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있는 양자역학 이야기 – 2. 빛의 파동설

“빛은 파동인가? 입자인가?” 둘 다 맞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양자역학의 오랜 논쟁거리였던 빛의 성질에 대해 오늘은 파동설에 기초해 알아보고자 한다.

파동은 기본적으로 전달 매개체인 매질이 필요하다. 지진파, 수면파, 음파의 경우 지각, 물, 공기를 매개로 하여 해당 분자들을 진동시켜 원거리 전파를 가능하게 한다.

 

2차원 파동, 수면파

알아두면 쓸모있는 양자역학 이야기 – 2. 빛의 파동설

빛의 파동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물에서의 파동인 수면파를 떠올리면 편하다. 2차원 파동인 수면파는 호수에 돌을 던졌을 때 발생하는 구면파(spherical wave, 한 지점을 중심으로 다른 모든 방향으로 둥글게 퍼져나가는 파동)와 이것이 멀리 퍼져 나갔을 때 마루나 골의 모양이 직선이 되는 평면파(plane wave, 바닷가 파도와 같이 파면의 모양이 직선 또는 평면을 이루며 진행하는 파동)로 구분할 수 있다. 구면파는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파의 높이가 줄어들고, 시간이 지나면 물의 마찰열로 인한 에너지의 발산으로 다시 고요한 호수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파동은 전파 과정에서 다른 파동과의 중첩이나 장애물 때문에 회절, 간섭 또는 맥놀이(beat) 등과 같은 물리적인 현상을 만들어낸다. 수면파가 진행하다가 장애물을 만나 수면파의 가장자리 파면이 휘게 되는데 이를 회절(diffraction)이라고 한다. 아파트에서 옆집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이유도 음파가 벽의 좁은 틈을 통해 퍼져 나와 전달되는 회절현상으로 설명된다.

 

파동의 중첩 (superposition)

알아두면 쓸모있는 양자역학 이야기 – 2. 빛의 파동설

▲ 파동의 중첩 (출처: Bozeman Science)

파동의 중첩(superposition)이 발생할 때 두 개의 파동이 만나 겹쳐지는 지점에서는 두 파가 혼합하여 서로 교란되는 듯 보이게 된다. 하지만 그 지점을 통과하게 되면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진행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예를 들어 방파제에 부딪혀 반사되어 나오는 파도와 거꾸로 방파제로 다가가는 파도는 혼합되는 듯 보이지만 각자 그 공간을 빠져나가고 원래의 파형을 유지하는데 이것도 중첩의 원리에 따른 것이다.

알아두면 쓸모있는 양자역학 이야기 – 2. 빛의 파동설

(출처: WIKIPEDIA)

파동의 가감을 통해서 파동의 중첩이 발생되며, 이 과정에서 파동의 양의 보강과 음의 상쇄가 일어난다. 이는 곧 보강/상쇄 간섭(constructive/destructive interference)을 일으키게 한다.

 

파동의 중첩, 첫 번째 현상 ‘맥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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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놀이 현상 (출처: SMUPhysics)

파동의 중첩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은 서로 엇비슷한 진동수의 소리가 겹쳐서 들릴 때, 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하는 맥놀이 현상(beating)이다. 서로 다른 파동의 음파가 서로에 영향을 미쳐서 각각 울렸던 소리와 다른 울림이 나타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거대한 성덕대왕신종이 울렸을 때, 그 소리가 멀리 나아가는 것도 맥놀이 현상 때문이다. 이 종을 울리면 2개의 서로 다른 음파가 발생하고 이것들이 서로 중첩되기 때문이다. 또한 악기 조율 시 이러한 맥놀이 현상을 이용하게 된다.

 

파동의 중첩, 두 번째 현상 ‘모아레’

▲ 모아레 패턴의 예시▲ 모아레 패턴의 예시

파동의 중첩으로 나타나는 또 다른 현상은 모아레(Moiré, 동프랑스 Rhône 지역의 마을 이름) 현상으로 패턴과 같은 특이한 모습을 만들어 낸다. TV에서 줄무늬 셔츠를 입은 사람의 모습을 관찰할 때, 무지개 같은 선이 생기는 현상이 있는데 이것도 중첩에 의해 나타나는 모아레 현상이다. 맥놀이 현상이 소리의 중첩 때문이라면, 모아레 현상은 빛의 파동이 중첩돼 나타나는 현상이다.

