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급 강력함으로 우리를 휩쓸고 간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로 존재감 가장 확실히 새긴 사람을 딱 셋만 꼽으라면 그중 하나에는 반드시 도희가 들 것이다. 귀여운 외모와 자그마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침없는 사투리와 입에 쫙쫙 휘감기는 욕설. 그래, 그녀기에, 다름 아닌 도희라는 존재에 의한 것이기에 이다지도 매력 포텐 팍팍 터지는 것이다.

●김광현 사원(이하 김) 아니, 이게 누굽니까. ‘대세’ 도희 씨 아니신가요?! <응사>로 시작해 얼마 전까지 스타일리스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패션킬라>에 출연했으며, <삼촌로망스> 등의 내레이션을 맡고있고, 개봉 예정인 영화 <은밀한 유혹>도 촬영 중인 돌풍의 주인공! 여기저기서 보내오는 러브콜에 정신이 없으실 텐데,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도희(이하 도) 아유~ 대세는 무슨…. 사실 타이니지(Tiny-G) 때보다 대중들의 반응과 사랑이 너무 확 와닿아서 되게 얼떨떨한 상태예요. 데뷔 후 처음 받는 사랑이라 소중한 만큼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김 가뜩이나 말랐는데 살이 더 빠졌겠어요. 이 작은 몸으로 어찌 그 많은 스케줄을….

●도 제가 생각보다 강한가 봐요. 스케줄이 너무 많아져서 부모님도 걱정하셨는데, 생각보다 잘 버텨서 굉장히 대견해하세요.

●김 지난 달 <놀라운 대회 스타킹> 보니까 굉장히 잘 드시더라고요. 조개 요리 먹는 거 방송된 후로 ‘도희 먹방’으로 며칠간 인터넷이 아주 뜨거웠죠, 아마?

●도 하하. 방송은 그 정도였죠? 실제로는 더했어요. 오죽했으면 PD님이 “방송 좀 하자!”며 못 먹게 할 정도였다니까요. 근데, 그 조개 먹으면 그런 리액션을 할 수밖에 없어요. 녹화 시간이 길어져 배가 고픈 상태였던데다, 요리가 정말정말 맛있었어요. 대박!

●김 그렇게 잘 드시니 체력이 좋을 수밖에…. 하핫. 도희 씨 하면 <응사>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응사> 이전과 이후 ‘이건 확 달라졌다’고 느끼는 게 있다면?

●도 딱 두 가지예요. 스케줄이 많아졌다는 것과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알아봐준다는 것. 데뷔 초기 가장 큰 의문이었던 게 ‘왜 우린 걸그룹인데도 바쁘지 않은 거지? 왜 사람들이 우리를 못 알아보는 거지?’였어요. 그런데 요즘은 쌩얼인데도 사람들이 알아봐주셔서 깜짝깜짝 놀라요. <응사>에서 화장을 하다 말아서 그런가?

●김 <응사>엔 어떻게 출연하게 된 거예요?

●도 제가 사투리 콤플렉스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응답하라 1997>이 뜨면서, 경상도 사투리가 작렬하는 은지 선배님이 리얼리티로 인기를 얻은 거예요. 회사도, 저도 도전해볼 만하다고 느껴서 오디션을 봤는데 덜컥 붙어버린 거죠. 연기? 이전엔 아예 생각해본 적조차 없어요.

●김 연기 잘하시던데요? 평소에도 사투리를 그렇게 사용했나요?

●도 제가 유독 심한 편이에요. 처음에는 전라도 사람들도 “쟤 오버한다” 할 정도로. 사용하는 말들이 좀 올드하거든요. 아주머니나 할머니들이 사용하는 단어도 많이 쓰고. 엄마는 또 경상도 분이라 강한 언어들이 만난 거죠.

●김 극 중 삼천포와 한 키스가 첫 키스라고 들었어요. 공교롭게도 촬영 전날이 도희 씨 생일이었어서 “선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던데, 설마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나요? 여자에겐 첫 키스에 대한 로망이란 게 있는데!

●도 하하. 당연히 남자친구랑 해보지 못한 게 아쉽기는 하죠. 하지만 저를 물 밖으로 꺼내준 작품이고 선배들이잖아요. 진심,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김 출연자들이랑 다 친해 보이더라고요. 카메라 있는데도 오빠들한테 안기고.

●도 오빠들에게 포옹하는 게 인사예요. 카메라 밖에서는 더한걸요(웃음)? 작품 들어갈 때 감독님께 편지를 한 통 썼어요. 연기를 잘할 자신은 없지만, 막내로서 현장 분위기는 확실히 띄워보겠다고. 그 다음부터 선배들 보면 안기고, 어깨도 주물러드리고 했죠. 남자 여자가 아니라 친여동생, 친오빠, 아빠 개념이라고 보시면 돼요. (속삭이며) 그리고, 오빠들이 장난만 많이 치지 절 그리 예뻐하지도 않아요(웃음).

