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서 볼 수 있는 ‘홀로그램’, 이제는 현실에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등장하는 전투 국가 크리 제국은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다. 강한 전투력을 가진 우주 함대를 비롯해 행성 간 거리와 관계없이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자랑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개봉한 영화 ‘캡틴 마블’에 등장하는 크리 제국 특수 부대 ‘스타포스’는 정보를 보여주고 작전을 짜는 장면을 비롯해 동료와의 교신까지, 홀로그램을 통해 의사소통 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홀로그램, 어떤 기술이기에 이렇게 영화계에서 사랑받는 걸까?

 

빛을 기록, 재생하는 기술, 홀로그래피

우리가 물체를 볼 수 있는 건, 그 물체에 반사되는 빛을 느낄 수 있는 시력이 있기 때문이다. 홀로그래피(Holography)는 시각이 가진 이런 특징을 이용한다. 두 개의 빛의 간섭 효과를 이용해 물체에서 반사되는 내용을 기록하고, 기록된 내용을 재생해 뭔가를 보는 것처럼 만든다.

시력은 빛을 인식하는 능력이다. 우리가 물체를 볼 수 있는 건, 그 물체에 반사되는 빛을 느낄 수 있다는 말과 같다. 홀로그래피(Holography)는 시각이 가진 이런 특징을 이용한다. 두 개의 빛의 간섭 효과를 이용해 물체에서 반사되는 내용을 기록하고, 기록된 내용을 재생해 뭔가를 보는 것처럼 만든다.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는 ‘홀로그램’, 이제는 현실에서▲ 캡틴 마블, 홀로그램 대화 장면 (출처: VWN)

위 장면은 영화 ‘캡틴 마블’에 등장하는 주인공 ‘틴 마블’이 지구에 불시착 후 공중전화와 홀로그램을 연결해 ‘욘-로그’에게 연락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다. 여기서 보여지는 홀로그램(Hologram)은 홀로그래피로 만들어진 영상을 말한다.

▲ 홀로그램 곤충표본 (출처: Ksasao)

위 영상은 지난 2012년 일본 NHK 산하 연구소에서 공개한 홀로그램 곤충표본이다. 얼핏 보기에 진짜 곤충이 안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빛을 비추면 안에 있던 곤충이 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진짜가 아닌 홀로그램 가상 곤충표본이기 때문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서, 마치 뭔가가 진짜 있는 듯한 허상을 볼 수 있다. 이 홀로그램 영상을 재생하는 장치는 홀로그램 디스플레이(Holographic Display)라 부른다.

 

주목받는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는 ‘홀로그램’, 이제는 현실에서

1947년 전자 현미경을 연구하던 영국 물리학자 데니스 가보르가 처음 홀로그램의 원리를 발견했는데, 당시에는 기술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였다. 시간이 지나 레이저 기술이 발명되고, 자연색 홀로그램 제작 기술이 개발되면서 기계, 전자, 의료, 보안,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게 되었다.

이 홀로그램은 디스플레이 기술로도 주목받고 있다. 우선 보기 편하고, 자연스러운 입체 인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 홀로그램 화상 통화에서 보듯, 홀로그램 재생 장치는 대부분 테이블탑 방식이다. 아래에서 위로 빛을 쏘아 이미지를 그린다. 장소 제약이 적기 때문에 일반 디스플레이가 놓이기 힘든 곳에 정보나 영상을 표시할 수 있다. 당연히 실체감도 뛰어나다. ‘스타 포스’ 부대원들이 같은 행성 홀로그램을 보며 작전을 짰던 것처럼, 직접 보며 얘기하는 느낌을 준다. 디지털 홀로그램을 만들 수 있게 된다면 가상의 물건도 홀로그램으로 재생할 수 있으므로, 응용할 수 있는 방법도 많다. 여기에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이나 촉각에 반응하는 기술 등이 결합하면, 쓸 수 있는 곳이 무궁무진하게 넓어지게 된다.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는 ‘홀로그램’, 이제는 현실에서▲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등장한 홀로그램 (출처: AWN)

아직 직접 보긴 어렵지만,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는 이미 우리에게 친숙하게 여겨진다. ‘스타워즈’나 ‘어벤져스’ 같은 SF 영화 덕분이다. 실생활 속에서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생각보다 가까이 와 있을지도 모른다.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는 ‘홀로그램’, 이제는 현실에서

지난해 12월, 삼성전자는 ‘홀로그램 재생 장치 및 방법’에 대한 특허를 미국에 출원했다.

