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연구 인생을 이끌어 온 좌우명은 '보고자 하면 보인다' 입니다.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원하는 결과에 다가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삼성은 우수한 여성 인력들이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최고의 엔지니어를 꿈꾸는 분들을 위해 삼성디스플레이 연구소의 추혜용 전무를 만나 경험과 노하우를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 자기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1989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입사해 15년간 OLED를 연구했습니다. 당시는 OLED 연구가 막 태동하는 시기였는데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분야에서 지금까지 일할 수 있었던 것이 큰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자로서 개발 성과를 제품화하고 싶다는 꿈이 가슴 한 켠에 늘 있었는데요, 세계 최초로 AMOLED를 양산하고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이러한 꿈을 이루고자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 당시는 여성 엔지니어의 숫자가 상당히 적었던 시기였는데요, 어려웠던 점은 없었는지요?

연구원 생활을 막 시작했을 당시 하드웨어 부문에서 여성연구원은 저 혼자였어요. 분위기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로 인해 업무로서 제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성별보다도 엔지니어로서 자신만의 역량을 개발하고 성과를 내면서 자연스럽게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담이지만 1998년 여성주간을 기념하여 발간된 엽서에 제 모습이 나온 적이 있습니다. 체신부에서 당시 발행한 여성주간기념 엽서에 포함되었죠. 엽서의 사진에서 오른쪽 아래 방진복을 입고 서있는 사람이 저예요. 하지만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당시 제가 살던 대전지역 우체국을 돌아다니며 이 엽서들을 다 사들이려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본인만의 비결은 무엇인지요?

팀원과 신뢰를 쌓는 것입니다. 과학 기술 연구는 혼자만의 힘으로는 성과를 내기 힘들기에 팀원과의 협업이 잘 이루어져야 합니다. 어렵고 힘든 연구 과제들을 진행할 때에도 팀원들이 함께 모여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기술을 연구하면서 결국에는 멋진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팀원들간의 두터운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였습니다.

제가 지금 팀을 이끌면서도 가장 중시하는 것은 팀웍인데요, 팀웍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팀원들끼리 자유롭게 소통하고 신뢰를 쌓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팀원들의 얘기를 경청하고, 팀원들의 능력을 신뢰하면 팀원들은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저는 부서원들과 식사를 자주 하는 편인데요, 그때에는 업무 관련 내용보다는 집안 대소사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워킹맘인 후배들의 고민을 들으며 서로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 '워킹맘'으로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어려움이 많으셨을 텐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제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시기였던 것 같아요. 다른 아이들이 엄마의 손을 잡고 등교할 때 할머니의 손을 잡고 등교하는 것이 싫다는 첫째 딸의 얘기는 지금도 가슴 속에 남아 있죠.

연구원이라는 업무 특성상 늦게 퇴근하는 날이 많았던 제가 아이들에게 사랑을 표현했던 방법은 매일 아침에 깨워주고 뽀뽀해주고 품에 안아주면서, 5분, 10분의 짧은 시간이더라도 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물리적으로는 떨어져 있지만 제 마음은 항상 딸들과 함께라는 것을 대화로 표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남편과 아이들은 아내이자 엄마였던 저를 믿고 따라줬던 든든한 후원자였기에 항상 고마우면서도 많이 미안했고요.

- 선배로서 현재 엔지니어로 재직 중이거나 장차 엔지니어를 꿈꾸는 여성 후배들을 위해 조언 부탁 드립니다.

‘不怕慢, 只怕站(불파만 지파참)‘ 이라는 중국 격언이 있습니다.

느린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멈추는 것을 두려워하라’는 뜻입니다. 쉽게 될 일이라면 누구나 하지만 쉽지 않았기 때문에 내게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엔지니어를 꿈꾸고 엔지니어로서 노력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3가지를 얘기해 주고 싶어요.

첫째는 어떤 도전도 두려워하지 말고, 둘째로 내가 상대방과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셋째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노력하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결실을 맺는 보람을 느끼게 될 겁니다.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고 이끌어 나갈 후배들의 앞 날에 무한한 애정과 응원을 보냅니다.

끊임없이 도전하며 디스플레이의 진화를 위해 노력해온 선배들의 열정을 이어가기 위해 많은 여성 엔지니어들이 최고의 제품 개발을 목표로 땀 흘리며 연구 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직장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최선을 다하는 여성 엔지니어들에게 삼성디스플레이가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