●김 대선배들도 엄청 칭찬하는 연기 꿈나무가 됐는데, 다음에는 어떤 역할을 맡아보고 싶으세요?

●도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학교물을 통해 교복도 다시 입어보고 싶고, 가족드라마에서 천방지축 막내딸 역할도 해보고 싶고, 그렇게 경력을 쌓아서 몇 년 뒤에는 미니시리즈 주인공도 맡아보고 싶어요. 영화는 좀 특이하고 몽환적인 캐릭터. 저와는 다른 캐릭터를 만나는 게 굉장히 재미있더라고요.

●김 격정 멜로, 이런 건 어때요?

●도 꾸엑~! 제가 노출에 은근히 보수적이에요. 격정 멜로 이런 건 먼 훗날, 성숙미가 나올 때쯤 생각해볼게요.

●김 평소 청바지에 운동화, 아니면 트레이닝복만 입고 다닌다던데 진짜인가요?

●도 전 스타일링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옷을 걸치고 다닐 뿐 -_-;. 옷도 진짜 못 입어요. 액세서리는 자발적으로 매치해본 적도 없고, 모자를 좋아해서 항상 잠바에 모자만 쓰고 다녀요. 패션의 완성은 양말이라던데 맨날 흰 양말이나 주워 신고.

●김 하하. 역시 거침없는 입담! 그래도 요즘 점점 스타일이 진화해가고 있잖아요. 우리 독자들에게 <패션킬라>를 통해 배운 패션 팁 한두 가지만 전수해주세요.

●도 제 담당 스타일리스트가 굉장히 시크한 실장님이시잖아요. 덕분에 선글라스가 시크 스타일 연출에 무척 유용하다는 걸 배웠어요. 또 원 컬러, 원 패턴만으로 포인트를 주면 나머지는 단순한 걸 걸쳐도 느낌이 제대로 산다는 것. 특히 저처럼 키가작은 분들은 힐과 배바지를 잘 활용해보세요. 다리가 훨씬 길어 보여요.

●김 솔직히, 진짜 키가 몇이에요?

●도 151.8cm요. 키가 작아서 좋은 점도 있어요. 맞는 사이즈의 옷과 운동화를 구하기가 힘들어서 아동복을 구입할 때도 있는데, 무려 3~4만 원이나 저렴하다는거~! 호호. 다만, 이미지 변신하기가 조금 힘들 것 같아 걱정이긴 해요.

●김 무슨! 도희 씨가 많은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아셔야 해요. 아담한 사이즈도 이렇게나 매력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잖아요. 물론, 도희 씨처럼 예뻐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웃음). 라디오 DJ도 해보고 싶으시다고요?

●도 네. 그래서 라디오를 많이 들어요. 책을 별로 안 좋아했는데 요즘은 흥미를 붙이는 중이고요. 음악을 좋아하는데다 남 얘기 듣고, 고민 상담해주는 게 좋아요 전.

●김 가수로 데뷔했는데 연기자로 더 큰 인기를 얻었고, 그룹으로 데뷔했는데 솔로 활동이 더 활발해서 아쉬운 부분이 있을것 같아요. 멤버들의 질투도 있을 테고.

●도 일단 이동 중에 진~~짜 심심해요. 그룹으로 다닐 땐 항상 시끌벅적했거든요. 함께할 수 없다는 데 왠지 모를 미안함과 민망함도 있고요. 질투 같은 건 없어요. 오히려 응원을 많이해주죠. 저로 인해서 그룹 인지도가 올라갈 수 있으니까 “더 열심히 해서 타이니지 활동도 활발히 하자!”며 팍팍 밀어줘요.

●김 새로운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도희 씨가 앞으로 그려낼 신드롬은 어떤 모습일까요?

●도 지금은 <응사> 열풍에 살짝 발을 담근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도희’라는 존재만으로 얘기한다면 저는 이런 카피를 내걸고 싶어요. ‘콤플렉스를 극복한 여자’. 괜찮은가요(웃음)? 요즘 제 소심했던 부분들이 사라지고, 여러 희망을 가지게 된 걸 느끼거든요. 콤플렉스라는 건 누구나 가지고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러니 오히려 그걸 꺼내 보이고 매력으로 승화시켰으면 좋겠어요. 여러분, 숨지 말고 자신을 당당히 보여주는 삼성디스플레이人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