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그리고 코드 커팅

미국의 넷플릭스(Netflix)가 한국에 상륙한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2016년 1월에 시작한 넷플릭스는 대한민국 미디어 산업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플랫폼이 독점 제공하는 콘텐츠를 뜻하는 오리지널(Original)이라는 말을 유행시켰으며, 콘텐츠 몰아보기를 뜻하는 빈지워칭(Binge Watching)이라는 말도 넷플릭스가 처음 사용했다. 미국에서는 전세계 방송계의 큰 적이자 희망이 된 플랫폼으로 우리에게 알려졌다. 우리는 넷플릭스와 같은 동영상 서비스를 OTT(Over The Top)라 부른다.

넷플릭스가 미국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지 10년이 되었다. 그리고 그 즈음 미국의 시장 조사기관인 팍스 어소시에이트(Parks Associates)는 코드 커팅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 그 발단은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벌어진 후 미국 가정들에게 닥친 금전적인 어려움 때문이었다. 경제 위기 후 가정에 가장 먼저 손을 본 것이 유료방송, 우리로 이야기하자면 케이블 TV, IPTV와 같은 TV를 시청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해지하는 것이었다. 미국 가정은 한 달에 평균 $70(약 8만 원) 이상을 지불했는데, 당장 생활고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대표적인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의 서비스 화면(출처: 넷플릭스)

그때 사람들이 케이블 TV를 끊는다는 표현, 즉 케이블 코드를 커팅한다는 뜻에서 코드 커팅(Cord-cutting)이라는 말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자연스럽게 수혜를 받은 것이 넷플릭스였다. 그 당시 한 달에 사용료가 $7.99(약 9천 원)으로 평균 비용의 약 11%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해지도 언제든 가능해 대체 서비스로 각광을 받게 된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코드 커팅하는 사람이 신규 가입자를 넘어 2012년을 기점으로총 가입자 수가 줄어들어 1억 명이 넘던 유료방송 시청 가구는 9천3백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미디어 컨설팅 회사인 SNL Kagan은 앞으로2020년이 되면 8천3백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반면 넷플릭스 가입자는 2018년이 되면 미국 내 5천5백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 가구의 절반 이상이 보는 서비스로 성장하였다.

미국내에서는 넷플릭스 이외에도 100개가 넘는 OTT 서비스가 생겨났으며, 아마존이 운영하고 있는 비디오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는 미국 내 약 2천 6백만 명이 사용 중이고 디즈니, 폭스, NBC의 주도로 만들어진 훌루(Hulu)라는 OTT 서비스도 1천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웨스트 월드, 왕좌의 게임으로 한국에서 널리 알려진 미국의 프리미엄 채널인 HBO의 OTT 서비스인 HBO 나우(HBO Now)라는 서비스까지 큰 성장을 하면서, 향후 2022년까지 미국 대부분의 프리미엄 방송 채널들이 독자 OTT 서비스를 론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코드커팅의 트렌드가 넷플릭스와 같은 OTT를 성장하게 만들게 된 원인이 된 것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으로서의 OTT 서비스

대한민국에서 ‘OTT 서비스’라는 단어는 낯설지만 넷플릭스, 옥수수, 왓챠 플레이와 같은 서비스의 이름은 낯이 익을 것이다. 실은 우리가 쓰고 있는 유튜브조차도 OTT의 한 종류이다. 플랫폼으로서의 OTT에 대해서 알아보자면 OTT는 크게 4가지(AVOD, SVOD, TVOD, 하이브리드 형 OTT)로 나눌 수 있다.

