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있는 양자역학 이야기 - 양자의 세계

‘물체가 빛의 속도로 달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시간이 멈출까 아니면 느려질까?’, ‘공간 왜곡이 일어날까?’ 양자역학을 이야기 하면서 이러한 의문을 갖는 것은 빛에 대한 이해가 곧 양자역학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1927년, 5차 솔베이 회의▲ 1927년, 5차 솔베이 회의 (출처: Wikipedia)

위대한 질문은 끊임없는 새로운 질문들을 창출하고, 세상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하게 한다. 위의 질문은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의 기초가 된 질문이다. 사과의 자유낙하에 관한 뉴턴의 질문이 중력의 근본인 만유인력에 대한 이해를 이끌어낸 것처럼, 과거의 위대한 과학자들은 자연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질문을 통해 다양한 이론들을 만들어 냈다. 양자역학도 '빛은 입자인가? 파동인가?'라는 질문을 계기로 태동하기 시작했다. 양자역학 확립의 시작에 영향을 준 역사적인 회동은 1927년 5차 솔베이 회의(Conseils Solvay)로 보고 있다.

 

양자역학의 개념 정립

패러다임의 전환에 관한 Kuhn cycle

▲ 패러다임의 전환에 관한 Kuhn cycle

토마스 쿤(Thomas Kuhn)이 자신의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기술했듯, 과학의 발전은 누적된 지식의 축적(cumulative)이 아닌 비축적적(noncumulative)인 급진적이고 혁명적인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이루어진다. 이를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한다. 뉴턴 시대의 고전역학이 현대역학으로 전이하게 된 계기는 빛이 입자라고 받아들인 다양한 과학자들(플랑크, 아인슈타인, 드브로이, 하이젠베르그, 슈뢰딩거, 디랙 등)의 사고실험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빛이 파동이라고 여기면 설명되지 못하는 자연현상(흑체복사, 고체열용량, 광전효과, 컴프턴효과, 수소 휘선스펙트럼, 고체 전자회절)을 이해하기 위해, 만약 ‘빛이 입자라면’이라는 가정을 통해 사상의 전환을 끌어냈다. 이에 에너지의 불연속성과 불확실성의 원리 등을 통해 양자역학의 개념이 정립되게 되었다.

쉽게 알아보는 양자역학 – 1. 양자의 세계

빛의 입자성에 관한 설명은 광양자설을 발표한 아인슈타인에 의해 전개되었다. 광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추후 전자의 개념과 양성자의 개념으로 까지 발전되어 나간다. 파동으로 설명되던 빛의 특성들은 파동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유지되었으며, 파동의 전달 매질인 에테르라는 개념의 도입으로 더욱 확고히 되는 듯하였다. 이후 입자로 간주되던 전자의 행동양식과 빛(광자)의 행동양식이 일치하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관찰되면서 ‘빛은 파동이다’이라는 개념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쉽게 알아보는 양자역학 – 1. 양자의 세계

빛은 파동의 특징인 중첩, 간섭, 회절, 산란 등 일반적인 음파가 지닌 특징을 그대로 지닌다. 빛의 파동성을 주장한 호이겐스(Christiaan Huygens)의 가설을 입증하고자 한 마이켈슨-몰리의 실험은 오히려 파동을 운반하는 매질인 에테르의 존재를 부정하게 만들었다. 흑체(black body) 복사에 관한 파동학적 해석시 발생하는 자외선 파탄(ultraviolet catastrophe) 현상을 플랑크(Max Planck)가 해결하였고, 이때 빛이 지닌 에너지를 ‘불연속적인 어떤 에너지 덩어리로 보자’ 라는 가설을 사용하였다. 즉, 플랑크의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양자역학의 문을 연 계기를 마련하였고, 이때 어떤 불연속적인 에너지 덩어리를 ‘양자’라고 부르게 되었다.

흑체 복사란,

열을 지닌 모든 물체는 전자기파를 방출하며, 이상적인 흑체가 방출하는 전자기복사를 흑체 복사라고 한다. 이때 흑체는 모든 복사를 흡수했다가 재방출하는 이상적인 완전 복사체이다.

자외선 파탄이란,

주어진 온도를 지닌 물체가 방출하는 복사에너지를 분포도 형태로 나타냈을 때, 이 분포도는 온도에 따른 최대 파장을 지닌 (플랑크)복사곡선 형태를 지니게 된다. 고온의 물체일수록 짧은 파장(큰 주파수)의 전자기파를 방출하게 되는데, 고전 역학의 복사 이론을 이에 적용하면 고온의 물체가 방출하는 자외선 영역에서 짧은 파장대의 복사가 실제보다 과대하게 예측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결국 물체가 무한대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으로 이상하게 해석되어, 이를자외선 파탄 현상이라고 부른다. 이는 에너지의 불연속성으로 해석하면 쉽게 해결되며, 빛의 입자성 해석의 기초가 된다.

