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팔과 다리를 자유자재로 분리하고 합체 시킬 수 있는 ‘로봇’은 어린이날 선물로 인기 만점이었다. 이런 로봇의 인기는 ‘로봇 태권 V’에서 ‘또봇 V’, ‘로보카폴리’ 등으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이름을 달리했다. 지난 2007년도에 개봉한 영화 ‘트랜스포머(Transformers)’는 자동차가 거대한 로봇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실사화하며 유년 시절의 꿈을 완벽하게 소환해냈다.

이제 로봇은 장난감도, 영화도 아닌 실제가 됐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 증강현실, 비전 센서 기술 등이 급격히 발달하며 필요 작업에 따라 스스로 결합하고 분리하며 다양한 형태로 변신하는 ‘모듈형 로봇’이 우리 곁에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사람과 함께 행동한다스스로 분리하고 합체하는 모듈형 로봇이란?

모듈형 로봇이란 일체형 로봇이 아닌 각기 다른 부분으로 조합해 하나로 합체된 형태의 로봇이다. ‘모듈(module)’이라는 말 자체가 연결할 수도 있고 분리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모듈형 로봇은 어린시절 장난감 로봇처럼 분리하거나 결합하는 것이 가능하다최근 발전된 형태의 모듈형 로봇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로봇으로써 로봇 스스로 움직이거나 사람의 옆에서 함께 제품을 조립하는데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다양한 모듈형 로봇,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

‘모듈형 로봇’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 일상 속에 들어오고 있다. 모듈형 로봇이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곳은 ‘스마트 공장’이다. 스마트 공장에서 모듈형 로봇은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

과거 기계화 자동화된 공장에서 로봇은 자체적으로 움직이는 작업을 수행했다로봇이 거대하고 무거워 사람이 함께 작업을 하다가 다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모듈형 로봇은 그럴 걱정이 없다작은 몸체를 가진 모듈형 로봇은 그때그때 작업환경에 맞춰 언제든지 분리하고 다시 조립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과 함께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다양한 제조환경에 맞춰 활용할 수 있는 모듈형 AI 자율작업 로봇’. (출처: YTN 뉴스)

한국기계연구원은 원하는 작업에 따라 팔 형태 로봇 등 7가지 형태 모듈로 구성된 본체를 분리 혹은 조립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듈형 AI 자율작업 로봇을 개발했다이 로봇은 지정한 목적지까지 물건을 이송하거나 원하는 물건을 집어 들 수 있다연구진은 비정형 작업 환경에서 로봇이 잘 움직이게 하기 위해 주행기술을 채택했고모바일 플랫폼에 원하는 물건을 집어 들 수 있는 모듈형 매니퓰레이터와 현장 맞춤형 그리퍼 등을 장착했다해당 로봇은 값비싼 로봇 전용 생산 설비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제조 현장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EPFL)이 개발한스스로 조립하는 모듈형 로봇 룸봇’. (출처: epflbiorob 유튜브 채널)

집 안 가구에 로봇을 결합해 새로운 가구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이 변신 로봇은 의자도 됐다가 테이블도 된다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EPFL) 산하 바이오로보틱스 생체로봇 연구실이 개발한 로봇 ‘룸봇(Roombot)’은 이런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현실로 바꿨다.

‘룸봇’은 모듈 방식으로 원하는 형태로 자유롭게 변신할 수 있다마치 장난감 레고 블록을 조립하는 것과 같이 쉽게 붙였다가 뗄 수 있다심지어 ‘룸봇은 이러한 작업 과정을 스스로 할 수 있다‘룸봇’의 변신 능력은 다양하다소파도 됐다가 침대도 될 수 있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 활용성이 크다사람의 움직임을 스스로 파악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돕는데도 제격이다‘룸봇’이 세상에 나온 건 지난 2014. 6년 동안 룸봇은 계속 진화해왔다룸봇은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새로운 연결 메커니즘 및 전자 장치그리퍼 시스템여기에 커넥트 비전 센서와 컴퓨터 비전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사람의 움직임을 더욱 정밀하게 파악하고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됐다.

