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미국에서 건너왔다는 앳되고 살짝은 촌스럽기도 한 소녀가 등장했다. 솔직히 그때만 해도 그랬다. 목소리가 좀 특이하네, 듣다 보니 좀 매력적이기도 하네…. 그런데 잠깐 반짝이다 말 것 같던 그녀가 어느새 두 장의 앨범을 들고, 눈빛에는 ‘여인’을 담은채 다시 나타났다. 그게 시작이었다. 꿈결에서 깨어나듯 나른하고 촉촉한, 달콤하고 향긋한 목소리가 귓가에 달착지근하게 맴돌기 시작한 게.

 

김예림에게 디스플레이는 일상이다! 

●이세희 선임(이하 이)● 노래 정말 잘 듣고 있어요. 하나같이 어쩜 그렇게 좋죠? 2집 작업에 참여한 분들도 고찬용, 이규호, 윤종신, 정재형, 이상순 등 무척 빵빵해요.

●김예림(이하 김)●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평소 제가 팬이었던 분들과 작업하게 돼서 무척 영광이에요. 제가 먼저 함께 곡 작업을 하고 싶다고 해서 된 경우도 있지만, 먼저 손을 내밀어주신 분들도 계시거든요. 너무 감사하죠. 후배들에게 곡을 주시던 분들도 아닌데.

●이● 아직은 어리둥절할 것 같아요. <슈퍼스타K3(이하 슈스케)>에서 상위권에 들어 가수로 데뷔, 이렇게 큰 인기를 얻기까지 짧은 시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잖아요. 처음 한국에 올 때 이 정도까지 예상했나요?

●김 ● 전혀요. 전 이런 얘기를 듣고 질문을 받는 것 자체가 아직도 신기해요. 투개월이야 이름이 좀 알려진 편이지만, 김예림이란 솔로는 그렇지 않잖아요. 그런데도 제 음악을 들어주고 따라 불러주고, 또 TV에서나 보던 연예인들이 절 알아봐주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그래요. ‘언젠가는 나도 유명한 가수가 돼야지’란 생각은 했었지만, 이 정도로 인기를 빨리 얻게 될 줄은 몰랐어요.

●이● 데뷔 전에 윤종신 씨가 원체 작업을 많이 했잖아요. <우리 결혼했어요>에 조정치 씨가 출연할 때도 “너가 중요한 게 아니야. 예림이를 한번이라도 더 노출시키란 말이야!”라며 우스갯소리처럼 홍보했었고. 좀 부담스러운 면도 없잖아 있었을 것 같아요.

●김 ● 하하. 실제 데뷔 전에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하는데, 제 이름이 검색어 1위에 올라 있는 거예요. 이게 뭐지, 싶어서 찾아봤더니 방송에서 종신쌤이 저를 언급하셨더라고요. 그때 ‘아, 정말 열심히 잘해야겠구나’란 생각을 했죠. 어릴때부터 워낙 강심장이란 말을 많이 들었을 정도로 성격이 무덤덤한 편이라 부담스럽진 않았지만.

●이● 만약 <슈스케>란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그래도 우리가 김예림을 만날 수 있었을까요?

●김● 시간이 좀 더 걸렸을 뿐 저흰 분명 만났을 거예요. 어릴 때부터 가수가 꿈이어서 저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었거든요. YG 오디션을 본 적도 있어요. 1차에 합격했었는데, 마침 아빠 일 때문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는 바람에 인연이 닿진 않았죠.

●이● 와~ 그건 몰랐던 사실이네요. 그럼 만약 지금 YG랑 현재의 미스틱89 중 한곳을 선택할 수 있다면?

●김● 아유~ 당연히 미스틱89죠. 종신 쌤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거예요. 소속사 첫 미팅 때, 종신 쌤을 보고 촉이 딱 오더라고요. 여기구나, 바로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구나, 하는. 나중에 얘기해보니까 멤버 대윤이도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종신 쌤의 음악도 너무 좋아했지만 프로듀서로서 관찰력이 정말 뛰어나세요. 저희의 장점을 종신 쌤이기에 극대화시켜줄 수 있었고, 잘 만들어진 길로 인도해주실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 갑자기 궁금해진 건데, 김예림에게 윤종신이란?

●김● 하하. 이거 <라디오 스타>의 공식 질문으로도 받았었는데…. 그땐 대답을 제대로 못했는데, 종신 쌤은 다 돼요. 제게 음악을 가르쳐주시는 소속사 사장님이자 선생님이기도 하지만, 대화를 나누는 친구도 되고, 자상하게 잘 챙겨주시는 아빠도 돼요. 의지할 수 있는 부분도 많고, 인생 전체로 봤을 때 한 마디로 멘토라고 할 수 있죠.

●이● 근데 2집이 굉장히 빨리 나왔어요. 혹시 윤종신 씨가 막 몰아치는 스타일?