 

파동의 회절(diffraction)

알아두면 쓸모있는 양자역학 이야기 – 2. 빛의 파동설

파동의 회절은 진행하는 파동이 장애물을 만났을 때 파동의 파면이 휘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일예로 일정한 속도로 진행하는 파도(수면파)가 방파제 사이의 공간으로 지나가면, 방파제 양끝에서 파면이 걸리면서 반구 형태로 파면이 바뀌게 된다. 즉, 이러한 현상은 좁은 통로 개념인 단일 슬릿(single slit)을 통과하는 파동의 일반적인 현상으로, 슬릿을 빠져나간 회절된 파면은 무수히 많은 구면파를 형성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슬릿의 폭이 좁을수록, 파장이 클수록 회절의 세기는 커진다. 예를 들어 스피커의 경우 세로로 길게 생긴 이유도 좌우로 퍼지는 소리의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좌우로 회절이 잘 일어나도록 좁게 만들고, 위아래로는 길게 만들어 회절이 잘 일어나지 않도록 한 것이다.

단일 슬릿이란?

빛의 간섭과 회절을 확인할 수 있는 좁은 틈 또는 간격을 지닌 장치로서, 단색 광원이 좁은 틈(silit)을 통과하면서 발생되는 간섭 무늬를 확인하는 광학장치이다. 좁은 폭의 슬릿을 통과한 파동은 거의 동일한 하나의 구면파가 생겨서 파동은 방사형으로 넓게 퍼지게 된다. 슬릿의 폭이 좁되 빛의 파장보다 클 때는 간섭효과가 잘 나타나서, 회절이라고 하는 무늬 형태(중앙에서부터 음영의 교차와 강도의 교차가 발생)가 나타난다.

▲ 단일 슬릿을 통과한 빛의 회절현상▲ 단일 슬릿을 통과한 빛의 회절현상

빛을 이용한 슬릿 실험에서도 회절현상이 동일하게 발생된다는 점에서 빛을 파동으로 볼 수도 있다. 빛은 슬릿을 지나면서 수면파와 동일하게 회절이 나타나지만, 무수히 많은 새로운 구면파가 서로 간섭하게 되어 명암이 있는 회절 무늬가 나타나게 된다. 나타난 회절 무늬의 간격이 넓을수록 회절이 잘 일어나며, 슬릿과 스크린의 거리가 멀수록 혹은 빛의 강도가 셀수록 회절이 잘 나타난다.

그렇다면 빛 또한 파동이기에 소리처럼 담장을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빛의 파장이 너무 짧기 때문에 회절이 잘 발생되지 않는 것이다. 단일 슬릿을 통과한 빛은 스크린의 가운데 부분(single Gaussian)에서 강도가 가장 크게 나오며, 이는 파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단일 슬릿 실험을 통해 빛이 파동이라고 하기에 명확하지 않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 영(Young)의 이중 슬릿 실험▲ 영(Young)의 이중 슬릿 실험

이런 모호한 상황에서 영(Young)의 이중 슬릿 실험은 빛의 간섭현상을 증거로 하여 빛이 파동이라는 사실을 보다 확고히 하였다. 첫 번째 스크린의 작은 구멍에서 회절 된 빛이 두 번째 스크린의 이중 슬릿을 동시에 통과하면서 또다시 회절 된 빛끼리 중첩하게 된다. 이때 보강간섭과 상쇄간섭이 발생해 밝고 어두운 부분이 생기며 띠 모양의 간섭무늬가 중심을 대칭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는 수면파를 이용한 결과와 일치하는 것으로 빛이 파동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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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이중성 (출처: WIKIPEDIA)

전자(electron)는 일반적으로 입자로 생각되지만, 이중 슬릿 결과는 파동의 슬릿 결과와 동일하게 나타난다. 즉 입자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빠른 속도로 이중 슬릿을 통과하게 되면, 파동과 같은 간섭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빛은 영의 실험에서 파동의 특성으로 명명되는 듯 했지만, 광자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속도가 충분히 빠른 광자라는 입자가 발생시키는 파동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곧 빛의 이중성(wave-particle duality)을 또다시 상기시킨다.

지금까지는 빛이 가진 파동의 특성을 통해 빛의 성질을 확인해보았다. 다음편에서는 빛이 파동이 아닌 입자설의 관점에서 빛의 성질을 이해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