무늘보의 원리와 형태를 모방해 개발됐다. 슬로스 봇은 마치 나무늘보와 같이 큰 나무 사이에 매달린 케이블에 따라 움직이며 온도, 날씨, 이산화탄소 수준 등 식물생육 조건 정보를 감지해 연구진에게 전달한다.

슬로스 봇은 나무늘보와 같은 저전력 에너지 생활 방식을 사용해 필요한 때만 이동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전력이 부족하면 햇빛을 찾아 이동하고 부족한 배터리는 태양광 전지판을 통해 보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슬로스 봇은 로봇공학을 통해 희귀종과 멸종위기에 처한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새로운 식물 로봇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식물과 융합된 로봇공학이 인류에게 보여주는 미래

녹색 자연은 인류가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기반이다. 하지만 자연환경은 날이 갈수록 오염되고 파괴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때 식물과 결합한 로봇공학의 발전은 앞으로 인류에게 주는 희망의 청신호로 보인다. 작은 화분에서 키우는 식물에서부터 거대한 스마트팜 등 도시 속 식물은 물론 야생 식물을 보호하는 데 로봇공학 기술이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어색하지만 인간과 자연, 그리고 AI 로봇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바로 우리 앞에 펼쳐질 가까운 미래의 모습이 될 것이다. 식물과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되고 있는 로봇공학이 또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곁으로 다가올지 기대된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