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친구들과 놀다 보면 꼭 해질 무렵에 작은 돌멩이를 주워던지던 동네 장난꾸러기가 있었다. 나이가 들어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떻게 던지냐에 따라 위력이 달랐던 기억이 난다. 비슷한 돌멩이여도, 나에게 다가오면서 던질 때는 꽤 위협적이었으나, 반대로 도망치면서 던지는 돌은 그리 위력적이지 않았고, 정확도도 떨어졌다. 즉, 나에게 다가오면서 벌어지는 일과 멀어지면서 발생하는 무언가는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도플러 효과’는 바로 이런 것이다.
많이 들어봤지만 생소한 이 효과는 사실 진동이 퍼져나가는 파동이라는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진동을 느끼는 관측자'와 '진동이 처음 만들어진 파원'의 상대적인 운동으로 인해 파원의 진동수와는 다른 진동수를 관측자가 보게 되는 것을 ‘도플러 효과’라고 부른다.


도플러 효과를 이해하기 위한 소리의 3요소

일상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만날 수 있는 진동, ‘소리’를 예로 들어보자.
공기라는 매질을 타고 진동이 고막까지 도착하면, 그 충격으로 고막도 함께 떨리게 되고 이때 받은 자극을 뇌가 해석하고 나면 소리를 인식한다. 그렇다면 도플러 효과에 의해 소리가 어떻게 바뀔까?

화성학에서 소리를 구성하는 요소를 '크기', '음색', '높이' 3가지로 구분한다. 소리의 크기는 진동하는 폭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폭이 커지면 커질수록 소리가 커진다. 음색은 진동하는 모양으로 결정되며, 같은 노래도 부르는 사람에 따라 다른 느낌을 받는 것처럼 파형에 따라 고유한 특징을 보인다.

여기서 도플러 효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분은 '높이'다. 높이는 소리가 같은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이 진동하는 지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경찰차나 소방차처럼 긴급한 상황에 큰 소리를 내며 도로를 달리는 차량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나를 향해 다가올 때와 지나칠 때 전혀 다른 소리가 들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이렌 소리를 내는 차량이 가만히 멈추어 있다면 같은 소리로 들리겠지만, 나를 기준으로 다가오거나 멀어지기 때문에 도플러 효과에 의해 진동수가 바뀌어 다른 소리로 들리게 된다. 차량이 가까워지면 진동수가 증가해서 소리가 높아지며, 멀어질 때는 감소하는 진동수 덕분에 낮은 소리로 들린다. 그렇다면 도플러 효과는 왜 생길까?


도플러 효과의 원인과 기원

다시 ‘소리’를 ‘장난꾸러기가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던지는 돌멩이’에 비유해보자.
장난꾸러기가 나로부터 점점 멀어지면서 돌을 계속 던진다면, 돌멩이가 나에게 도달하는 시간은 점점 길어지게 되고 빈도 또한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돌이 나에게 오지 않을 것이다.

소리 또한 마찬가지다. 소리가 멀어지면 파장이 길어지게 되고, 진동수가 줄어든 소리는 낮아지다가 점차 들리지 않게 된다.

반대로 나에게 다가오면서 돌을 던지는 경우 돌이 나에게 도달하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게 되는데,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역시 파장이 짧아지면서 진동수는 증가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다가오는 파원 때문에 높은 소리가 들리게 된다. 장난꾸러기가 가만히 서있고, 내가 움직여도 마찬가지다.

도플러 효과는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인 크리스티안 요한 도플러(Christian Johann Doppler)에 의해 처음 세상에 나왔다. 그는 수차, 항성, 색채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업적을 남겼으나 역시 가장 유명한 성과는 본인의 이름을 딴 도플러 효과다. 초기엔 수학과 관련된 논문을 썼으나 1842년 ‘이중성 및 그 밖의 몇 개 항성의 착색광에 관하여’라는 논문을 발표하였고, 본문에서 파원과 관측자의 상대적인 운동이 가져오는 효과를 지적했다. 그는 파원에서 나오는 소리가 정지한 관측자의 입장에서 다른 높이로 들리는 현상과 마찬가지로, 별에서 나오는 빛의 색도 지구를 관측자로 봤을 때 빛을 내는 광원의 상대적인 속도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론으로 풀어냈다.