●김● 아뇨~ 애초에 두 앨범을 같이 기획, 준비했어요. 심지어 이번 타이틀곡인 ‘Voice’는 1집 ‘All Right’보다 먼저 준비됐고요. 두 앨범을 스무 살의 PartⅠ·Ⅱ로 생각하시면 돼요. 1집 A Voice는 여름에 발매돼서 좀 추상적이고 다양한 느낌을 담으려 했고, 2집 Her Voice는 가을에 발매, 잔잔한 곡이 많고 여자의 느낌을 보다 구체화했죠.

●이● 아, 그런 뜻이 숨어 있었구나. 이번 앨범에는 작사에 직접 참여했는데, 조만간 예림 씨가 작곡한 노래도 들을 수 있는 건가요?

●김● 공부를 따로 하고 있진 않아요. 작곡을 해보는 것도 좋기는 한데 당장은 현재에 집중하고 싶어요. 그렇게 하고 싶던 가수를 드디어 하게 된 거잖아요. 종신 쌤도 그런 말을 많이 해주세요. 너무 많은 미래를 계획하는 것보다 현재를 열심히 살면 내가 계획한 것보다 더 좋은 미래가 그려질지도 모른다, 고. 제 생각도 같아요.

●이● 이제 스무 살, 성인이 된 건데 느낌이 어때요? 10대 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김● 딱히 뭔가 달라졌다기보다는 하루하루가 다른 것 같아요. 특히 전 일을 시작해서 더 그런지, 활동하면서 배우고 느끼는 게 많아요. 10대 때 꿈꾸던 걸 20대가 시작되자마자 하게 돼서 너무 감사하고요.

●이● 전 작년과 올해의 예림 씨가 무척 다르게 느껴지는 게, <슈스케> 때보다 훨씬 성숙해졌어요. 여자가 들어가 있어! 대체 그간 김예림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김● 어! 안 그래도 엊그제 종신 쌤도 그러시더라고요. 제가 몇 개월 전이랑 많이 다르다고. 예뻐진 게 아니라(-_-) 여자가 들어가 있다고.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웃음) 많이 보여주는 직업이라 그런 것 같아요. 앨범 성격상 여성성과 그런 분위기에 대해 많이 생각하다 보니 더 드러나게 된 것 같고요.

●이● 성인이 됐으니 이건 꼭 해보고 싶다! 하는 게 있나요? 소속사에서 관리를 하겠지만, 연애라든가….

●김● 그럼요, 당연히 하고 싶죠~ 그런데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또, 전 어른들 사이에 있다 보니 또래들이 좀 어려워하기도 해요. 실제 아직 또래 연예인 친구들도 별로 못 사귀었고. 회사에서는 오히려 별로 터치를 안 하고 지켜보는 편이에요. 선생님이 방송에서 “연애할 수 있으면 해라, OK!”라고 말씀하셨던 게 진심인지, 방송용 멘트인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실제로 저희한테도 음악만 하지 말고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 하라고 조언해주세요. 그게 결국은 다 음악 인생에 있어 자산이 되는 거니까.

●이● 멋지네요~ 그럼 가수 김예림이 자신의 목소리로 대중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건가요?

●김● 글쎄요. 아직 이런 메시지를 전해야지, 하는 건 없어요. 이번에 제가 작사한 곡들은 평소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에요. ‘Rain’이란 곡의 경우도 보통 사람들은 ‘비’라고 하면 우울하고, 촉촉하고 이런 걸 떠올리는데 전 추억도 무엇도, 그냥 별 생각이 없거든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솔직하게 쓴 건데 종신 쌤은 “너다운 이야기다”고말씀해주시더라고요. 전 앞으로도 평소 김예림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싶어요. 나이 들어 연륜이 쌓이면 저도 뭔가 메시지를 담게 되지 않을까요?

●이● 마지막으로, 김예림이라는 갓난쟁이가 가수로서의 욕심을 어디까지 부려볼 작정인지가 궁금해요.

●김● 보통은 가수로 성공하고 싶다, 모두가 좋아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 고 말하는데, 전 가수로서의 꿈이 딱히 있진 않아요.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제 방향을 정해줬던 건 그냥 그순간 하고 싶은 걸 했던 제 태도였어요. 가수만 해도 그냥 노래 부르는 게 재미있어서 되고 싶었던 거예요. 누군가에게 노래를 들려준 적도 없이 그저 혼자 부르며 즐기다, 미국에서 <슈스케> 오디션이 진행된다기에 잘 알지도 못하는 애(노대윤)한테 가서 대뜸 “기타 좀 쳐줘”라고 말해버렸죠.

그래서 전 오히려 욕심이 없어요. 정말 좋아하는 일을 즐기고 있으니까. 앞으로도 ‘난 이런 음악을 해야지’ 하는 것 없이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음악을 즐기며 자유롭게 할 것 같아요. 여러분도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 즐거워질 수 있는 일을 즐기세요. 그게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