이 특허는 진짜 홀로그램을 구현하는 기술로, 가만히 보면 ‘캡틴 마블’에 등장한 홀로그램 생성장치와 조금 비슷하다. 영화 속 CG를 제작한 스튜디오에서는 홀로그램을 만드는 장치에 ‘액체자석’처럼 생긴 빛을 쏘는 물질을 가정했는데, 삼성전자가 내놓은 특허에서 보이는 렌즈도 일련의 비슷한 패턴을 포함한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도 2016년 SID에서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을 선보였다. 현대 자동차에서는 홀로그램 증강 현실 내비게이션을 2020년 이후 양산차에 탑재할 계획이다.

▲ 삼성디스플레이가 SID 2016에서 선보인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최근 카이스트 물리학과 연구팀도 안경 없이 3차원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재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공간광파면 조절기를 합치거나, 빠른 속도로 다량의 홀로그램 이미지를 조합하는 복잡한 시스템 대신, LCD패널과 비주기적으로 설계된 박막을 추가한 3차원 영상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가로, 세로 약 3㎝의 화면에서 30도 정도 시야각을 가지는 3차원 홀로그램 영상을 구현하였다.

홀로그램 디스플레이의 상용화가 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 한계 때문에 당분간 제한된 분야에서 사용되지만, 2030년까지는 홀로그램 영상까지 볼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테크나비오에서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2022년까지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시장은 연평균 27%, 시장 규모는 지금보다 36억 달러 이상 더 커질 것이라 말하고 있다.

 

홀로그램과 함께 하는 삶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는 ‘홀로그램’, 이제는 현실에서▲ 캡틴 마블, 홀로그램 대화 장면 (출처: AWN)

만약 홀로그램 기술이 널리 쓰인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변할까? ‘캡틴 마블’에서는 3가지 가능성을 보여줬다. 첫째, 영화 시작부에 ‘욘-로그’가 작전 계획을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여럿이 테이블 위에 투영된 같은 입체 화면을 보면서 논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둘째, ‘틴 마블’이 지구에 불시착 후 화상통화 대신 홀로그램을 통해 개인 간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셋째, ‘틴 마블’이 AI 지도자를 만나는 장면은 마치 가상 공간에 들어선 느낌이다. 영화 안에서는 뇌에서 일어나는 환상처럼 묘사되지만, 먼 훗날 홀로그램 디스플레이가 공간 재생 디스플레이로 사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 2014년에 기대한 2019년 웨어러블 홀로그램 시계의 모습 (출처: ActuallyNerd)

특히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는 크기와 공간 제약이 없는,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닐 수 있는, 손짓으로 조작 가능한 꿈의 디스플레이이자, 꿈의 증강 현실(AR) 기기이기도 하다. 가상 시제품을 홀로그램 영상으로 만든 다음 함께 검토하거나, 복잡한 기기 제작에 홀로그램 영상으로 정보를 투영해서 작업하는 방법도 쓸 수 있다.

홀로그램을 이용한 가상 환경 구축도 가능해진다. 공간 자체를 기록하고 재생하기는 어렵겠지만, 여러 홀로그램 영상을 조합하면 이용자가 원하는 환경을 어느 정도 만드는 일은 가능하다. 동물원이나 식물원 등을 만들어서 가상 학습을 할 수도 있고, 재난 및 업무 훈련도 가능하다. 가상 비서, 가상 말벗, 가상 요리 실습이나 가상의 선생님에게 언어 등을 배운다거나 하는 일도 할 수 있다.

이처럼 홀로그램으로 인해 많은 일상이 바뀌리라 기대되지만, 아직은 조금 멀리 떨어진 현실이다. 조만간 우리 앞에 등장할 홀로그램은 운이 좋으면 홀로그램 TV, 아니면 상업 시설이나 스마트폰으로 구현될 작은 영상이 될 것이다. 시시해 보일 수도 있지만, 다음 세대의 삶은, 여기서부터 바뀌기 시작할 것이다, 분명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