빛까지 확장된 도플러 효과와 증명

말보다 행동이 어려운 것처럼,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구체화시키는 과정은 과학자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매질을 통해 전달되는 소리의 변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매질이 없이 전달되는 빛에 적용한다는 건 큰 도전이었다. 도플러의 위대한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충분히 거대한 현실 세계에서 경험할 수 없는 빛의 원리를 도플러 효과에 도입했고, 빛까지 활동 영역이 확장된 도플러 효과는 새로운 우주를 관측하고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마스터키가 되었다. 물론 여전히 실제로 도플러 효과가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과학자들이 의문을 품고 있었다.

도플러가 도플러 효과와 관련된 논문을 발표한 지 3년 만인 1845년, 네덜란드의 기상학자 바위스 발롯(Buys Ballot)은 위트레흐트(Utrecht)와 암스테르담(Amsterdam)을 잇는 기차역에서 한 가지 실험을 준비했다. 우선 지붕이 없는 기차에 트럼펫 연주가들을 태우고 오직 정해진 한 음만 내도록 요청한 뒤, 귀가 좋은 음악가와 함께 승강장에서 지나가는 기차 소리를 듣기로 했다. 드디어 익숙한 트럼펫 소리와 함께 기차는 들어왔고, 역을 지나 멀어지는 기차의 소리는 분명히 달랐다. 기차가 다가오면 트럼펫의 음은 점점 높아졌고, 정점을 찍은 뒤 멀어지며 음은 점차 낮아졌다. 도플러 효과를 실험적으로 증명한 것이었다.

이 실험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다가오는 경우에서 기차의 속도를 V기차, 소리의 속도를 V소리라고 하고, 접근하는 파동과 파동 사이의 일정한 진동수를 f, 시간 간격인 주기를 t라고 하면 첫 번째 파동 W1 이후 다음 파동 W2는 t초 후에 발생한다. W1은 t초 동안 V소리t만큼 이동하며, 기차는 같은 시간 동안 V기차t만큼 움직인다. 따라서 여기서 발생하는 파동의 길이, 파장 λ= V소리t-V기차t가 되며, 실제 들리는 소리의 진동수는 V소리/λ=V소리/(V소리t-V기차t)=fV소리/(V소리-V기차)가 된다.

즉, 기차의 속도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분모가 작아지기 때문에 진동수가 커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음이 높아진다. 반대로 기차가 멀어진다면, 관측자에게 도달하는 소리의 진동수는 fV소리/(V소리+V기차)가 되기 때문에 진동수는 감소하고 음은 낮아지게 된다. 실험적으로 관측된 현상과 수학적 계산이 동일한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도플러 효과가 존재한다는 것은 충분히 입증되었다.

소리라는 파동에서 도플러 효과가 일어난다는 것은 혁신적인 발견이었다. 의심할 여지가 없이 도플러 효과가 존재한다면, 당연히 유사하게 파동 형태로 전달되는 빛도 도플러 효과가 일어나지 않을까? 당시 토머스 영의 이중 슬릿 실험을 통해 빛의 파동성이 강한 지지를 받고 있던 시기였고, 빛의 이중성에 대한 논의가 나온 것은 한참 뒤의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빛도 도플러 효과가 일어나야 했다. 실제로 빛을 내는 어떤 광원이 존재할 때, 나에게 다가오는 빛과 멀어지는 빛은 소리처럼 진동수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만약 광원이 점점 가까워진다면, 빛도 소리처럼 진동수가 높아지며, 멀어질 때는 진동수가 낮아질 것이다.

뉴턴이 빛의 성질을 밝혀내기 위해서 했던 것처럼, 빛을 분해해서 살펴보면 다양한 파장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 분야를 분광학이라고 하는데, 파장에 따라 다른 색의 띠가 나타난다. 보통 파장이 길면 붉은색, 파장이 짧으면 푸른색을 띠는데, 노을이 붉게 보이는 현상으로 이해하면 좋다. 저녁 무렵 태양의 고도가 낮아져서 태양빛이 통과해야 하는 대기층이 길어지면 긴 파장만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동의 진행 속도가 일정하다고 가정했을 때, 진동수가 높으면 파장이 짧고, 진동수가 낮을수록 파장이 길어진다.

▲ 도플러효과에 의해 천체가 멀어지면 붉은색으로(적색편이) 다가오면 청색으로(청색편이) 보인다.