▲로봇라이즌이 개발한 교육용 코딩 모듈형 로봇 핑퐁’. (출처: Robo Risen 유튜브 채널

아이들 교육 현장에도 모듈형 로봇의 바람이 거세다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교구 중 모듈형 로봇은 쉽게 분리하고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등의 재미있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쉽게 코딩이나 전기역학을 배울 수 있다신생 로봇 스타트업 럭스로보가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만든 스마트 블록 로봇 ‘모디(MODI)’ 13종의 모듈을 자유롭게 분리하고 추가할 수 있다. ‘모디의 모듈 하나하나는 컴퓨터처럼 동작하는 MCU(Micro Controller Unit)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장난감처럼 블록을 연결하면서 코딩을 익힐 수 있다.

한편로보라이즌이 개발한 ‘핑퐁 로봇(pingpong robot)’도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개발된 모듈형 교육 로봇이다. ‘핑퐁 로봇은 큐브(cube)라는 형태의 모듈로 연결되며 큐브들은 무선통신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링크(Link)를 이용해 분리 또는 합체된다.

‘모디’나 ‘핑퐁 로봇은 엔트리나 스크래치(Scratch)와 같은 코딩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간단하게 코딩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모디 ‘핑퐁 로봇은 이러한 다양한 확장성과 연결성을 인정받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IT 전시회인 CES에서 혁신상을 차례로 휩쓸었다. ‘모디는 지난해 열린 ‘CES 2019’에서, ‘핑퐁 로봇은 올해 개최된 ‘CES 2020’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며 한국의 교육용 로봇 실력을 뽐냈다.

CMR 써지컬이 개발한 모듈·이동형 외과수술 로봇 베르시우스’. (출처: The Telegraph 유튜브 채널) 

의료현장에서도 모듈형 로봇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이제 치과 수술 로봇복강경 수술 로봇연성내시경 수술 로봇 등 병원에서 로봇을 이용해 수술하는 것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하지만 기존의 수술 로봇들은 일체형으로 너무 크고 무거워 이동을 하거나 응용된 치료 기술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최근 나오는 의료 수술 로봇들은 모듈형으로 수술에 사용하는 로봇 팔을 모듈형으로 수술 형태나 환경에 맞게 분리하거나 추가하는 것이 가능하다중국 로봇기업 커쯔싱로봇이 개발한 ‘이지아폴론은 침대형 모듈형 수술로봇으로 수술에 활용하는 2~6개의 로봇팔을 원하는 만큼 분리하거나 추가 장착할 수 있도록 모듈형으로 제작됐다영국 수술용 로봇 개발 기업 씨엠알 써지컬(CMR Surgical)도 모듈형으로 조립하고 쉽게 이동이 가능한 모듈형 수술 로봇 베르시우스(Versius)를 출시해 수술의 편의성을 높였다.

이처럼 모듈형으로 제작된 의료형 수술 로봇은 넓은 작업 범위를 확보하고 쉽게 이동시킬 수도 있어 앞으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가 확산되면서 빠르게 비대면 의료 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는 병원에 효자 아이템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모듈형 로봇이 만드는 미래 세상은?

앞으로 모듈형 로봇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스마트 공장과 기업은 비대면을 추구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원하는 작업 형태로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는 모듈형 로봇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인공지능(AI) 플랫폼을 탑재하고 원하는 로봇 부위를 분리추가합체이동이 간편한 모듈형 로봇은 교육 현장과 가정에서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IT 기기 형태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무엇보다 신체의 능력을 증강시킬 수 있는 웨어러블 형태의 로봇 슈트의 발전은 인류의 전혀 다른 모습의 진화를 꿈꿀 수 있도록 해준다결국 로봇 슈트는 모듈형으로 발전되어 증강시키고 싶은 신체의 부위별로 끼워 넣거나 분리추가할 수 있는 형태로 개발될 것이다.

영화 ‘트랜스포머(Transformers)’에서 로봇이 자동차로 변신하는 것과 같이 인간도 다양한 기능을 갖춘 모듈형 로봇과 결합된 형태의 ‘트랜스휴먼(Transhuman)’으로 진화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영화 ‘아이언 맨(Iron Man)’처럼 인간과 기계가 결합된 형태의 새로운 인간이 ‘모듈형 로봇에 의해 탄생할 수 있는 시대에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