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을 설계할 때 잘못될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는 설계를 풀프루프(fool-proof) 또는 이디엇 프루프(idiot-proof) 설계라 합니다. proof는 단어 뒤에 붙어서 방지한다는 의미를 가지므로, 직역하면 바보 방지 설계라는 재밌는 표현이 됩니다.

풀프루프는 원래 제품 생산이나 사용 중 사람의 실수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시대를 맞으면서 일반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그 적용 대상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머피의 법칙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설계 ‘Fool-Proof’▲ 버터 바른 빵이 식탁에서 떨어지는 과정

흔히 세상일이 안 좋은 방향으로 일어나는 것을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이라 합니다. 식빵이 탁자에서 떨어질 때 하필이면 버터를 바른쪽이 카펫 바닥으로 떨어진다거나, 줄을 설 때 운이 없게도 내가 선 줄이 가장 늦게 줄어드는 현상 등을 말합니다.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설계 ‘Fool-Proof’(출처: 공대생도 잘모르는 재미있는 공학이야기)

에드워드 머피는 미국 항공국 직원으로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실험을 수행하였습니다. 실험하면서 그는 사소한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종종 경험했습니다. 실험 장치에 전원을 연결할 때 양극과 음극을 제대로 연결하면 다행이지만, 무심코 거꾸로 연결하면 실험 장치가 완전히 타버리곤 하니까요. 작은 실수가 커다란 재앙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머피는 항상 불안해 했습니다.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데 두 가지 이상의 방법이 있고 그중 하나가 매우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 일은 반드시 일어나고 만다”며 푸념했지요.

 

작업장에서의 과실 방지

작업하면서 사람들은 실수하기 마련입니다. 인간의 실수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단순 반복 작업은 착각을 일으키기 쉽고, 집중하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 가지 이상의 다른 일을 병행하거나 다른 사람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합니다.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설계 ‘Fool-Proof’

생산 공정에서 불량률을 줄이고 안전성을 높이려면, 실수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고, 실수를 하더라도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풀프루프 설계는 원래 안전관리 분야에서 처음 생긴 용어로, 벨트나 기어에 손이 끼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안전 커버를 설치하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제품 사용자의 실수 방지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설계 ‘Fool-Proof’

생산과정뿐만 아니라 제품사용 중에 일어나는 소비자들의 실수를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풀프루프 설계를 합니다. 예를 들어,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20V 전원 플러그는 110V와는 전혀 다른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만약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다면, 무심코 전압을 확인하지 않고 연결하다가 전기제품을 태워 먹기 일쑤였을 것입니다. 또 음극과 양극의 색깔을 달리하거나 모양을 달리하여 사용자가 전극을 혼동하지 않도록 합니다.

소형 디지털 장비에서는, 충전지를 비대칭 형태로 만들어 반대쪽으로 아예 체결되지 않도록 만들거나, 전원 플러그를 동심원 모양으로 하여 전극이 바뀌는 일이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컴퓨터 문서작성 프로그램에서 파일을 저장하지 않고 문서를 닫을 때 저장 여부를 확인하는 것, 더불어 파일을 삭제시 삭제된 파일을 휴지통에 보관하고 있다가 최종 삭제 전 한 번 더 확인할 기회를 주는 것도 일종의 풀프루프 설계라 할 수 있습니다.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설계 ‘Fool-Proof’

풀프루프 설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필요한 것들도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경유 차량과 휘발유 차량의 주유구입니다. 주유구 모양이 비슷하고 크기만 조금 달라서 경유 차량에 종종 휘발유를 주유하는 혼유사고가 발생하곤 합니다.

 

각종 방어설계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설계 ‘Fool-Proof’

제품이나 시스템을 개발할 때 각종 방어설계를 합니다. 예를 들어,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방수설계를 비롯해서, 습기가 차지 않도록 하는 방습설계, 소음과 진동을 막아주는 방음 방진설계, 충격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방충격설계 등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방충망, 방한복, 방화벽, 방탄조끼, 방부제, 방진마스크 등 무엇을 방어하기 위한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적대적인 환경조건을 막아주는 설계보다 어려운 것은 다양한 사용자들의 사용 방식을 대비하는 것입니다.

사용자들 중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방법으로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풀프루프 설계야말로 다양성을 고려한 고도의 지적능력이 요구되는 인공지능 시대의 유망한 엔지니어링 분야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분야에서 풀프루프 설계는?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설계 ‘Fool-Proof’

풀프루프 설계는 전통적인 공학분야에서 주로 하드웨어 제품에 대한 설계방법으로 발전해 왔지만, 앞으로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알고리즘을 포함한 각종 소프트웨어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쏟아져 나오는 많은 AI 알고리즘 중에서, 일부는 상품가치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똑똑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될 수 있고, 일부는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엉뚱한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보다 엘리트해지고, 사용자의 실수로 인해 황당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똑똑한 풀프루프 설계는 꼭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