즉, 빛이 관측자와 가까워지면 파장이 짧은 푸른색 쪽으로 스펙트럼 띠가 이동하는 '청색편이(blueshift)'가 일어나며, 관측자와 멀어지면 스펙트럼 띠가 파장이 긴 붉은색 쪽으로 이동하는 '적색편이(redshift)'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도플러 효과를 통해 우리는 인류를 둘러싸고 있는 별이나 은하와 같은 천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도플러의 발견과 발롯의 검증 덕분에 현대 천체물리학이 얼마나 빠르게 진보했는지는 굳이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


도플러 효과가 보여주는 일상과 그 너머

결국 도플러 효과는 움직이는 무언가가 우리에게 전달해 주는 중요한 정보를 얻기 위한 최적의 방식이며, 이는 거시적인 우주 외에 현실 세계에서도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다.

▲ 도플러 효과가 적용된 속도 측정기 ‘스피드건’

과거 구기 종목에서 다양한 공의 속도를 측정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스피드건’이라는 장비를 통해 배드민턴에서 사용되는 셔틀콕이 얼마나 빠른지, 방금 공을 던진 투수의 구속이 신기록을 경신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원래 스피드건은 미국에서 과속하는 차량의 속도위반을 단속하기 위해 1954년에 개발된 장비로, 레이더 신호의 주기 변화를 감지하여 물체의 속도를 측정하는 것인데 여기엔 도플러 효과가 적용되어 있다. 스피드건에서 출발한 전자기파가 다가오는 자동차나 야구공으로 인해 다시 되돌아오는데, 이때 반사된 전자기파는 도플러 효과에 의해 진동수가 증가하게 된다. 이런 진동수의 변화는 움직이는 물체가 얼마나 빠른지에 따라서 결정된다.

▲ 도플러 효과가 적용된 ‘초음파 검사’(왼) 와 ‘기상레이더’(오)

병원에서도 도플러 효과는 유용하다. 초음파를 혈관 속으로 발사해서 혈액이 흐르는 속도를 측정한다면, 부정맥, 심장병, 판막 질환, 동맥 경화증, 협심증,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 또한 도플러 효과가 적용된 기상 레이더를 이용하면, 구름에 전자기파를 발사하여 반사되어 되돌아올 때 바뀌는 진동수를 통해 구름의 이동 속도와 바람의 방향 등을 분석할 수 있다.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내비게이션을 흔히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라고 부르는데, 사실 우주에 떠있는 일부 위성들을 포괄하는 표현이다. 이 위성들을 이용하여 지구상에서 위치를 측정할 때도 도플러 효과를 쓴다. 지구 주위를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인공위성에서 발사된 전자기파를 지상에서 측정한다면 위성에 대한 지상의 상대속도를 알아낼 수 있으며, 또한 전자기파가 나온 시간과 지상에서 수신된 시간 정보를 이용한다면 거리를 매우 정밀하게 계산할 수 있다.

▲ 에드윈 허블은 멀리 떨어진 은하의 적색 편이 현상을 통해 우주가 팽창함을 알아냈다.

더 넓은 우주로 공간을 이동해보자.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천체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지, 아니면 멀어지고 있는지도 도플러 효과를 통해 알아낼 수 있다. 1929년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Edwin Powell Hubble)과 밀턴 휴메이슨(Milton Lasell Humason)은 함께 은하를 관측했는데, 46개의 은하들에서 적색 편이가 나타났다. 둘은 계속해서 더 멀리 있는 은하로부터 오는 빛을 관측했고, 그 결과 은하가 멀어지는 속도가 거리에 비례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되었다.

여기서 나타난 적색 편이는 우주론적 적색편이(cosmological redshift)라고 부른다. 도플러 효과로 인한 일반적인 적색편이는 광원으로부터 빛이 나오는 순간 이미 파장이 늘어나서 우리에게 오겠지만, 우주론적 적색편이는 시공간 자체가 팽창하는 과정에서 빛의 파장이 함께 늘어난다. 파장이 변화하는 시점이 다른 것이다. 관측 대상인 은하가 멀어지는 것과 은하와 지구 사이의 공간이 팽창하는 건 다른 이야기지만, 은하들 역시 고유한 속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도플러 효과에 의한 적색 편이와 우주론적 적색편이가 함께 적용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일부 가까워지고 있는 은하의 경우는 청색편이가 일어난다. 이러한 우주 팽창이라는 발상을 검증하는 과정이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도플러 효과 덕분이었을 것이다.

▲ 허블이 찾아낸 우주 팽창의 근거, 적색편이와 도플러효과 (출처: EBS BOOK STORY 유튜브)

작게는 과속 방지 카메라부터, 138억 년에 달하는 우주의 팽창까지 설명할 수 있는 도플러 효과는 앞으로도 꾸준히 새로운 형태로 적용되어 인류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