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전 세계 사람들은 새해 결심을 한다. 체중을 줄이겠다거나, 명상을 자주 하겠다거나, 저축을 늘리겠다는 등의 결심이다. 요즘에는 디지털 생활과 관련된 피로감을 호소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드라이브 용량이 꽉 찼다는 알림에 시달린 지 오래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시도 때도 없이 울려 대는 뉴스 앱 속보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올해는 자신의 ‘디지털 생활’을 점검해 보고 고쳐야 할 점이 있다면 반드시 고쳐보면 어떨까?

글. 타냐 바수(Tanya Basu)

이와 같은 결심을 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독자 여러분이 올해 따라 해 보면 좋을 만한 ‘디지털 행동 수칙 6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이 수칙들을 잘 활용해 더 행복하고 안전하고, 조금은 더 나아진 ‘디지털 생활’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며~

#1 딱 2분만 시간을 내 다중 인증(multifactor authentication) 활성화하기

최소 2단계 이상의 인증 요소를 이용하여 본인 여부를 인증하는 것을 다중 인증이라고 하는데, 2단계 인증만 해도 성가실 수 있다. 누구나 가끔은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로 수신되는 인증번호 입력 절차를 거치지 않고,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단번에 접속하고 싶을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자신의 온라인 계정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안으로 다중 인증 활성화를 꼽는다. 중요 계정을 모두 보호하기 위한 온라인 예방 조치로는 이 방법이 가장 쉽고 효과적이라는 조언이다.  지난해는 전례 없는 랜섬웨어 공격과 해킹의 한 해였다. 올해는 이와 같은 비극을 피해야 한다.

다행히 다중 인증 절차는 이전보다 한결 수월해졌다. 플랫폼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중요한 계정의(예를 들면 이메일, 소셜미디어, 금융) ‘계정 관리’에 들어가서 안내에 따라 인증을 추가하면 된다. 그게 전부다. 이메일 및 문자 인증을 추가하는 것은 위대한 첫걸음이다. 더 나아가 구글 인증앱(Google Authenticator)과 같은 앱이나 유비키스(YubiKeys) 등의 하드웨어 솔루션을 사용해 보안을 강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단 2분의 투자로 90% 이상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다고 한다.

#2 빠른 배송, 꼭 필요할까?

빠른 배송을 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환경적인 면에서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이렇게 하겠다는 사람, 소상공인을 돕는 차원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기 전 정말 이 상품을 반드시 빨리 수령해야 하는 것인지 잠시 자문해 보길 권한다. 게다가 기대하지 않았던 효과도 있다.

배송, 유통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기업에 직접 주문하는 방식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와 제품을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발 더 나아가 거대 유통망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생을 꿈꾸는 신생 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만든 제품들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좋은 소비의 출발이 아닐까.

#3 끝이 안 보이는 이메일 수신함을 방관하지 말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 읽은 이메일 수천 개로 가득 찬 수신함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이메일을 훑어보며 눈에 띄거나 중요한 게 있는지 확인하고 꼭 필요한 메일, 메일 수신처를 확인하는 작업이 메일함 정리의 시작이다. 딱 1주일 동안만 매일 아침 전달되는 필요 없는 구독을 수신 거부 처리하고, 이메일을 가능한 한 많이 삭제해 보라. 안 읽은 메시지로 가득 찬 거대한 바다와 같았던 수신함이 바뀌게 될 것이다. 더불어 쓸 데 없는 물건을 충동 구매하는 일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4 뉴스를 비판적으로 보자

