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 방송사가 틀어 주는 방송만 본다는 이야기는 이제 옛말입니다. TV에도 독자적인 운영체제(OS)가 탑재되고, 스마트 기능이 추가되며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됐죠. 특히,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맞아 PC나 스마트폰을 무선으로 연결해 다양한 콘텐츠를 TV의 대화면으로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게이머에게도 이런 변화는 반길 부분입니다. 원격으로 TV나 다른 기기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 스트리밍’ 기능이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게임기나 컴퓨터가 직접 연결된 모니터에서만 게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가족 중 누군가 게임기가 연결된 TV를 장악하고 있거나 게임 프로그램이 깔린 컴퓨터를 독점하고 있을 경우에는 다음 차례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게임 스트리밍' 기능을 활용하면 홈네트워크에 연결돼 있는 다른 기기에서 내가 원하는 때 원격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 그림으로 보는 게임 스트리밍의 원리

(출처 : 스팀 홈 스트리밍 소개 페이지 : http://store.steampowered.com/streaming/?l=koreana)

게임 스트리밍의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게임기나 PC에서 연산한 게임 화면을 영상의 형태로 가공해, 태블릿과 같은 목표 기기에 무선으로 보냅니다. 이렇게 보는 게임 화면은 사실 실시간으로 재생되는 게임 영상인 셈입니다. 게이머가 이를 보고 조작하면, 영상을 보여 주는 기기가 조작 신호를 받아 게임이 구동되는 PC나 게임기로 다시 전송합니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무엇보다도 장소의 제약이 없어집니다. 방에 완벽한 PC 게임 환경이 만들어져 있더라도 가끔은 가족과 함께 거실 소파에 앉아서 TV로 게임을 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혹은 TV로 게임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TV를 보겠다는 가족이 있을 수도 있죠. 게임 스트리밍을 이용하면 이런 상황에서 다른 기기를 이용해 평소처럼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고성능 PC나 콘솔 게임기에서 문제되는 소음과 발열에서도 한결 자유로워집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행기 이륙하는 소리’라는 은어가 통할 정도로, 이런 기기에서 나는 팬 소음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골수 게이머라면 헤드폰 하나 정도는 다들 가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니까요.

▲ 엔비디아와 AMD의 하이엔드 GPU ‘1080ti’(좌), ‘베가’(우). 둘 다 ‘한 성능’, ‘한 발열’ 한다

(출처 : 엔비디아 홈페이지 http://www.nvidia.co.kr/graphics-cards/geforce/pascal/kr/gtx-1080-ti

AMD 홈페이지 https://pro.radeon.com/en-us/product/radeon-vega-frontier-edition/)

발열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고성능 그래픽 카드(GPU)는 한계치까지 구동될 때 기본적으로 섭씨 60~70도 이상을 기록하며, 한여름에는 80~90도까지 가기도 합니다. PC를 옆에 두고 장시간 게임하기는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이럴 때 게임 스트리밍으로 PC는 방에 두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있는 거실에서 TV로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이점이 있기에, 소프트웨어 플랫폼 업체와 하드웨어 플랫폼 업체 모두 스트리밍 기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소니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4(PS4)는 ‘리모트 플레이’라는 이름으로 스트리밍 기능을 제공합니다. 본래는 자사의 휴대용 게임기인 ‘PS 비타(PS Vita)’를 통해서만 스트리밍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PC를 통해서도 가능합니다.

▲ PS 비타를 통한 리모트 플레이 기능 시연 영상(출처 :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유튜브 채널)

리모트 플레이는 이 글에서 소개하는 스트리밍 기술 중 유일하게 집 밖에서도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무선 인터넷의 대역폭만 받쳐 준다면, 카페에서도 집에서 하던 콘솔 게임을 이어서 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기 엑스박스 원(XBOX One)은 윈도우 10을 사용하는 기기로의 스트리밍을 지원합니다. 아쉽게도 다른 운영체제와의 호환은 지원하지 않아 윈도우 PC에서 엑스박스 원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이죠.

일견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능처럼 보이지만 윈도가 절대 다수가 이용하는 PC OS라는 점, 그리고 9인치 이하의 태블릿에 윈도 10 라이선스가 무료로 제공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스트리밍을 위한 기기가 이미 집에 있을 가능성이 높고, 그렇지 않더라도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엑스박스 홈페이지에서 소개 중인 스트리밍 기능

(출처 : 엑스박스 홈페이지 : http://www.xbox.com/ko-KR/xbox-app?xr=shellnav)

평소에는 거실에 있는 게임기로 게임을 즐기지만, TV를 쓸 수 없다면 방에 있는 사무용 PC나 저가형 윈도우 태블릿으로 조용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셈이죠.

PC 플랫폼에서 가장 유명한 ‘밸브’사의 게임 플랫폼 ‘스팀’의 스트리밍 접근은 조금 다릅니다. 본래 PC에 뿌리를 둔 소프트웨어 배급 플랫폼인 만큼, PC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기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음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스팀 홈 스트리밍’ 기능을 이용하면, PC에서 구동 중인 게임을 집 안 노트북이나 TV를 통해 원격 플레이 가능합니다. 고사양 게이밍 데스크톱을 일종의 서버 역할로 방에 두고, 에어컨이 나오는 거실에서 컨트롤러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밸브는 이를 위해 엔비디아나 삼성전자와 같은 전문 하드웨어 제조사와 협력하며 스트리밍의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습니다. 2016년과 2017년형 삼성전자 스마트 TV를 사용하고 있다면, ‘스팀 링크’ 앱을 통해 간편히 PC 게임을 거실 TV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본래는 셋톱박스 방식의 디바이스로 제작해 판매하고 있었지만, 밸브의 인증을 거쳐 삼성전자 TV에 앱 방식으로 탑재된 것이죠.

▲ 철권 대회장에 배치된 삼성 QLED TV의 모습(출처 : 삼성전자 뉴스룸: https://news.samsung.com/kr/?p=348806)

국내에서는 8월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진행된 ‘철권 월드 투어’ 현장에서 삼성 스마트TV를 통해 실제 구동되는 스팀 링크가 공개됐습니다. 게임 전문 매체 디스이즈게임에 따르면, “워낙 자연스럽게 구동돼 얘기를 해주기 전까지 몰랐던 유저가 태반”이었다고 할 정도입니다. 빠른 반응 속도가 필요한 격투 게임에서도 입력 지연 시간이나 화질 면에서 직접 연결과 구분하기 힘든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동안 방 안 PC 앞에서만 게임을 즐겨 왔거나, TV 시청에 밀려 게임기가 있음에도 게임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면? 게임 스트리밍에서 한 번 해답을 찾아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