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 마케팅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과거에 큰 인기를 끌었던 상품을 그대로 재현하되, 현 시점에 맞게 재해석을 거쳐 발매하는 마케팅 기법입니다. 보통 과거 그 때의 추억을 기억하는 구매력 있는 중장년 세대를 겨냥하는 편이며, 국내에서는 2012년 방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성공을 계기로 확실하게 주목 받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게임기까지 이런 복고 유행에 동참하는 모습입니다. 수십 년 전 유행했던 게임기를 복각해 판매하는 방식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 때 그 게임을 그 때 그대로’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게임기와 유년기를 보낸 30~40대 게이머의 관심을 유도합니다 .

그렇다면 복각 게임기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보통 과거에 발매된 게임기의 외형을 그대로 본 따는 데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게임기에서 인기를 끈 게임 수십 개를 선별해 내장합니다. 여기에 최근 표준인 ‘HDMI’ 단자를 이용한 HD 해상도 출력이나 무선 컨트롤러 도입, 어디서나 저장할 수 있는 기능(당시에는 지정된 장소에서만 저장을 할 수 있는 게임이 많았습니다) 등의 기능을 추가합니다. 원본 게임기가 발매된 지 수십 년이나 지났고, 디스플레이부터 시작해 모든 것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런 편의성 추가는 꼭 필요한 것이죠.

최근 이런 게임기를 발매한 곳은 1980, 9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던 ‘닌텐도(Nintendo)’, ‘세가(SEGA)’, ‘아타리(ATARI)’ 사가 있습니다.

▲ 게임기 ‘아타리 2600’의 복각판 ‘아타리 플래시백’(출처 : 제조사 ‘앳게임즈’)

이 중 선두주자는 ‘아타리’ 사입니다. 1970년대에 국내에서는 벽돌깨기로 잘 알려진 ‘퐁(PONG)’과 같은 게임사에 남을 명작을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비디오 게임’이라는 단어를 대중에게 알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한국에서는 만나기 힘들었지만, 해외에서는 1977년부터 생산한 게임기 ‘아타리 2600(ATARI 2600)’이 수천만 대 팔릴 정도로 팬층이 무척 두터운 기업이었습니다. 그만큼 복각에 대한 요구도 일찍부터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2004년, 아타리 2600의 복각 게임기인 ‘아타리 플래시백(ATARI FLASHBACK)’이 발매됩니다. 처음에는 게임 20개만 탑재된 수준이었으나, 10여 년간 꾸준히 버전업 하면서 ‘17년에는 게임 130개가 탑재된 8세대 버전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8세대 버전에서는 콘트롤러(조종기)에 무선 마우스 등에 사용되는 2.4Ghz 무선 통신 기술을 도입하는 등 현대화도 게을리 하지 않았지요.

▲ 아타리의 차기 콘솔, ‘아타리 박스’ (출처 : 아타리 박스 공식 홈페이지 캡처 https://ataribox.com/)

또한 아타리는 2018년 신형 게임기 ‘아타리 박스(Ataribox)’를 발매할 예정입니다. 이 게임기는 복각게임의 주무기인 고전게임뿐 아니라 최근의 인디(Independent Game, 독립 개발 게임) 게임까지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메가드라이브’의 복각판 ‘세가 제네시스 플래시백’ (출처 : 제조사 ‘앳게임즈’)

1990년대 닌텐도와 함께 가정용 게임기 시장을 양분했던 ‘세가(SEGA)’ 역시 게임기 ‘메가드라이브’(국내에서는 ‘슈퍼 알라딘보이’로 발매)의 복각판 ‘세가 제네시스 플래시백’(SEGA Genesis Flashback)을 올해 내놨습니다.

특징으로는 게임기 본체에 대표작인 ‘소닉’ 등 85개 게임이 내장된 것 외에도 실물 카트리지(게임 팩)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른 복각 게임기와 달리 당시의 게임 카트리지를 아직 가지고 있다면, 게임기에 옛날 방식 그대로 꽂아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이죠.

이외에도 과거 발매한 메가드라이브의 염가형인 ‘세가 제네시스 클래식 게임 콘솔’과 휴대기 버전인 ‘세가 제네시스 얼티밋 포터블 게임 플레이어’를 업그레이드해 재발매하며, 소비자의 선택폭을 높이려는 점도 주목 할만 합니다.

▲ 닌텐도의 ‘패미콤 미니’, 손 안에 들어가는 크기를 강조한 모습

(출처 : 닌텐도 홈페이지 https://topics.nintendo.co.jp/c/article/d2923b54-8552-11e6-9b38-063b7ac45a6d.html)

1980년대 게임기 ‘패미콤’을 발매하며 전 세계 게임 시장을 휘어잡은 닌텐도 역시 2016년을 기점으로 복각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첫 타자는 역시 회사를 스타덤에 올려 놓은 ‘패미콤’의 복각판, ‘패미콤 미니’였습니다. 닌텐도는 ‘버추얼 콘솔(Virtual Console)’ 등을 통해 자사의 최신 게임기에서 패미콤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디지털 버전을 재발매한 적은 있지만, 실물 게임기와 콘트롤러까지 그대로 복각해 내놓는 일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만큼 시장의 주목도 남달랐습니다.

이렇게 발매된 ‘패미콤 미니’는 게임 30개만을 즐길 수 있는 복각판에 불과했지만, 큰 인기를 얻으며 품귀 현상을 빚었습니다. 손 안에 들어오는 깜찍한 크기, 제품 박스부터 ‘그 때 그 모습’을 철저히 재현한 외부 디자인, HDMI를 통해 화면을 출력함에도 과거 TV에 사용된 ‘CRT’ 표시를 그대로 흉내낼 수 있는 화면 표시 모드 등이 주효했습니다. 60달러(한화 약 6만 6천원)의 저렴한 가격도 한 몫 했습니다.

▲ 2017년에 발표된 ‘슈퍼 패미콤 미니’

(출처 : 닌텐도 공식 보도자료 https://www.nintendo.co.jp/corporate/release/en/2017/170627.html)

이에 고무된 닌텐도는 2017년 ‘패미콤’의 후계기인 ‘슈퍼 패미콤(국내에서는 ‘슈퍼 컴보이’로 발매)’의 미니 버전을 발표합니다. 별도의 게임 추가 기능도 없고 탑재된 게임 타이틀 수는 21개로 오히려 줄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시장조사기관 NPD에 따르면 ‘슈퍼 패미콤 미니’는 출시 첫 달인 지난 10월, 미국에서 이 달에 두 번째로 많이 팔린 게임기에 올랐습니다. 인기 최신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4’나 ‘엑스박스 원’ 이상으로 판매된 셈입니다. 여기에, 타임지에서 선정한 ‘올해의 IT기기 10선’에는 5위를 차지한 삼성전자의 ‘갤럭시 s8’에 이어 6위에 선정되기까지 했죠. 단순한 ‘한철 추억 팔이’로 볼 수만은 없는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복각 게임기 열풍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런 게임이 다시 주목을 받는 것은 현대의 화려한 게임에 지쳐 있는 올드 게이머들이 과거에 만났던 ‘슈퍼 마리오’나 ‘소닉’ 같은 게임을 그리워하기 때문이겠지요. 오늘 밤에는 이런 고전 게임의 세계로 한 번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