팬데믹과 함께 디지털 정보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소셜미디어, 방송, 단체 채팅방에 떠도는 유사 뉴스들은 사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정보들로 가득하다. 읽은 메시지를 퍼뜨리기 전에 그 내용을 생각하자. 2019년 한 연구에 따르면 중학생 3분의 1 이상이 정보 출처의 신뢰성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거의’ 혹은 ‘전혀’ 배운 적이 없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어린 연령층은 온라인에서 접하는 허위 정보를 걸러내는 데 필요한 경험이나 기준을 갖고 있지 못하다. 실제로 십대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 SNS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한 허위 정보가 가장 많이 유통된 채널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이 정보의 출처는 어디인가? 신뢰할 만한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정보의 출처가 부각시키는 관점이 독자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다양한 온라인 채널에서 쏟아지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살펴보는 태도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5 알림을 꺼라

이 목록에 있는 것 중 어느 것도 하지 않을 거라면, 휴대전화에 설치된 앱 일부나 전부의 알림을 끄자. 이는 단번에 우리의 뉴스 소비를 점차 줄이고, 집중할 수 있게 하며, 불안을 경감시켜 줄 것이다. 존 맥클라니(John McAlaney) 영국 본머스 대학(Bournemouth University)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알림이 긴급 상황처럼 보이게 해 우리 주의를 산만하게 만드는 데 뛰어나다고 설명한다. 그는 지난해 초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일을 미루는 행태(procrastination)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맥클라니 교수에 따르면 과거에는 사회적 정보를 얻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와 가족에게 전화하며 뉴스를 시청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하루 중 별다른 정보가 없는 공백기를 가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알림은 이용자가 찾지 않을 때도 정보를 가져와 주의를 끈다. 알림을 끄는 일은 조금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만약 중요한 것을 놓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지만 필자와 이야기를 나눈 사람 중 대부분이 이런 걱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에게 반드시 연락해야 하는 사람은 문자든 전화든 연락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6 디지털 정화의 달 만들기

한 달 간 이메일, 파일, 보안, 핸드폰 등 각 부문에 걸쳐 4주 동안 디지털 정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아래 순서에 따라 디지털 라이프를 정돈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

1주 차: 이메일의 ‘대대적인 숙청’

뉴스레터 구독을 끊고 불필요한 홍보물을 수신 차단한다. 미처 답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답장을 쓰는 일도 잊지 말자. 새해는 이러한 관계를 되살리고, 아끼는 사람들과 새로운 대화의 물꼬를 트기에 좋은 시기이다.

2주 차: 클라우드와 파일 정리

클라우드와 데스크탑 등 모든 드라이브의 파일을 정리하고 제자리에 저장한다. 파일들은 날짜별이 아닌 일반 범주별로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파일 정리를 실제 업무처럼 해야 한다. 왜냐하면 실제로 이것은 어마어마한 일이기 때문이다.

3주 차: 보안에 집중하기

민감한 정보와 관련된 계정에 접속해 특이한 비밀번호를 새롭게 만든다. 구글에 자기 정보를 검색해 민감한 정보들을 찾아 지운다. 의외로 개인 전화번호, 주소 같은 것들이 인터넷상에 떠돌아다니는 경우가 꽤 많다. 개인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4주 차: 휴대전화 정리하기

휴대 전화 속 사진을 정리하고 필요 없는 어플을 지우며, 기본 화면을 정돈한다. 책상에 앉지 않고도 할 수 있기에 손쉽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휴대폰으로 끊임없이 전달되는 수많은 알림들을 끄는 것도 빼놓지 말아야 할 일이다.

이 모든 디지털 라이프 정돈의 과정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온라인 바깥에 실제 세상이 있다는 사실이다. 옛날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를 한없이 스크롤 하느라 휴대전화에 고개를 파묻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책을 읽는다. 또 다른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과 수다를 떨거나 잠시 멍하게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런 시간들을 스스로에게 되돌려주는 것이야 말로 생활의 밸런스를 찾아내는 일이 아닐까?

우리가 디지털에 쏟아붓는 시간 가운데 굳이 앱, 디지털 정보, 기술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컴퓨터 화면을 끄고 휴대전화를 내려놓은 다음 스스로의 감정과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아마 조금 더 인간다운 느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