▲유튜브의 월정액 서비스 ‘유튜브 레드’

우리가 흔히 돈을 지불하지 않고 광고를 통해서 콘텐츠를 시청하는 OTT 플랫폼을 AVOD(Advertising Video On Demand)라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유튜브(YouTube)이다. 유튜브는 년간 매출을 정확하게 밝힌 적은 없지만 25조 원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오늘날은 메신저보다 사용시간이 긴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AVOD로만으로는 지속적인 이익을 내기는 어려워 유튜브 레드(YouTube Red)라는 월정액 서비스를 내놓았다. 유튜브 오리지널과 같은 자체 제작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고, 모바일 기기에 콘텐츠를 저장할 수 있으며, 광고 없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유튜브 레드의 경우 아시아에서는 한국, 호주, 뉴질랜드에서 사용할 수 있다. 유튜브는 작년에 가수 빅뱅이 출연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월정액 서비스가 첫달은 무료로 제공한다. 이미지는 왓챠플레이의 서비스 화면

AVOD다음으로 큰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것은 SVOD(Subscription Video On Demand)라고 불리는 구독형 서비스이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와 왓챠 플레이, 아마존 프라임이 있다. 왓챠 플레이(Watcha Play)의 경우 왓챠(Watcha)라는 콘텐츠 평점 서비스에서 파생된 서비스이다. MBC, JTBC콘텐츠, HBO 및 일본 드라마, 명작 영화 등을 감상할 수 있으며, 넷플릭스와 견줄만한 추천 서비스와 고객 친화적인 UX(User Experience)를 제공한다. 왓챠플레이는 한국형 OTT 서비스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그리고 TVOD(Transaction Video On Demand)로 불리는 단품 결제형 서비스가 있다. 우리가 흔히 신작 영화를 10,000원 정도 주고 구매하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운데, 대표적으로 구글 플레이, 카카오페이지가 있다. TVOD는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유료방송 서비스인 IPTV, 케이블 TV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유독 TVOD 매출이 큰 편인데, 전 세계적으로 볼 때는 상대적으로 SVOD의 매출이 훨씬 더 크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SVOD 서비스가 대세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특히 많이 볼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 OTT 서비스가 있다. 푹(Pooq, 지상파와 종편의 실시간 방송과 VOD 제공), 티빙(TVING, CJ E&M에서 운영하는 플랫폼으로 tvN, OCN, M.net중심의 실시간 방송과 VOD제공)과 SK브로드밴드가 운영하는 옥수수(oksusu)가 대표적이다. 이런 플랫폼은 월정액이면서 단품 결제가 가능하고 실시간 방송도 함께 시청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CBS의 실시간 방송과 VOD를 같이 볼 수 있는 CBS 올 액세스(CBS All Access)라는 모델이 있다. 미국에도 향후 이러한 하이브리드형 OTT 서비스가 늘어날 전망이다.

 

코드 커팅을 하지 않는 한국에서 OTT세상이 뜨는 이유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유료방송 가입자들이 줄고 있지 않다. 케이블TV사용자를 IPTV회사에서 흡수하고 있으며, 여전히 IPTV라는 유료방송 플랫폼은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처럼 기존 유료방송 플랫폼과 OTT서비스의 가격도 큰 차이가 없다. 저렴할 뿐만 아니라 기존 IPTV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의 수도 만만치 않다.

이런 이유로 한국의 OTT서비스는 미국의 코드커팅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튜브를 사용자들이 대부분 모바일에서 소비하는 것처럼, 한국은 바쁜 현대인들이 집에서 TV를 볼 시간이 적다는 점에서 모바일을 통한 OTT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Z세대라고 불리우는 2천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이 TV를 보는 경험보다 모바일을 통해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험이 더 높아져 OTT와 같은 동영상 서비스들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마케터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청소년들은 TV광고 노출 시간이 평균보다 230시간이 적다고 한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TV광고가 모바일 광고로 대체가 되고 있고, 그마저도 더이상 광고에 집중을 하지 않고, 스킵 버튼을 기다리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그렇기때문에 푹, 티빙, 옥수수와 같은 서비스에 방송사와 통신사들이 더 큰 투자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얻는 것이 없다면 앞으로 10년 후의 미래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