이후 양자 단위체의 비례상수를 플랑크 상수(h)로 설정하게 되었다. 또한 아인슈타인과 드바이에 의해 에너지 양자개념이 사용됨에 따라, 빛 에너지의 추상적인 개념(불연속성)이 점차 구체화 되어갔다.

 

양자역학의 광전효과와 파동

금속표면이 반짝이는 것도 광전효과로 설명된다▲ 금속표면이 반짝이는 것도 광전효과로 설명된다

이후 본격적인 양자역학의 문을 활짝 열고 들어서게 된 계기는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에 관한 사고실험이다.

광전효과란,

금속 물질이 고유의 특정 파장보다 짧은 파장을 지닌 전자기파를 흡수했을 때 전자를 방출하는 현상으로, 이때 방출되는 전자를 광전자라고 한다. 일반적인 전자와 동일하지만 빛에 의해 방출된 전자이기에 광전자로 불린다.

헤르츠에 의해 발견된 광전효과(photoelectric effect)를 이론적으로 설명한 아인슈타인은 빛을 광입자(광자, photon)로 해석했을 때, 고전역학으로 해석한 것보다 수월하게 설명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컴프턴의 광산란 효과, 수소 휘선 스펙트럼의 해석에서도 빛의 입자성이 사용되었다. 이후 보어, 톰슨, 러더퍼드에 의한 원자모델의 발전을 통해 불연속적인 에너지 준위를 갖는 원자내 전자의 배위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빛이 파동성과 입자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에 착안하여, 아인슈타인에 의한 ‘파동의 입자성’과 대응되는 드브로이(L. de Broglie)에 의한 ‘입자의 파동성’, 즉 물질파(matter wave)의 개념이 등장한다. 즉 전자나 소립자, 심지어는 야구공과 같이 명백하게 입자라고 이해되는 물질도 파동의 성질, 또는 파동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빛을 이해하는 데 이중성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아인슈타인의 견해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후 하이젠베르그의 행렬역학과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을 통해 양자역학적 현상이 운동량과 위치량은 동시적으로 해석되지 않음을 인지하고, 물질의 분포는 확률론적 해석이 바탕이 되어야 함을 알게된다.

쉽게 알아보는 양자역학 – 1. 양자의 세계

빛의 성질 해석을 통한 양자역학의 수식화에 있어서, 하이젠베르크와 슈뢰딩거는 독보적인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 둘은 서로의 논리와 자신만의 역학이 당시의 양자현상을 가장 잘 설명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은 시공간적 시각화(심상)가 어려운 반면,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은 심상이 존재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사실상 서로간에 주장하는 행렬역학이나 파동역학이 사실은 동일한 현상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설명한 것일 뿐이라는 것을 디랙(Paul Dirac)이 밝히게 된다. 연산자(operator)로 구성된 디랙의 변환원리에 의해 수학적으로 행렬역학과 파동역학의 두 식이 일치함을 발견한다. 이에 디랙은 맥스웰의 전자기학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을 반영한 현대 양자역학을 집대성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는 반물질(anti-matter)의 개념을 도입하고, 실제 존재할 수 있음을 예견한다. 음전하를 띤 전자와 쌍을 이루는 양전하를 갖는 양전자의 존재를 예측한 것이다.

현대는 자연에 존재하는 4대 힘(전자기력, 강력, 약력, 중력)의 형태와 상호관계를 하나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초끈 이론(superstring theory)'과 'M 이론(membrane theory)'의 등장으로, 중력과 양자론을 결합하려는 '만물의 이론(TOE, theory of everything)'을 만들고자 하고 있다. 다중우주론, 평행우주론의 개념도 슈뢰딩거 고양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게 된다.

▲ 이론물리학의 대표적 이론들 사이의 관계▲ 이론물리학의 대표적 이론들 사이의 관계

고전역학, 상대성이론, 양자장이론, 끈이론 등 다양한 이론들이 있으며, 이들 대표적 이론들 사이에는 서로 보완하고 발전해 나가는 관계가 내재돼 있다.

여전히 거시 세계를 다루는 일반상대성이론과 미시세계를 해석하는 양자역학은 물과 기름처럼 별개로 존재하고 있지만, 새롭게 등장하는 이론들에 의해 분자속에서도 우주의 성질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가고 있다. 4차원의 시공간을 11차원으로 확장시킨 끈이론을 통해, 물리학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자연현상과 시공간의 영역을 넓혀왔으며, 적절한 조건을 부과하면 끈이론은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으로 환원됨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양자역학은 가시화시키기에 아직 무리가 있는 영역이며, 여전히 이론, 가설, 가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끊임없이 발전해 가고 있는 학문으로 원자에서부터 우주의 현상을 이해하게 해주는 학문임은 명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