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새로운 시작, 출발을 알리는 시기입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초년생들은 사회생활에 대한 기대나 설렘도 있는 반면, 긴장과 우려도 공존합니다. 이럴 때 이 모든 과정을 경험해 온 선배들의 조언을 귀담아듣는 것은 큰 도움이 됩니다.

삼성디스플레이에도 인생의 본보기가 될 만한 훌륭한 선배들이 많습니다. 그중에서 오늘 뉴스룸이 만난 주인공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삼성디스플레이 OLED의 산증인 가운데 한 명으로 그 역사를 직접 만들어온 인물입니다. 여러분의 인생에 든든한 나침반이자 멘토가 되어줄 박준영 상무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까요?

 

저는 1999년에 삼성에 입사해 벌써 입사 19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입사 초부터 약 20년간 OLED 연구 개발에 매진한 외길 인생입니다. 삼성과는 우연한 기회에 인연이 닿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연구원(Post-Doc)을 마친 후 비자 재발급을 위해 한국에 왔다가 학교 선배로부터 삼성에서 OLED 인력을 확보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박사 시절, OLED에 들어가는 발광체의 광전기 특성을 학위 논문 주제로 연구하고 있었기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죠. 내가 좋아하는 OLED를 곁에 두고 마음껏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입사를 결심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OLED를 연구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디스플레이 랩에서 함께 OLED를 연구하던 인력은 10명 정도에 불과했지요. 그때 진행했던 삼성의 OLED 연구가 시초가 되어 이렇게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발전한 것을 보면 정말 감회가 새롭습니다.

 

처음 회사에 입사해 적응해야 할 일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입사 초기 고분자 OLED 물성 연구를 담당했는데, 연구의 대부분이 독일의 유럽연구소와의 협업을 필요로 했던 터라 외국에 있는 연구원들과 소통할 일이 많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국내에 있는 동료들과 업무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초창기 OLED 연구는 회사 내에서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힘들고 답답한 마음에 결국 유럽연구소 주재원으로 근무하는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했죠. 그때 선배가 말하더군요. “조급해 하지 말고 편안하게 즐기면서 대응하라.” 그때 그 말이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선배의 그 조언 덕분에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입사 초기부터 조급함을 보이는 후배들을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마음처럼 쉽지 않은 법이죠. 그러다 보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절망하거나 쉽게 포기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항상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실력을 믿고 차분하게 주변을 돌아 보며 자신의 강점을 찾다 보면 어느 순간 회사에서 필요한 전문가가 된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말이죠. 어렵고 힘든 일을 즐긴다는 것,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즐기려는 자세로 문제의 실타래를 풀어 나가다 보면 상황은 긍정적으로 바뀌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하나씩 극복하며 자신의 성공 방정식을 만들다 보면 내공은 자연스레 깊어집니다. 내공이 깊어지면 어떤 일이든 잘 해낼 수 있죠. 만약 혼자만의 노력으로 부족하다면 도움을 요청하세요. 여러분의 손을 잡아줄 선배와 동료들이 주변에 있습니다.

제가 FHD(해상도 1920X1080)  OLED 구현 공법 개발 프로젝트를 맡았을 당시, 공정 · 설비 · 소재업체 등 모든 부분을 새로이 개발하고 양산 최적화하는 것이 숙제였습니다. 그런데 초기 불량률이 높아 과연 가능한 일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죠. 이때 많은 선배들과 동료, 후배들이 힘을 모아 기술 · 개발 · 품질 · 설비 부서에서 각자의 몫을 발휘했고, 그 역량이 모두 잘 결합돼 결국 과제를 성공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QHD(해상도 2560X1440) 공법 개발도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2014년에 팀원들과 함께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안았습니다. 고생한 팀원 모두와 함께 받은 상이어서 더욱 값지고 의미 있게 다가오더군요. 저 또한 당시 기술팀과 개발팀의 협업을 잘 이끌어 낸 것을 계기로 현재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일을 하다 보면 기술팀, 개발팀 등 각자의 입장 차이 때문에 서로 부딪히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역량을 발휘하는 데 있어 화룡점정은 부서 내외, 협력사와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협업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먼저 역지사지에 따른 상호 배려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리고 서로 입장을 바꿔 합리적으로 생각해 보고 소통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상호 접점이 생기고 이야기가 통하며 자연스럽게 합의점이 도출됩니다.

 

한 번은 양산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된 신규 재료가 실제 공정에서 특이 불량을 일으키는 일이 발생했고 문제 해결의 기미가 안 보이는 막막한 상황이 있었습니다개발 담당자와 저는 머리를 맞대고 근본 원리와 불량 메커니즘을 파고들었고, 집요한 분석 끝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그 방향으로 틀을 잡고 새로운 제품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특이 불량 제거는 물론이고 레퍼런스 제품보다 더 우수한 성능을 지닌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엔지니어는 단순 수치로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아닌, 반드시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근원적인 해결을 지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학무지경(學無止境).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사실도 함께 말이죠. 이 경험을 토대로 하루 업무 시작 전, 항상 마인드 세팅을 통해 마음을 다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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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업무 및 사생활 등에서 자신의 현재 상황을 잘 진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인지는 업무의 우선순위 파악에 도움이 되고 효율적인 시간 관리에도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만큼 언어 학습 또한 중요합니다. 이때 해당 국가의 문화도 함께 익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랜 회사 생활을 통해 ‘나에게 내미는 손은 꼭 잡아 주자’는 나름의 철학이 생겼습니다. 몇 년 전, 저는 회사 후배로부터 감사 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다른 팀에서 어렵다며 돕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던 프로젝트를 제가 준 도움 덕분에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었고, 몇 년 뒤 다른 프로젝트 미팅 건으로 만난 자리에서도 저의 배려 덕분에 편안하게 발표를 마칠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일을 오랜 시간 기억해 주고 고맙다고 말해주니 제가 더 고맙더군요. 이를 계기로 작은 관심도 누군가에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주변을 좀 더 세심하게 살피려고 노력합니다.

 

‘Technology that makes Man Happy.’

누군가 좌우명을 물어오면 이렇게 대답하곤 합니다. 저의 인생과 함께 성장해 온 OLED가 개발과 양산을 거쳐 상용화되고, 그로 인해 기기의 성능과 품질이 향상되고, 그 결과 사람들의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이라는 게 결국은 인류사회를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입니다. 우리가 연구 · 개발하고 있는 기술들이 인류사회에 공헌하고 있다는 사명감도 들고요. 그런 의미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제게 무척 의미 깊은 곳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줬고, 그 일이 성공하는데 든든한 받침대가 되어 주었죠. 오랜 시간 제가 성장해온 공간이자 앞으로도 계속 성장해 나갈 곳입니다. 후배들에게 ‘삼성디스플레이는 너의 무궁무진한 성장을 이끌어 줄 든든한 터전’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해 줄 수 있어서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함께 성장하며 앞으로도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기술을 만드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 지난해 한국공학한림원은 2025년 우리나라를 이끌 100대 기술과 이들 기술을 다루는 핵심 인물들을 선정해 발표했다.  76명의 과학기술자들이 주요 분야별 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100대 기술과 인재를 발굴해 `2025년 대한민국을 이끌 100대 기술과 주역`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는데박준영 상무가 고화질/투명 디스플레이 분야에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